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65구' 던졌는데 하루 쉬고 또 등판 '무슨 이런 외국인이 있나'... "내일도 나오나요?"→"물론이죠!"

수원=양정웅 기자  |  2024.10.09 07:01
LG 에르난데스가 8일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경기를 마무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사령탑이 "99% (기용을) 참을 거다"는 말을 할 정도로 많은 투구를 했는데, 결국 위기상황에 또 마운드에 올랐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LG 트윈스)가 팀을 구해냈다.

에르난데스는 8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에서 팀이 6-5 한 점 차로 앞서던 9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1승 1패로 맞서던 LG는 이날 박동원(2회 1점)과 오스틴 딘(5회 3점)의 홈런이 터지면서 6-3으로 앞서고 있었다. 선발 최원태가 2⅔이닝 3실점(2자책)으로 조기강판됐지만, 뒤이어 올라와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른 좌완 손주영이 5⅓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대활약했다.

9회 말, LG는 마무리 유영찬을 투입했다. 최근 부친상을 당하며 1차전을 나오지 못했던 그는 2차전에서 1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으로 복귀를 알렸다. 그러나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맞은 데 이어 보크로 주자를 2루로 보냈다. 여기서 7번 배정대에게 중견수 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맞아 한 점 차로 쫓기게 됐다.

그러자 LG는 투수를 에르난데스로 바꿨다. 그는 첫 상대였던 대타 천성호를 상대로 1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9번 대타 김민혁마저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를 유도해 끝내 세이브를 따냈다.

사실 이날 에르난데스는 등판할 가능성이 낮았다. 1차전 2이닝 27구, 2차전 1⅔이닝 38구를 던지는 등 이틀 동안 3⅔이닝 65개의 공을 던지고 단 하루를 쉬었기 때문이다. 이에 염경엽 LG 감독은 3차전 시작 전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어설프게 써버리면 4, 5차전이 어려워진다"며 "오늘은 99% (투입을) 참을 거다"고 말했다.

LG 에르난데스(오른쪽)가 8일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경기를 마무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하지만 염 감독은 경기 전 에르난데스에게 "꼭 이겨야 되는 상황이면 나갈 수도 있다"고 전했고, 에르난데스 본인도 경기 전 캐치볼을 하면서 팔 상태가 나쁘지 않아 오케이 사인을 냈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에 나가서는 볼을 받은 포수 박동원이 "(공이) 좋았다. 역시 메이저리그 출신이다"고 말할 정도로 좋은 공을 뿌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에르난데스는 "불펜에 전화가 걸려올 때부터 '이제 내가 나가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피로도에 대해서는 "정신적으로는 준비가 됐는데, 그동안 좀 많이 던지고 해서 피곤하다"면서도 "등판하니 전반적으로 느낌은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에르난데스는 이미 이전부터 경기를 보며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는 "스스로에게 이 게임은 내가 마무리짓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오늘 게임을 이기고 싶었고, 포스트시즌에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그런 마음으로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만약 4차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면 에르난데스는 마운드에 오를까. 질문을 곰곰히 듣던 그는 "물론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기고 있으면'이라는 전제를 단 그는 "마음은 그렇게 하고 싶은데, 트레이닝 코치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며 "선수로서 내 몸을 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현명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LG에서만 6시즌을 뛰며 장수 외국인으로 활약한 케이시 켈리의 대체선수로 한국 무대에 합류했다. 상황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3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02의 성적을 올렸다. 정규시즌에서는 확실한 안정감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가을야구에서 에르난데스는 팀의 불펜진을 지탱하고 있는 핵심 자원이 됐다.


LG 에르난데스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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