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13일 서울특별시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SOL 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격전지로 예상된 포지션답게 접전이 펼쳐졌다. 총 유효표 288표 중 154표(득표율 53.5%)를 획득하면서 118표(득표율 41%)를 받은 박성한(26·SSG 랜더스)을 따돌렸다.
수상 후 박찬호는 "드디어 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가진 선수로서 큰 노력을 했고 오래 걸렸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몸과 마음을 만들어 준 부모님과 언제나 곁에서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들 그리고 본인의 딸보다 아들처럼 챙겨주시는 장모님도 감사드린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 시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 우승도 했고 유격수로서 받을 수 있는 상들 모두 받았다. 절대 안주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내년에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항상 어느 구장을 가더라도 원정이라는 느낌이 안 들고, 전혀 주눅 들지 않도록 열성적으로 응원해주는 KIA 팬들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박찬호는 리그 전체에서 2번째, 유격수로 가장 많은 수비 이닝(112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34경기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성공률 60.6%), 출루율 0.363 장타율 0.386 OPS(출루율+장타율) 0.749, wRC+ 101.9를 달성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 타율 0.318(22타수 7안타) OPS 0.830을 마크, KIA의 12번째 우승에 일조했다.
시상식 후 만난 박찬호는 "몸에 힘이 풀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긴장해서 목소리가 안 나오기도 했다"고 수상 직후 떨리는 감정을 전했다. 이어 "지난해는 정말 수상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말 그대로 존중의 의미로 왔던 거라 느낌이 달랐다. 내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기대가 안 되니까 더 긴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찬호에게는 지난해 유격수 부문 수상자 오지환(34·LG 트윈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오지환이 직접 마련한 꽃다발에 박찬호도 감격했다. 그는 "정말 멋있었다. 처음엔 (오)지환 선배도 받는 상이 있어서 오신 줄 알았다. 선배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오기까지 쉽게 수상을 예상할 수 없었다. 경쟁자 박성한도 만만치 않은 성적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기 때문. 박성한은 유격수 2위에 해당하는 1115이닝을 소화하면서 137경기 타율 0.301(489타수 147안타) 10홈런 67타점 78득점 13도루(성공률 81.3%), 출루율 0.380 장타율 0.411 OPS 0.791, wRC+ 103을 마크하며 타율, 득점,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지표에서 박찬호를 앞섰다.
신답초-건대부중-장충고를 졸업한 박찬호는 2014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데뷔 초에는 1할 타율에 머물며 수비형 유격수로 불렸으나, 어느덧 우승팀 유격수가 돼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박찬호는 "(실제로 들어보니) 많이 무겁다. 이게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되는데 난 그런 걱정은 없다. 이미 한번 건방 떨다가 나락을 가 봤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그걸 바탕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함께 경쟁한 리그 내 동료 유격수들을 향해서는 찬사를 보냈다. 박찬호는 "정말 다른 팀 유격수를 보며 보고 배울 점이 아직 너무나 많다. 항상 (오)지환이 형을 보면서 순간 대처하는 모습이나 타구를 유연하게 처리하는 방법 등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NC의 김주원 선수도 수비를 보면 정말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히 공격력은 몰라도 수비력에서는 우리나라 유격수들의 수준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도 수비로는 꿇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다른 유격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연구하고 따라 하고 내 몸에 맞게 입혀보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더 발전할 2025년을 기대했다. 박찬호는 "사실 골든글러브보다 수비상을 지키고 싶다. 내가 타격으로 승부를 보는 선수가 아닌 건 모두가 안다. 그렇기 때문에 골든글러브를 연속 수상하는 건 기대 자체를 안 한다"면서도 "내 나름대로 지표 발전을 위해서 매년 노력해서 꾸준하게 올리고 있다. 내년에도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을 낸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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