입대 앞둔 KS 준우승 마무리, 선발 전환 예고... '타자 전향' 156㎞ 유망주 빈자리 메울까

김동윤 기자  |  2024.06.04 12:45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한화전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김재웅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키움 히어로즈 김재웅(25)이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앞두고 선발 투수 전향을 목표로 했다.

김재웅은 2일 고척 SSG전 입대 전 마지막 등판을 가졌다. 지난겨울 상무에 합격한 그는 6월 10일 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약 1년 6개월의 복무를 시작한다. 제대 예정일은 2025년 12월로 2026시즌 개막전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 전 만난 김재웅은 "아직 입대가 실감 나지 않는다. 주변에서 오늘(2일)이 마지막이라고 하긴 하는데 아직은 그렇다. 입대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생겼는데 야구 생각은 하지 않고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가 갈 상무에는 아는 사람이 많다. 투수 박주성, 이강준을 비롯해 외야수 이주형이 있고, 최근에는 그의 맞선임이 될 구창모(NC)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김재웅은 "(박)주성이가 설명 많이 해줬다. (이)강준이도 있고 (구)창모 형도 그렇게 친분이 있진 않은데 내가 후임으로 들어가니까 빨리 오라고 한다"고 웃었다.

김재웅은 금교초(남양주리틀)-자양중-덕수고 졸업 후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7순위로 넥센(현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중용됐고 2022년에는 셋업맨에서 마무리로까지 승격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았다. 그해 김재웅은 65경기 3승 2패 27홀드 13세이브, 평균자책점 2.01로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통산 성적은 252경기 6승 12패 65홀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3.58.

100홀드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는 제대 후 선발 전환을 예고했다. 김재웅은 "아무래도 홀드를 많이 했다 보니 100홀드도 하고 싶다"면서도 "상무에는 선발 투수를 하고 싶다고 했다. 변화구 연습도 하고 싶고 상무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점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 들어서 그걸 조금 더 신경 써서 몸을 잘 만들어 와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박치왕 상무 감독님과 옛날에 윈터리그를 2개월간 같이 한 경험이 있다. 그때 내가 운 좋게 잘 던져서 그 기억이 있으시면..."이라고 웃으면서 "당연히 제대 후 선발 욕심이 있어서 경쟁하고 싶다는 것이고, 내가 할 것만 잘하다 보면 팀에서 자리를 정해주시지 않을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구를 더 잘 던지는 게 1번인 것 같고, 3구종과 4구종도 보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재웅이 2일 고척 SSG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덕수고 2년 선배 엄상백(28)은 상무에서 성장한 뒤 선발로 전환한 성공적인 케이스다. 엄상백은 입대 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고 갔다. 그러나 상무에서 돌아온 후 2022년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꿰차며 승률왕에 오르는 등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김재웅은 "이번에 수원에 가서 (엄)상백이 형과 밥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시설도 좋고 운동할 것만 열심히 하면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셨다. 형도 상무에서 운동 열심히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고 전했다.

만약 김재웅이 성공적으로 선발 투수 전환에 성공한다면 선발 기근에 시달리는 키움에는 더할 나위 없다. 최근 키움은 시속 156㎞ 강속구를 던지는 장재영(22)이 타자로 전향해 카드를 잃었다. 지난해 겨울 군 복무를 시작한 안우진(25)이 돌아올 2026시즌에 대비해 선발 투수 조합을 맞춰보려 했던 키움으로서는 아쉬운 소식이었다.

상무에서 김재웅에게 있어 선발 투수는 그리 낯선 보직이 아니다. 그는 이미 고등학교 시절 선발투수로서 1년 후배 양창섭(25)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며 덕수고의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끈 경험이 있다. 또 프로에 와서도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0㎞, 최고 145㎞에 불과했지만, 안우진 못지않은 수직 무브먼트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상무에서 구속을 크게 늘리고 온 사례도 많은 만큼 김재웅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 키움 홍원기 감독은 이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김재웅의 등판을 예고했다. 김재웅은 키움이 0-3으로 지고 있는 4회 초 2사 1루에서 박윤성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이때 고척스카이돔에는 이등병의 편지 노래가 흘러나와 모두가 김재웅의 입대 전 마지막 등판임을 알게 했다. 마무리는 썩 좋지 않았다. 4회를 실점 없이 막은 김재웅은 5회 무너지며 ⅓이닝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김재웅의 입대 전 마지막 시즌 성적은 26경기 동안 승리 없이 3패 7홀드, 평균자책점 3.42가 됐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비운 그에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듯하다. 김재웅은 "내게는 꿈만 같던 4년이었다. 5년 차를 맞아 군대로 가지만, 약간 쉬어간다는 생각도 든다. 1년 6개월 뒤에 다시 와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며 "군대에서의 시간을 너무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한다. 그동안 우리 팀이 많이 이겼으면 좋겠고 나도 다치지 않고 잘 준비해서 돌아와서는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재웅과 키움 선수단이 2일 고척 SSG전 종료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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