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포문을 연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연출 조웅, 극본 최보림, 제공 SLL, 제작 하이지음스튜디오, 221b)에서는 성인용품 방문판매를 통해 한정숙(김소연), 오금희(김성령), 서영복(김선영), 이주리(이세희)가 '씨스터즈' 4인방으로 뭉치게 된 과정이 그려졌다. 이들은 그저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서 제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고리타분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방문 판매를 시작했지만, 꽉 막힌 세상 속에서 시대를 앞서간 물건을 판매하는 건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일이었다.
금제 고추아가씨 진 출신의 곱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정숙은 '남편 뽑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곱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남편 권성수(최재림)는 돈벌이도 시원치 않고 맨날 사고만 치고 다녔다. 그래서 국민학교 입학한 아들 새 책가방 사주고 월세라도 내려면 정숙도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월급 받는 일을 하고 싶어도, 영수증 계산하는 일조차도 미혼 여성만 뽑았던 게 당시 풍토였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었다.
출퇴근 자율에 월 50만원을 보장한다는 성인용품 판매도 그래서 시작했다. 하지만 능력도 없으면서 '정숙한 아내'만을 강요하는 성수는 심지어 "매춘도 사업이냐"고 힐난했다. 그러더니, 정숙의 친구 성미화(홍지희)와 부적절한 관계까지 가졌다. 동네 사람들도 수근거리긴 마찬가지였다. "해괴망측한 물건 팔다가, 남편하고 대판 싸우고, 남편이 가출했다. 어느 남자가 그 꼴 참고 보겠냐"는 오해도 받았다.
금희는 그 시절 '아씨' 소리 들으며 곱게 자라, 이대 영문과까지 나온 엘리트였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집안의 주선으로 만난 약사 최원봉(김원해)과의 결혼 엔딩. 남편 따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금제에 내려온 금희는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을 이어갔다. 그런데 자신을 그렇게 만든 남편이 이제 와서 "진취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이 되라"고 강요했다. 원봉이 약국 확장을 하려면 건물주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금희가 나서서 건물주 아내의 마음을 구슬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소리였다. 그러더니 성인용품 판매에 대해선 "안 하던 짓 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다.
유일하게 남편 박종선(임철수)의 방판 응원을 받은 영복도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나왔다. 아이 넷 낳고 퍼진 엉덩이를 보고도 "마돈나보다 섹시하다"며 들이대는 사랑꾼 종선. 하지만 일자리도 못 구할 정도로 무능력했다. 그러면서 "사주를 봤는데 당신이 우리 집안 일으킨다고 해서, 연상에 기가 세도 좋았다"며 영복을 부추겼다. "이렇게 힘이 안나는 응원은 머리털 나서 처음"이라고 영복이 자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차밍 미장원 운영 중인 주리는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 당시 패션의 최첨단을 걸으며 화려하고 타이트한 스타일링을 즐기다 보니, "단정하게 입고 다니면 안 되겠냐"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다운 옷차림을 강요하는 편견의 시선과 음흉한 눈길을 받는 일이 주리에겐 다반사였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유와 편견 속 '성인용품 방문판매'를 시작한 4인방. 그것도 1992년은 '성(性)'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던 시절이었으니, 금제라는 시골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지난 2회에서 네 사람은 편견에 맞서 성공적인 방판을 해냈다. 자신조차 편견에 갇혀 성인용품을 창피해했던 정숙은 스스로 공부했고, 자율학습까지 한 후, 비로소 "이 사업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금희는 난생 처음으로 "그간 내 인생은 따분하기 짝이 없었는데 따분했다는 것도 이 나이 먹어서 알았다"며 원봉에게 맞섰다.
이렇게 힘을 합쳐, '저급한 물건'이라 괄시 받았던 성인용품을 고급화 전략으로 판매에 성공한 방판 씨스터즈. 그 속에서 나온 카타르시스는 방송 단 2회만에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시청자 군단을 양산했다. 이러한 반응은 시청률로도 이어졌다. 해당 장면이 2회 분당 최고 시청률 5.6%를 기록한 것. (닐슨코리아 제공, 수도권 기준) 그저 열심히 살고 있는 그들을 멋대로 무시하고 수근거리는 세상의 편견 앞에 서로에게 서로가 든든한 편이 되어준 '방판 씨스터즈'가 앞으로 또 어떤 편견을 부수며 나아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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