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3일 열리는 KBO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은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국대 유격수' 박성한(26)과 '우승 유격수' 박찬호(27)다.
당초 골든글러브 레이스에서 앞선 건 '우승 유격수' 박찬호로 보였다. 박찬호는 프로 11년 차를 맞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1120⅓이닝으로 유격수 최다이자, 포지션 불문 리그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134경기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성공률 60.6%), 출루율 0.363 장타율 0.386 OPS(출루율+장타율) 0.749, wRC+(조정 득점 생산력) 101.9를 달성했다.
그 활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져 5경기 타율 0.318(22타수 7안타) OPS 0.830을 마크, KIA의 12번째이자 7년 만의 우승에 일조했다. 특히 우승을 확정한 5차전에서는 2루타 2개 포함 6타수 3안타 1타점 맹타로 데일리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골든글러브 평가에 포스트시즌 활약은 포함되지 않지만, 그동안 기록상 박빙일 경우 그해 우승팀 선수가 좋은 평가를 받을 때가 있었다. 이른바 우승 프리미엄이다. 수비의 핵심으로 꼽히는 유격수의 경우 팀 성적에 기여하는 공·수 활약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박성한이 최근 24일 대만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맹활약하면서 강력한 수상 후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박성한은 이번 대회 주전 유격수로서 4경기 출장해 타율 0.357(14타수 5안타) 2타점 4득점, 출루율 0.438 장타율 0.500 OPS 0.938을 마크했다. 특히 16일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는 역전 2타점 3루타로 극적인 9-6 역전승을 이끌어 외신의 주목도 받았다.
뛰어난 활약에 골든글러브 수상 평가에 국가대표 성적이 포함되지 않음에도 '국가대표 프리미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다만 이 말은 골든글러브 평가에 있어 국가대표 활약이 직접적으로 반영된다기보단 그동안 잘 모르고 지나쳤던 박성한의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올해 박성한은 KBO 10개 구단 유격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저조한 팀 성적(6위)으로 인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유격수로서 리그 2위에 해당하는 1115이닝을 소화했다. 포지션 불문으로 따져봐도 리그 4위에 해당한다. 실책 수는 23개. 타격에서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137경기 타율 0.301(489타수 147안타) 10홈런 67타점 78득점 13도루(성공률 81.3%), 출루율 0.380 장타율 0.411 OPS 0.791, wRC+ 103을 기록했다. 내야 사령관의 뛰어난 공·수 활약은 SSG가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5강 경쟁을 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기록 면에서는 박성한이 우위다. 타율, 득점,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지표에서 앞선다. 뒤처지는 지표에서도 차이는 타율 0.301과 0.307, 78득점 대 86득점, 13도루 대 20도루로 크지 않다. 도루에서는 오히려 성공률에서 81.3% 대 60.6%로 앞서 팀에 기여했다.
무엇보다 박성한은 타율 0.301-10홈런으로 KBO 리그 단 10명뿐인 단일 시즌 타율 3할과 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 달성(규정 이닝 기준)한 유격수가 됐다. 유격수의 단일 시즌 타율 3할과 두 자릿수 홈런은 총 18차례 나왔고, 이종범(1994년, 1996년, 1997년), 강정호(2010년, 2012년, 2014년), 김하성(2017년, 2019년, 2020년)이 가장 많은 3차례 달성했다. 체력 소모가 가장 많은 포지션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도 콘택트 능력과 생산성을 모두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기록은 충분히 값어치 있다.
▼KBO 역대 타율 3할-10홈런 유격수 명단
이종범(1994년, 1996년, 1997년)
류지현(1994년, 1999년)
박진만(2001년)
틸슨 브리또(2000년, 2001년)
이범호(2004년)
김재호(2018년)
강정호(2010년, 2012년, 2014년)
오지환(2020년)
김하성(2017년, 2019년, 2020년)
박성한(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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