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의 케빈 에이시 기자는 7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중요한 오프시즌에 돌입하는 김하성의 흥미로운 전개"라며 "김하성이 (계약 등에서) 자신을 대리하기 위해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고용했다. 김하성은 2025년 거절할 가능성이 높은 상호 옵션 조항이 있다. 어깨 수술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FA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하며 4+1년 최대 3900만 달러(524억원) 계약을 맺었다. 4년 계약이 마무리됐고 2025시즌에 대한 상호 옵션을 가지는데 김하성과 구단 모두 동의할 경우 700~800만 달러를 받고 팀에 남게 된다. 반면 한쪽이라도 이를 거절할 경우엔 200만 달러의 바이아웃을 받고 FA 시장에 나설 수 있다.
지난 8월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안타를 때려낸 뒤 상대 투수 견제에 1루로 귀루하던 김하성은 오른쪽 어깨를 다쳤고 재활이 길어지더니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복귀 일정도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이미 수비 능력이 검증이 된 젊고 발까지 빠른 유격수 자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운 상황이다.
더구나 MLB 팀들에게 '악마 에이전트'라 불리는 스캇 보라스는 연장 계약보다는 FA를 통해 선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일가견이 있기에 대다수의 미국 매체들은 김하성이 FA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수많은 대박 계약을 이끌어냈던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는 지난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1519억원) 계약 잭팟을 터뜨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도 에이시의 발언을 인용하며 "김하성은 아마 FA 시장에 나설 것"이라며 "김하성은 평균적인 공격 수치를 가진 엘리트 수비수이다. 2022년 풀타임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뒤 김하성은 타율 0.250, 출루율 0.336, 장타율 0.385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 타자들보다 좋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하성은 또한 올 시즌 내내 타석에서 최고의 규율을 보여줬다. 16.4%의 낮은 삼진율과 12.3%로 볼넷률을 기록했다"며 "지난 2시즌 동안 74차례 도루를 시도해 60개를 성공시켰다"고 설명했다.
수비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 매체는 "그의 공격 수치는 견고하지만 수비는 다른 모든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그의 수비는 아마도 그의 새로운 클럽의 주요 판매 포인트가 될 것이다. 김하성의 다재다능함은 그가 2루수, 3루수, 유격수 어디에서든 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게끔 한다"고 호평했다.
다만 김하성의 어깨 수술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매체는 "(새) 구단의 다년 계약을 가로막는 유일한 건 오프시즌 어깨 수술이다. 이는 관심 있는 팀들로선 우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수술이 걸림돌이 된다면 과거 스캇 보라스의 고객인 다른 여러 선수들처럼 고액 연봉의 단기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은 맷 채프먼(31)은 대형 장기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3년 5400만 달러(726억원)에 사인했다. 다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계약엔 매 시즌 종료 후 다시 F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담겨 있었다. 올 시즌 27홈런을 날리며 기대에 부응한 채프먼은 시즌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초 6년 1억 5100만 달러(2030억원)에 연장 계약을 맺었다. 올해 연봉 1800만 달러를 받았던 채프먼은 결국 7년 1억 6900만 달러(2272억원) 계약을 맺은 셈이 됐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채프먼의 에이전트가 바로 보라스라는 점이다. 심지어 다시 FA 시장에 나와 더 높은 계약을 이끌어낼 수도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 생활에 대한 채프먼의 만족도가 컸고 결국 연장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김하성으로서도 수술로 인해 장기 계약이 쉽지 않다면 충분히 단기계약을 통한 'FA 재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매체는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마지막 경기를 이미 치른 것처럼 보인다"며 FA 선언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가운데 김하성의 차기 행선지로 거론되는 구단이 있다. 바로 이정후(26)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다. BVM스포츠는 7일 "SF가 수술 후 FA 시장에 나올 김하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중앙 내야수가 필요한 샌프란시스코는 외야수 이정후와 밥 멜빈 감독과 김하성의 이전의 관계로 인해 아마 그를 타깃으로 삼을 것이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김하성의 어깨 수술 회복 기간은 일반적인 10~12개월보다는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샌프란시스코는 중앙 내야수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김하성이 수술 후 회복하고 FA에 나오면 그와 논의를 시작하고 협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그들의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 수술로 인해 시장 진출이 늦어질 수 있지만 김하성의 전반적인 기술과 자이언츠(일원들)와 그의 과거 관계는 샌프란시스코가 중앙 내야수 보강을 하는데 있어 상당한 관심을 보일만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김하성은 2021년 MLB에 진출한 뒤 멜빈 감독이 샌디에이고의 지휘봉을 잡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었고 그해 내셔널리그(NL)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3인에 오르더니 지난해엔 아시아 선수 최초 내야수(유틸리티)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152경기 출장에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3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9 모두 커리어 하이였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의 활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김하성 또한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로 여기고 있다.
이정후와 호흡을 말할 것도 없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4년, 대표팀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 이정후와 김하성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샌프란시스코의 센터 라인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긴다. 무엇보다 김하성이 이정후와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다면 한국 야구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수 있다. 본격적인 스토브리그 개막을 앞두고 벌써부터 김하성의 차기 행선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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