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에 4-1로 승리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이로써 2002년 한국시리즈 이후 22년 만의 LG와 삼성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이 성사됐다. 당시 LG는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과 마해영의 끝내기 백투백 홈런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었다. LG에는 모처럼 찾아온 설욕의 기회다.
이날 승부처는 LG가 3-0으로 앞선 7회초였다. 6회까지 80구로 KT 타선을 단 2안타로 막아내던 선발 투수 임찬규가 갑자기 흔들렸다. 선두타자 장성우에게 안타를 맞고 강백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황재균의 타석에서 LG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을 투입했다. 처음에는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무사 만루 위기.
경기 후 만난 손주영은 "초반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머리가 빨리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잡으려고 했는데 마지막 공이 조금 높았다"고 위기의 순간을 돌아봤다.
이때 손주영의 눈에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동료 에르난데스가 들어왔다. 올 시즌 LG의 외국인 1선발로 활약한 에르난데스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뒷문이 헐거워진 LG의 고육지책이었다.
결과적으로 에르난데스의 불펜 투입은 성공적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앞선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 모두 등판해 6⅓이닝 무실점으로 LG의 뒷문을 틀어막았다. 그 과정에서 홀드와 세이브를 각각 하나씩 챙기기도 했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이 에르난데스의 5차전 투입도 예고한 상황. 그에 따라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 5일 동안 101구를 던진 에르난데스였기에 최대한 적게 던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걸 깨달은 손주영이다. 손주영은 "타자를 1루로 보내는데 (불펜에서) 엘리(에르난데스의 애칭)가 팔을 풀고 있는 게 보였다. 코치님도 올라왔는데 스스로 '이건 안 된다. 무조건 내가 2이닝을 던져야 한다' 생각이 들어 엄청나게 세게 던졌다. 정말 집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때부터 손주영의 피칭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고 시속 148㎞의 공을 여러 차례 던지면서 대타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배정대의 1루 땅볼 타구 때 3루 주자 장성우의 득점을 허용하긴 했으나, 아웃 카운트를 올렸고 오윤석에게는 또 한 번 삼진을 잡아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손주영의 포효도 LG 더그아웃의 기세를 올렸다. 손주영의 낙차 큰 커브에 오윤석의 방망이가 헛돌자, 그는 LG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했고 이를 임찬규도 똑같이 받았다. 이에 손주영은 "엄청 짜릿했다. 살면서 제일 짜릿한 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나왔는데 (임)찬규 형도 하고 있었다"고 웃었다.
8회 피칭은 더 위력적이었다. 선두타자 심우준을 시속 146㎞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대타 문상철을 초구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마지막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상대로는 낙차 큰 포크와 커브를 빠른 공과 섞어 던지며 4번째 삼진을 올렸다. KT 추격 의지마저 꺾은 2이닝 무실점 쾌투였다.
덕분에 에르난데스는 9회 등판해 공 16개만 던지면서 두 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에르난데스는 이번 등판으로 준플레이오프 전 경기 출장에 성공하면서 KBO 외국인 최다 경기 출장(5경기)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그전까지 원종현(NC) 등 4명의 국내 선수만 달성한 기록이다.
경기 후 LG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의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마침내 가을야구에서 선발로 나서는 손주영이다. 그는 "이번에 불펜으로 등판하면서 불펜 투수들이 정말 힘들다고 느꼈다"며 "일단 내 자신도 기세가 너무 좋다고 느낀다. 이틀 쉬어서 걱정했는데 공의 힘도 좋은 것 같다. 3차전에서 64개 던지고 팔이 많이 뭉쳐 있었는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많이 도와주고 내가 다니는 한의원 원장님도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은 팔이 쌩쌩하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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