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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음주운전 사고가 터졌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소속사까지 나서 조직적으로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겼다. 그의 범죄 행각이 낱낱이 파헤쳐지면서 모방 범죄 우려까지 나왔다. 김호중은 국회가 본회의에서 일명 '김호중 방지법'을 통과시키며 '인과응보' 결말을 맞게 됐다.
◆ 거짓말 또 거짓말..음주 시인까지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4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 도주 후 현장을 벗어난 김호중은 소속사 직원과 통화 후 경기도 구리시 인근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가 사건 발생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그 사이 김호중의 매니저가 김호중과 옷을 바꿔 입고 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자수했다.
김호중은 사고 발생 전,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문 사실은 인정하나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제거하는 등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폐한 정황과 증거가 쏟아졌다. 그러자 줄곧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해오던 김호중은 사고 열흘 만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호중 소속사 매니저가 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이 차량 소유주가 김호중인 것을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추궁해 김호중이 뒤늦게 자신이 운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김호중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께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뒤늦은 사과를 전했다.
김호중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역시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김호중은 경찰에 자진 출석하여 음주운전 등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끝으로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거듭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음주운전, 운전자 바꿔치기 등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중에도 그는 예정된 콘서트 및 오케스트라 공연 등을 강행하며 뻔뻔한 행보를 이어가며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김호중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가 영장실질심사 직전까지도 공연을 강행하려고 했던 이유가 126억 상당의 공연 선수금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 구치소에 간 김호중, 반성 기미無..즉각 항소
김호중은 지난 6월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1차 공판 기일에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은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증거인멸,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받은 생각엔터테인먼트 본부장 전 모 씨도 함께 구속된 가운데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범인 도피, 증거인멸 혐의를 받은 매니저 장 모 씨 역시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김호중은 주취 상태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로 사고를 낸 데 이어 조직적 사법 방해 행위를 했다. 국민 공분을 일으킨 점을 참작했다"며 김호중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호중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지난 9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서도 "피해자에게 정말 죄송하고 반성한다. 그날의 선택을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열 번 잘하는 삶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삶 살아가려 노력하겠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후 지난 11월 13일 1심 재판부는 김호중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범인도피 교사 등 혐의를 받은 이 전 대표와 전 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장 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피해자 운전 택시를 충격해 인적 물적 손해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했다"며 "피고인이 이 씨와 전 씨와 공모해 매니저가 자신을 대신해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수하게 함으로써 초동수사 혼선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고, 전반적인 태도에 비추어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뒤늦게나마 사건 각 범행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점과 김호중은 피해자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이 양형 사유로 참작됐다. 하지만 김호중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검찰 역시 항소를 제기했다.
이 가운데 김호중은 구속 기간이 연장되면서 새해를 구치소에서 맞게 됐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은 지난 5일 김호중과 이 전 대표, 전 씨 등 3명에 대한 구속 기간 갱신 결정을 내렸다.
김호중은 지난 6월 18일 구속된 이후 8월과 10월 두 차례 구속기간이 연장됐다. 김호중 측은 지난 8월 발목 통증 등을 이유로 불구속 재판받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보석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선고 기일을 진행해왔다. 그러다 최근 다시 구속 기간을 연장하며 이들의 구속 상태를 유지했다.
◆ '김호중 방지법' 등장, 국회 본회의 통과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술을 더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그는 사고 직후 경기도 구리의 한 호텔로 이동해 호텔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캔 맥주 4캔을 직접 꺼내 구매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음주운전 후 추가로 술을 마셔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술타기' 꼼수로 수사에 혼선을 줬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실제로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으로 김호중의 정확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결국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만 기소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측정한 사고 당시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5% 이상이라는 감정 결과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이 수치는 면허취소 수치인 0.18%의 2배 수준이다.
그의 범행 수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비슷한 사례의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하며 모방 범죄 우려까지 나왔다. 이에 국회는 지난 11월 14일 본회의를 열고 음주 운전 사고 후 술을 더 마셔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술타기'를 할 경우 무조건 처벌하도록 한 '김호중 방지법'을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경찰의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등의 방해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이는 음주 측정 거부와 동일한 형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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