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오후 KIA 타이거즈와 광주광역시는 광주 금남로5가역부터 5·18민주광장까지 1.2㎞ 구간에서 'KIA의 한국시리즈 V12 우승'을 축하하는 카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이범호 감독을 포함한 KIA 타이거즈 선수단은 개방형 2층 버스를 타고 광주 도심을 천천히 이동했고, 수천 명의 시민들은 도로 양쪽 거리를 발 디딜 틈 없이 길게 늘어서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선수들을 환영했다.
차량의 종착지인 5·18민주광장에서는 이 감독의 감사 인사와 강기정 광주시장의 축하 인사 등 우승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어 타이거즈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팬들과 함께 'V12 타이거즈 페스타'도 성황리에 진행했다.
KIA의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는 1989년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 이후 35년 만이었다. 프로야구 우승팀의 카 퍼레이드는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자주 볼 수 있었다. 1983, 1989년 해태 타이거즈, 1984, 1992년 롯데 자이언츠, 1985년 삼성 라이온즈가 연고 지역 도심에서 선수단이 오픈카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했다.
그러나 2006년 삼성 라이온즈, 2008년 SK 와이번스를 끝으로 카퍼레이드는 자취를 감췄다. 2021년 우승한 KT 위즈가 카퍼레이드를 추진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됐다. 2023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고 서울시가 서울광장에서 우승 축하 행사를 검토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오래지 않아 우승팀 선수들이 오픈카를 타고 손을 흔들며 연고지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과 축하를 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월드시리즈가 10월 30일(현지시간)에 끝나고 우승팀 LA 다저스의 연고지인 LA에서 카퍼레이드가 11월 1일에 열렸다. 25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선수들이 감격할 정도였다.
필자는 200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카퍼레이드를 담당했다. 10월 31일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8일 만인 11월 8일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 출발해 문학야구장(현 인천SSG랜더스필드)까지 SK 와이번스 선수단이 오픈카 또는 도보로 이동했다. 당시 이만수 수석코치가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당시 불펜 코치)을 떠올리며 감격해한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SK의 카퍼레이드는 이번 KIA 타이거즈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다. 인천시에서 주최한 기념식을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야외광장에서 마치고 카퍼레이드 행렬이 출발했다. 그동안 SK 와이번스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과 공동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야외광장에서 행사를 자주 해 인천 야구팬들에게는 낯익은 장소였다.
카퍼레이드는 해병대 브라스밴드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동호회가 선두에서 길잡이를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고 '팬들과 함께하는 V2 축승회'가 준비된 문학야구장까지 이동했다. 이동 동선은 평소에 한산한 편이었는데 이날도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이동하는 동안에 산책하는 느낌이었고 팬들이 선수들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카퍼레이드라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주변을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성이 없었다.
이후 3차례 더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카퍼레이드는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카퍼레이드가 우리 사회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16년 만에 광주에서 다시 열렸고 성황리에 마무리돼 2008년 SK 와이번스의 추억을 소환해 봤다.
2008년은 KBO리그 총 관중이 525만 6332명이었고 2024년은 1088만 7705명이다. 그만큼 프로야구 열기의 차이가 있다. 올해처럼 1000만 관중을 넘어설 정도의 프로야구 인기라면 우승팀이 해당 지역의 도심에서 카퍼레이드를 필수적으로 추진해볼 만할 것 같다. 대신 카퍼레이드는 한국시리즈 종료 후 빠른 시일 이내에 진행해야 흥행에 유리할 것이다. 내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카퍼레이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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