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수호신 박영현(21)이 연투와 연이은 박빙에서의 등판에도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5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LG에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플레이오프(PO) 진출 확률 87.9%를 잡았다. 역대 33번 열린 KBO 준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포함)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로 진출한 것은 29차례에 달한다.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승리 팀이 15번 중 11번(약 73.3%)을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이날도 마지막 순간 마운드에는 박영현이 있었다. 그는 KT가 3-2로 앞선 9회 말 등판해 문보경을 중견수 뜬 공으로 잡았다. 까다로운 오지환을 볼넷으로 피해 갔다. 김현수를 중견수 뜬 공으로 잡고 2루 도루를 시도하는 오지환을 포수 장성우가 잡아내면서 공 14개로 또 한 번의 세이브를 해냈다.
경기 후 만난 박영현은 "일단 첫 타자를 잘 잡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삼진을 잡고 싶었는데 (문) 보경이 형이 잘 치는 타자라 그렇게라도 마무리돼서 다행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지환 선배님에게는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 좀 피했다. 다음 타자를 잘 막으면 된다는 생각이어서 내 공만 확실하게 던지려 했다. 김현수 선배님은 잘 쳤는데 코스가 안 좋았다. 수비 위치가 좋았고 나도 힘 있게 던져서 그런 타구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9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된 연승가도다. 올해 정규시즌을 72승 2무 70패로 마친 KT는 9월 마지막 주부터 SSG 랜더스와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9월 27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부터는 한 경기라도 지면 가을야구에서 탈락하는 긴장감 속에 살았다.
연전연승에도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9월 27일 경기는 8:7, 9월 28일 수원 키움전은 10:7로 승리했다. 10월 1일 SSG와 KBO 최초 5위 결정전에서는 8회까지 지고 있다가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고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원정에서만 2경기를 치러야 하는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1차전 4:0, 2차전 1:0 승리로 KBO 최초 5위 팀 업셋을 이뤄냈다.
이에 박영현은 "한 경기, 한 경기 간절하게만 하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매 경기 긴장은 되지만, 그래도 이겨야 하는 경기라 열심히 던지려 하고 있다. 나도 마무리를 맡아 매듭을 잘 지으려 열심히 했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투수 형들이 열심히 해주시고 그런 게 잘 맞아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그렇다 보니 팀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다. 투수들도 해보자는 분위기고 타자들도 잘해주고 있다. 컨디션도 제일 좋다"고 강조했다.
박영현이 등판할 때마다 상황은 쉽지 않았다. 박영현은 9일간 치러진 6경기에 모두 등판해 6⅓이닝 동안 실점과 볼넷 없이 삼진만 5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6경기 총투구수는 97구였고 1점 차 이내에 등판한 것이 4차례였다. 화끈하게 나오지 않는 득점 지원에 이강철 KT 감독도 경기 전 "이길 수 있는 점수만 내는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을 정도.
하지만 수원의 수호신은 의연했다. 박영현은 "그런 것(득점 지원)이 중요한 건 아니다. 타자들이 4점 내면 투수들은 3점까지만 내주고 막으면 되고 (어떻게든)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담감은 거의 없다. 긴장만 되고, 그 긴장감도 첫 타자를 잘 잡으면 사라진다. 중요한 상황이 되면 오히려 더 끓어오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규시즌 66경기보다 한 경기, 한 경기 승리가 중요한 지금을 즐기고 있었다. 박영현은 "수많은 경기를 했지만, 이렇게 짜릿한 경기는 몇 경기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짜릿한 경기를 많이 할 수 있게 팀에 보탬이 되려 한다"며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LG에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더 잘하려고 한다. 팀 분위기도 좋아서 LG는 꼭 잡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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