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초 여성 복싱 메달' 임애지의 외침 "올림픽 외 많은 대회 있다는 걸 알아달라" [파리 2024]

안호근 기자  |  2024.08.05 07:04
임애지가 4일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4강전을 마치고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4강전에서 링에 올라 경기를 준비하는 임애지. /사진=뉴스1
더 높은 곳을 바라봤지만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 또한 충분히 값진 성과다. 임애지(25·화순군청)가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임애지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4강전에서 해티스 아크바스(튀르키예)에게 2-3으로 판정패했다.

상대는 2022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이었지만 금메달을 목표로 외쳤던 임애지는 팽팽하게 맞서 싸웠다. 5명의 심판 중 2명은 임애지가 우세했다고 판정했으나 2-3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뉴시스와 뉴스1에 따르면 경기 후 임애지는 "이에 대해 임애지는 "100점 만점에 60점을 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내가 상대 선수보다 부족해서 졌다"며 "판정은 경기의 일부이고 제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깔끔하게 타격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덤비지 않고 기다리며 타격하는 전략을 짰는데 (1라운드에서 2-3으로 밀리고 있으니) 한순철 코치님이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자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열심히 공격했고 내가 이길 거라 예상했는데 패했다. 전체적으로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임애지의 동메달은 한국 올림픽 도전 역사를 새로 쓴 결과다. 올림픽 복싱 종목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4강전 패자 두 명에게 모두 동메달을 수여한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여자 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올림픽에서 한국 여성 복서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건 임애지가 최초다.

임애지(오른쪽)가 4강전에서 해티스 아크바스를 상대로 펀치를 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판의 판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임애지(오른쪽). /사진=뉴시스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땐 한 경기 만에 탈락을 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연전연승하며 4강까지 진출했고 전 세계 챔피언을 위협했다. 임애지 스스로도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대회였다. 스스로도 "이번 파리 올림픽은 나 자신의 가능성을 본 무대"라고 힘줘 말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러보는 평소 경험해보지 못했던 무대에 오른 임애지는 "경기장 분위기가 정말 최고였다. 내 이름을 불러줬을 때 정말 행복하고 짜릿했다"면서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응원을 받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엔 그런 환경이 없는데, 혼자 있더라도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아가 "앞으로 다른 선수들이 '임애지와 맞붙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성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제는 4년 뒤 로스엔젤레스(LA) 대회 출전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8 LA 대회에 복싱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지 않고 보류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애지는 "4년 뒤 올림픽에서 복싱 종목이 빠진다면,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훈련하다 보면 4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올림픽만 무대가 아니다. 우리 선수들은 작은 대회부터 열심히 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외에도 많은
대회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시상대에 올라 미소를 짓는 임애지. /사진=뉴시스
올림픽 사상 한국 여자 복싱에 첫 메달을 안긴 임애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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