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GG에도 후배 '먼저 챙겼다' 박찬호 "(박)성한이 타격 이미 나를 넘어섰다,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2024 GG]

삼성동=김동윤 기자  |  2024.12.13 20:15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박찬호(KIA)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데뷔 11년 만에 골든글러브 수상 꿈을 이뤄낸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9)가 감격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박찬호는 13일 서울특별시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SOL 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격전지로 예상된 포지션답게 접전이 펼쳐졌다. 총 유효표 288표 중 154표(득표율 53.5%)를 획득하면서 118표(득표율 41%)를 받은 박성한(26·SSG 랜더스)을 따돌렸다.

수상 후 박찬호는 "드디어 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가진 선수로서 큰 노력을 했고 오래 걸렸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몸과 마음을 만들어 준 부모님과 언제나 곁에서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들 그리고 본인의 딸보다 아들처럼 챙겨주시는 장모님도 감사드린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 시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 우승도 했고 유격수로서 받을 수 있는 상들 모두 받았다. 절대 안주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내년에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항상 어느 구장을 가더라도 원정이라는 느낌이 안 들고, 전혀 주눅 들지 않도록 열성적으로 응원해주는 KIA 팬들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KIA 박찬호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OB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딸과 뽀뽀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올해 박찬호는 리그 전체에서 2번째, 유격수로 가장 많은 수비 이닝(112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34경기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성공률 60.6%), 출루율 0.363 장타율 0.386 OPS(출루율+장타율) 0.749, wRC+ 101.9를 달성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 타율 0.318(22타수 7안타) OPS 0.830을 마크, KIA의 12번째 우승에 일조했다.

시상식 후 만난 박찬호는 "몸에 힘이 풀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긴장해서 목소리가 안 나오기도 했다"고 수상 직후 떨리는 감정을 전했다. 이어 "지난해는 정말 수상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말 그대로 존중의 의미로 왔던 거라 느낌이 달랐다. 내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기대가 안 되니까 더 긴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찬호에게는 지난해 유격수 부문 수상자 오지환(34·LG 트윈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오지환이 직접 마련한 꽃다발에 박찬호도 감격했다. 그는 "정말 멋있었다. 처음엔 (오)지환 선배도 받는 상이 있어서 오신 줄 알았다. 선배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오기까지 쉽게 수상을 예상할 수 없었다. 경쟁자 박성한도 만만치 않은 성적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기 때문. 박성한은 유격수 2위에 해당하는 1115이닝을 소화하면서 137경기 타율 0.301(489타수 147안타) 10홈런 67타점 78득점 13도루(성공률 81.3%), 출루율 0.380 장타율 0.411 OPS 0.791, wRC+ 103을 마크하며 타율, 득점,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지표에서 박찬호를 앞섰다.

이에 박찬호는 "(박)성한이에게 고생했다면서 한번 안아줬다. 사실 나도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기대감 없이 왔음에도 돌아갈 때 조금 나 자신이 초라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될 것 같아 그냥 안아줬다"고 후배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성한이는 정말 좋은 선수다. 나이가 나보다 3살이나 어린데 타격 능력은 이미 나를 넘었다. 발전 가능성 역시 정말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왼쪽)와 박성한이 13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여해 미소 짓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신답초-건대부중-장충고를 졸업한 박찬호는 2014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데뷔 초에는 1할 타율에 머물며 수비형 유격수로 불렸으나, 어느덧 우승팀 유격수가 돼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박찬호는 "(실제로 들어보니) 많이 무겁다. 이게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되는데 난 그런 걱정은 없다. 이미 한번 건방 떨다가 나락을 가 봤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그걸 바탕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함께 경쟁한 리그 내 동료 유격수들을 향해서는 찬사를 보냈다. 박찬호는 "정말 다른 팀 유격수를 보며 보고 배울 점이 아직 너무나 많다. 항상 (오)지환이 형을 보면서 순간 대처하는 모습이나 타구를 유연하게 처리하는 방법 등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NC의 김주원 선수도 수비를 보면 정말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히 공격력은 몰라도 수비력에서는 우리나라 유격수들의 수준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도 수비로는 꿇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다른 유격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연구하고 따라 하고 내 몸에 맞게 입혀보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더 발전할 2025년을 기대했다. 박찬호는 "사실 골든글러브보다 수비상을 지키고 싶다. 내가 타격으로 승부를 보는 선수가 아닌 건 모두가 안다. 그렇기 때문에 골든글러브를 연속 수상하는 건 기대 자체를 안 한다"면서도 "내 나름대로 지표 발전을 위해서 매년 노력해서 꾸준하게 올리고 있다. 내년에도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을 낸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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