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1라운드 탈락을 겪은 한국 야구 대표팀. 여러 원인이 꼽히고 있지만, 사령탑이 제일 먼저 꺼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류중일(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8일 오후 12시(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호주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5-2로 승리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승리로 3승 2패가 된 한국은 일본(5승)과 대만(4승 1패)에 밀렸다. 이미 전날 두 팀이 이기면서 한국이 올라갈 경우의 수는 사라졌다. 결국 2위까지만 얻어갈 수 있는 슈퍼 라운드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류 감독은 대회 개막 기자회견에서 "작년 아시안 게임부터 대표팀 세대교체를 시작했다"면서 "2026 WBC, 2028 LA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젊은 친구들로 세대교체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하고 있고, 이번에도 젊은 선수들이 대회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국제대회는 결국 성적이 나와야 하는데, 한국은 이 부분에서 미흡했다. 대표팀은 13일 대만과 예선 1차전에서 3-6으로 패배했다. 선발 고영표(KT)가 2회 천천웨이에게 만루홈런, 천제시엔에게 2점 홈런을 맞아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게 컸다. 4회 2점을 올린 후 7회 나승엽(롯데)의 대타 홈런이 터졌으나 따라잡지 못했다. 이후 14일 쿠바와 경기에서는 김도영(KIA)의 만루포 포함 2홈런 5타점 활약 속에 8-4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15일 일본과 중요한 일전에서 다시 한번 3-6으로 지고 말았다. 1-2로 뒤지던 4회 박동원(LG)의 솔로포와 5회 대타 윤동희(롯데)의 적시 2루타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믿었던 불펜이 경기 중후반 실점하며 흐름을 내줬다. 한국은 다음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0-6으로 뒤지던 경기를 9-6 역전승으로 마무리해 실낱 같은 희망을 찾았다. 하지만 기적은 없었고, 결국 전 대회 준우승팀의 4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예선에서 한국 선발투수의 이닝 총합은 14⅓이닝이었다. 결국 총 43이닝 중 불펜이 ⅔인 28⅔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선발의 정확히 2배였다. 팀에서 2번째로 이닝을 많이 소화한 선수가 김서현(한화)과 유영찬(LG, 이상 4이닝)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류 감독은 앞서 도미니카공화국전을 앞두고 "계속 선발투수가 조금 빨리 무너지다 보니 중간에서 계속 과부하가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선발투수들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회이지 않나"고 말하며 "KBO 리그에서도 144경기에서 선발 6명, 7명씩 보유한 팀이 이긴다"고 했다.
물론 이번 대회에는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원태인(삼성)과 손주영(LG)이 부상으로 빠지는 불운도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는 이닝 소화를 잘 해줬던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흔들리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과거 국제대회에서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한 경기를 책임져줬다. 특히 한국 야구 최고의 성과로 손꼽히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당시에는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SG)이 각각 2경기에서 이닝을 많이 소화해줬다.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봉중근과 윤석민이 에이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1선발'이 보이지 않았다.
명 투수코치로 이름을 날린대표팀 최일언(63) 투수코치 역시 호주전 종료 후 "1선발은 국내선수가 차지한 상태에서 외국인 선수를 트리플A에서 데리고 와야 야구 레벨이 높아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전에는 각 팀 1선발인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이 외국인보다 잘 던졌다. 그런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국제대회 운영이 상당히 힘들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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