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2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제42대 체육회장 입후보 기자회견을 열고 3선에 도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2021년 온라인 투표로 치러진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이번에 3선을 노리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저를 둘러싼 많은 논란과 억측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출마를 결심하게 된 동기가 있다"고 입을 열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달 10일 대한체육회 점검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8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점검단은 대한체육회 관련 비위 첩보를 입수하고 10월 8일부터 1개월간 조사관 6명을 투입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며 체육회 임직원 등 관련자 70명을 대면조사했다.
점검단은 체육회에서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후원 물품 사적 사용(횡령),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제삼자뇌물), 예산 낭비(배임) 등 각종 비위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달 11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 통보를 받았다. 문체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 및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 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정지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대내외적으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도외시하기엔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어느 시점에 가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감사를 하고, 국회에서 청문회도 했다. 국조실에서도 조사하고, 경찰 조사와 검찰 수사까지 있었다. 어제까지 문체부가 감사했다. 한국의 모든 권력 기관이 전부 체육회 조사에 나섰다. 너무 지나치다. 건국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한다. 속된 말로 해도 너무하다. 여기서 그냥 물러나게 될 경우, 모든 걸 인정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심한 듯 격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이 회장은 "지난 8년 동안 열심히 했다. 체육회장은 월급이 없다. 기사도 내가 직접 고용하고, 유류비도 내 돈으로 쓴다. 체육회의 그 어떤 돈도 쓰지 않는다"며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나를 이렇게 악마화 하나' 이런 생각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우리 집사람과 아이들은 난리다. 옆집 사람한테 부끄러워 죽겠다. 많은 사람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사필귀정이라 이야기하고 우리 체육관계자들을 다독거렸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체육회의 모든 구성원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스포츠계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있다. 다양성이 존중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구성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직무 정지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나는 선출직이다.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임명권자는 체육인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다. 존중돼야 한다"고 짚었다.
계속해서 이 회장은 "체육인들의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생활 체육 지도자와 모든 실업팀의 지도자들도 굉장히 불안정했는데, 최근에 와서야 표준 계약서라는 것을 만들었다. 국가대표와 지도자, 각 시도 협회 등에서도 표준화가 필요하다"면서 "스포츠는 교육이다. 결과에 승복하고 룰을 따른다. 서로 협력하면서 민주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가르친다. 모든 체육 업무를 하나로 모아 통합 관리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내년 1월 14일 열리는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현재 이 회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 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강태선 전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등 총 8명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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