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공개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은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전쟁을 그린다.
'흑백요리사'는 공개 첫 주 만에 총 38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9월 16일~22일 기준) 또한 '흑백요리사'는 모로코,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총 18개국에서 톱10 리스트에 진입했다. 또한 플릭스 패트롤(FlixPatrol)에서도 '흑백요리사'는 지난주 넷플릭스 TV 쇼 부문 4위를 기록했고, 국내에서는 9월 18일부터 24일까지 7일 연속 TV 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엄청난 실력을 갖춘 100인의 요리를 심사하기 위해선 명확한 기준을 가진 심사위원이 필요하다. 제작진 눈에 든 사람은 백종원과 안성재였다. 백종원은 '대중 음식' 최전방에 있는 사람이다. 그가 대표 이사로 있는 더본코리아는 짜장면, 우동, 포차 등 접근성이 쉬운 식당 브랜드를 갖고 있다. 또한 그의 대표작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tvN '장사 천재 백사장',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으로, 길거리 음식 및 장사의 '장인'이라 불린다. 안성재는 '미슐랭 3스타' 셰프이자 고급 음식을 내놓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주인이다. 해외에서 요리 공부를 오래한 그는 이미 여러 레스토랑 셰프들의 우상이다.
겉모습도, 걸어온 길도 다른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다. 그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심사의 판가름이 되는 건 요리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백종원은 평소에도 '한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세운 만큼, 어떻게 하면 외국인이 한식을 잘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 이 기준 아래 진행된 심사는 백종원이 예능인이 아닌 '요리연구가'란 사실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안성재는 한 입 맛 본 순간부터 혀끝으로 요리 과정을 돌이켜 봤다. 이때 한 부분이라도 틀린 걸 감지하면 그대로 탈락시켰다. 여기서 "채소의 익힘 정도가..", "EVEN(고루)하게 익지 않았어요"라는 등 심사평은 온라인상에서 '밈'이 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흑백요리사'는 참가자들도 심사위원 만큼 독특한 캐릭터성을 보였다. 전문적인 배움 하나 없이 만화로 요리를 공부하는 '만찢남', 철가방 들고 배달부터 시작했다는 '철가방 요리사', 오랫동안 초등학교 급식을 책임진 '급식대가' 그리고 여경래 셰프의 제자인 '중식 여신', 비빔밥으로 모든 요리사를 하나로 만든 '비빔 대왕' 등 다들 정체성이 뚜렷하다. 또 최현석, 에드워드 리, 오세득, 이영숙, 파브리 등 이름만 들어도 감탄을 자아내는 셰프들도 등장했다.
흑수저는 흑수저답게, 백수저는 백수저답게 미션을 진행하며 드라마 같은 서사를 써 내려갔다. 대단한 경력을 가진 여경래 셰프는 '흑수저' 철가방 요리사에게 패배하는가 하면 이영숙 셰프는 국 한 그릇으로, 산해진미가 담긴 요리를 단숨에 꺾었다. '흑수저' 트리플 스타는 백종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듯한 발언으로 비호감을 샀으나 바로 다음 회차에서 똑똑하게 미션을 플레이해 이목을 끌었다. 최현석 셰프는 팀 미션에서 자신보다 더 높은 경력을 가진 요리사들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 박수받았다.
심사위원, 참가자, 서사. 모든 게 완벽한 '흑백요리사'가 대중성을 갖게 된 결정적 요인은 역설적이게도 MC의 부재다. 우리가 늘 보던 요리 서바이벌에선 MC가 심사위원과 참가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MC는 참가자의 실력을 가늠하는 심사위원, 날 선 참가자들 사이 분위기를 풀고 프로그램을 이끈다. MC는 주로 참가자들이 요리할 때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몇 분 남았다"고 압박하기도 한다. 이에 참가자들은 예민해지고 날카로운 말을 뱉는다. 이런 상황이 60분간 이어지고, 압박감에 못 이겨 탈주하는 시청자가 종종 등장한다.
MC가 없는 '흑백요리사'는 간단한 상황과 주제만 주어지고 참가자들은 그대로 따른다. 설사 누군가와 갈등을 일으키고 긴장된 상황을 연출해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빠른 호흡에도 모든 장면을 놓치지 않고 흡수한다. '흑백요리사'는 이미 '백수저'와 '흑수저'로 계급이 나뉘어 압박을 주고 있다. 아마 MC가 있었다면, 시청자들은 더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흑백요리사'는 이제 막 중반에 접어들었다. 과연 영광의 1위를 거머쥔 셰프는 누구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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