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던 네 사람은 어느 날,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인간의 가식적인 모습들, 민낯들, 감춰졌던 얼굴들이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간다.
범죄 영상을 보며 대리 희열을 느끼던 두 명의 10대 청소년, 두 사람은 한 노숙인을 무참히 폭행하고, 그 현장이 CCTV에 찍혀 온라인에 공개된다. 노숙인은 의식이 없는 상태고, 그의 억울함을 호소할 가족은 오로지 노모뿐이다. 목격자도 없어 경찰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 속 부모들은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이렇듯 '보통의 가족'은 '만약 내가 부모라면?'이라는 가정하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분)는 한 배에서 나왔지만, 서로 전혀 다른 기질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각각 모범생 딸과 학교폭력 피해자인 아들을 두고 있는 두 사람은 같은 출발점에서 전혀 다른 목적지로 향하게 된다. 정해진 답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깊게 고민하다 보면 관객들 또한 두 사람의 전혀 다른 선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될 터다.
영화의 흐름은 어렵지 않다. 다만, 이 과정을 겪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다. 인간의 가식적인 모습과 민낯, 감춰놨던 얼굴이 드러나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네 배우의 연기 또한 빛난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그리고 수현까지 깊이 있는 연기 내공을 선보이며 폭넓은 감정선으로 극을 가득 채운다. 특히 세 번의 식사 장면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복잡미묘한 감정 연기가 압권인데, '심리 액션'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진지하고 심각한 인물들의 행동에서 의도치 않은 웃음이 터지기도. 엔딩 크레딧이 흘러나올 때는 충격과 고민이 섞인 정적이 흐르고, 러닝타임 내내 영화가 던진 '과연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곱씹게 될 작품이다.
한편 '보통의 가족'은 오는 16일 개봉. 러닝타임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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