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구혜선이 어린 시절 데뷔해 20년 넘게 연예인으로 살아가며 겪었던 여러 일들에 대해 담담하게 털어놨다.
구혜선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의 한 인터뷰룸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감독 구혜선의, 인간 구혜선의 이야기를 전했다.
구혜선은 올해 단편 형식의 영화 '스튜디오 구혜선'을 통해 부산을 찾았다. '스튜디오 구혜선'은 뮤직 드라마 형태의 다큐멘터리로 2012년 구혜선이 제작, 감독한 장편영화 '복숭아나무'를 배경으로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낸 '복숭아나무'가 '그리고 봄'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구혜선이 직접 작곡한 피아노 뉴에이지 음악을 기반으로 만들고 있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축소한 러닝타임 15분의 단편영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에서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 행사 등을 통해 직접 관객을 만난다.
구혜선은 벌써 여러번 자신의 영화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구혜선은 배우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 영화제를 찾는 것이 익숙하다며 미소 지었다.
구혜선은 "제가 단편 영화 할 때면 신인 배우들이 자기 프로필과 영상을 SNS로 보내준다. 마지막 작품 캐스팅은 그렇게 했다. 그렇게 저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너무 고맙다. 유명한 배우는 제가 제안 하고 거절 받아야 되니까 쉽지 않다"라며 "하지만 저도 이제 마흔이다. 마흔부터는 '노빠꾸'다.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여기서 승부를 봐야 돼'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해온 일을 가지고 비전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한다"라고 말했다. 구혜선은 "제 개인사와 시끄러운 일들로, 내가 무너진 것 같았다. 내가 열심히 해왔던 모든것들, 커리어를 만들고 싶었고 나 스스로를 고문해가면서 어렵게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같았다"라며 안재현과의 이혼을 언급했다.
구혜선은 "그런데 학교로 돌아가서 어린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에너지를 받았고 다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아 내가 졸업했다'라는 생각도 들고 주변 이야기에 팔랑거리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또 구혜선은 최근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 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하며 "제가 잘 모르는 공부를 하니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학교에 가면 다들 태블릿을 써서 공부하는데 저는 종이로 한다. 4주치 프린트만 엄청 쌓였다. 영상과 음악에 관련된 쪽을 하고 싶어서 고민하고 있다. 제가 늦게 공부를 하다보니 학부에 다닐때도, 제가 필요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니까 괜찮았다. 그런데 대학원은 다들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공부가 쉽지 않다. 중간고사를 보고 나니 '이거 틀렸다' 하는 예감이 싸하게 들었다"라고 웃었다.
이어 구혜선은 "2020년 코로나 때 학교에 돌아가서 풀로 4년 학교를 다녔다. 저는 복학이 아니라 재입학 수준이다. 그 시기가 저에게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때가 아니면 공부에서 멀어질 것 같으니 해야 될 것 같았다. 내가 영화일도 하고, 연기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의 비전이 어디있을까 고민했다. 전시도 그렇고 미디어아트를 학문으로 융합해서 푸는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라며 "제가 공부하면서 의외였던 것은 제 (대학교) 성적표를 보고 사람들이 놀라더라. 저를 달리 보는 것 같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지만, 다들 공부를 하고 성적을 신경 쓴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싶었다. 태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실한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뿌듯했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공부한 것은 아닌데, (성적이) 나라는 사람을 재평가 하는 기회가 된 것이 뿌듯한 기분이었다"라고 밝혔다. 앞서 구혜선은 성균관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구혜선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지난 이야기들도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 했다. 이제 '불혹의 마흔'이 됐다고 웃는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는 "저는 굉장히 악플이 많이 달리는 편인대, 성적표 이야기에는 악플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하고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성실해서 대중이 다시 봐주는구나 싶더라. 그런데 저는 잘한 것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지금까지 뭐든지 열심히 했다. 그런데 연기자는 그런걸로 보지 않고 생김새나, 말이나 표현으로만 판단하더라. 대중은 저를 성격이 까칠하거나 공주님 같은 이미지로 보는 것 같은데 실제로 저는 전혀 그런 성격이 아니다. 그러니까 영화도 만들고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제가 영화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고 전시하는 것도, 연예인이니까 쉽게 한다는 편견도 있다. 물론 진입이 쉬울 수도 있다. 그런데 그림을 보여주고 또 다른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저도 용기를 내야하는 일이다. 쉽게 진입하더라도, 평가 받는 건 참 어렵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그는 "어릴 때는 외모에 대한 악플이 달리고 하는 것이 창피했다. 지금은 그냥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창피했을까' 생각하곤 한다. 20대에는 외모, 몸매에 대한 조롱이 참 쑥스러웠다. 잘 못 찍힌 사진 하나로 내가 평가 받는 것들이 힘들었다. 지금은 그런 것에서 관심을 좀 내려놨다"라며 "관심 받는 것은 사실 좋다. 그런데 그 관심이, 내가 원하는 관심이 아닌 것이 다르다.(웃음) 내가 원하는 관심은 나의 작품, 내가 하는 일들 같은 것인데 사람들은 그런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보통 그저 나의 외모에 관심이 있다. 대중의 관심은 연예인의 성형, 다이어트, 결혼 같은 같다. 참 너무 감추고 싶은 것들에 관심을 준다"라고 밝혔다.
구혜선이라는 사람 자체를 컨텐츠로 소비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는 "드라마는 몇 개가 망했는데 구혜선 짤은 망하지 않는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연기하면서 몇 천개의 씬을 찍었는데, 30초의 그 굴욕적인 장면만이 배우 구혜선이 돼 버리면 속상하기도 하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예전에는 성적인 것으로도 많이 소비 돼서 수치심이 들기도 했다. 내가 잘못한게 아닌데, 왜 내가 이런 대상이 돼야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라고 회상했다.
구혜선은 "저는 사실 평정심을 잘 찾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연애만 하면 평정심을 잃어버린다. 냉정을 잘 유지하다가도 사랑에는 겁이 없다. 제가 예전에 만났던 친구들은 그들이 조심하고 몸을 사렸지, 저는 숨긴적도 없다"라며 "그런데 사실 나중에 그런 친구들이 다 성공해 있더라. 그런거 보면서 배우기도 한다"라고 웃었다.
끝으로 구혜선은 "저는 아마 메이저나 상업 영화는 못할 것 같다. 그런 작품이 아닌데도, 이렇게 영화제에 초대해줘서 감사하다. 또 이렇게 제 이야기를 인터뷰 해주는 것도 감사하다"라며 "저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를 이룬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라는 목표, 전시라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고 있는데 이제는 다시 제 꿈이 뭘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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