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1년 만에 첫 100이닝→안우진 공백 메웠다, 하영민 "얼른 2025시즌 왔으면... 나도 기대된다" [인터뷰]

김동윤 기자  |  2024.12.19 09:55
키움 하영민이 지난 15일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열린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자선행사'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프로 데뷔 11년 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하영민(29·키움 히어로즈)이 2025시즌 개막을 고대했다.

하영민은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열린 팬 초청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 자선행사'에 참가해 스타뉴스와 만나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 내년 시즌이 더 빨리 왔으면 한다. 동기부여도 엄청나게 됐고 더 빨리 야구하고 싶은데 이런 오프시즌은 처음"이라고 2024년을 돌아봤다.

올해 키움은 최하위 팀임에도 1~3위 팀을 상대로 48경기 중 21승을 거두는 등 무시하지 못할 저력을 보여줬다.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로 불렸던 아리엘 후라도(26)-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6)와 함께 하영민이 뒷받침하는 탄탄한 1~3선발이 그 이유가 됐다.

특히 하영민의 활약이 눈부셨다. 정규시즌 하영민은 28경기 9승 8패 평균자책점 4.37, 150⅓이닝 101탈삼진으로 2014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데뷔 후 단일 시즌 100이닝을 넘긴 것도, 100개 이상의 삼진을 솎아낸 것도 올해가 처음이었다. 승수와 이닝만 보면 지난해 24경기(150⅔이닝) 9승 7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한 기존 에이스 안우진(25)의 공백을 메운 활약이었다.

상대팀에서도 경계하는 투수가 됐다. 대표적으로 올해 키움에 6승 10패로 열세를 기록한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은 키움전이면 "후라도, 헤이수스, 하영민 턴에 걸리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에 하영민은 "솔직히 말하면 재미있었다. 시즌 중 잠실야구장에서 염경엽 감독님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살살 던져, 왜 우리랑 할 때면 전력으로 던지냐'고 장난식으로 이야기하셨다. 나도 이제 그 정도 선발이 된 건가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감사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하영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광주수창초-진흥중-진흥고 졸업 후 2014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이후 처음 겪는 스포트라이트와 견제였다. 올해 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이 2022년 41경기 5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3.43이 전부일 정도로 오랜 기간 고전했다.

하영민은 "이제라도 잘 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올해 (송)성문이도 그렇고 지난 10년간 우리가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당연히 야구를 잘하고 싶었고, 노력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부상도 있었고 마음처럼 잘 따라주지 않았다.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올해의 성과가 더욱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데뷔 11년 만에 반전 활약을 한 데에는 이승호(48) 키움 1군 투수코치의 지도가 컸다. 원래 하영민은 포심 패스트볼(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즐겨 쓰던 투수였다. 그러나 올해 포크를 장착해(스탯티즈 기준 구사율 0.1%→22.3%) 좌타자 상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효과를 봤다. 또한 직접 피치컴으로 볼 배합을 하며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진 덕분에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그 결과 피홈런을 5개밖에 허용하지 않으면서 대량 실점 경기도 줄어들었다.

하영민은 "포크를 장착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 기존의 체인지업이 너무 빠르다 보니 이승호 코치님에게 조언을 구했다. 코치님이 현역 시절 던졌던 포크 그립이 내게 딱 맞았고 그 뒤로 던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승호 코치님이 단순히 그립만 알려주신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포크를 활용하면 좋을지, 어떻게 잡으면 더 내게 편한지를 알려주셨다. 덕분에 내가 원래 좌타자에게 정말 약했는데 포크를 던지면서 좌타자를 상대하기가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하영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아쉽게 이루지 못한 시즌 10승은 내년을 위한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하영민은 8월 1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승째를 거둔 후 6경기 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120이닝째를 넘긴 시점이었다.

하영민은 "120~130이닝쯤부터 조금씩 힘들다고 느꼈다. 안 아팠던 곳이 조금씩 아팠다. 하지만 첫 선발 풀타임이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올해 이런 부분이 많이 아쉬워서 내년을 위한 운동도 이미 시작했다"며 "10승을 못한 건 내가 못 던져서 그런 것이다. 야수 실책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고 내가 잘 던졌어야 한다. 오히려 올해 10승을 못해 1승의 간절함을 알게 됐고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건만, 만족을 모른다. 하영민은 올해와 똑같은 루틴과 훈련을 이번 겨울 가져가면서 올해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는 "훈련은 그대로 가져간다. 올해 내가 보여준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싶다. 조금씩 변화도 줄 예정이다. 예를 들면 올해 우타자에게 포크를 안 쓰고, 좌타자에게 커터를 안 던졌는데 내년에는 그 활용 범위를 넓힐 생각이다"라며 "내 스스로도 기대가 크다. 빨리 2025시즌이 왔으면 좋겠다. 내년 목표는 딱 하나뿐이다. 올해보다 무조건 잘하는 것이다. 150이닝을 넘기면 10승을 넘어 12~13승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내겐 올해의 기록을 계속 뛰어넘는 게 목표가 됐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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