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최근 3년간 팀 홈런 순위 최하위를 전전하는 장타 기근에 시달렸다.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이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것도 이유지만, 그보단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박병호(38·삼성 라이온즈) 등 홈런 타자들이 떠난 것이 더 컸다.
그들의 뒤를 잇는 중심 타자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25) 등이 있었으나, 이들 모두 홈런 타자는 아니었다. 결국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시즌에도 팀 홈런은 리그 8위에 그쳤고, 이후 2년은 10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갈수록 홈런 수가 늘어나는 리그 흐름을 역행한 것에 경각심을 느낀 키움은 이형종(35), 최주환(37) 등 홈런 타자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올 시즌 종료 후 김동엽(34)을 영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정작 홈런 갈증을 풀어준 선수는 따로 있었다. 캡틴 송성문(28)이 19홈런, '제2의 이정후' 이주형(22)이 13홈런으로 커리어하이를 보냈고, 김건희가 그 뒤를 이었다. 김건희는 올해 정규시즌 83경기 타율 0.257(261타수 67안타) 9홈런 38타점 27득점, 출루율 0.300 장타율 0.418을 마크했다. 2년 차지만, 데뷔 첫해 투·타 병행으로 헤맸던 걸 떠올린다면 올해가 사실 첫 풀타임 시즌이었다. 김건희의 순장타율은 0.161로 로니 도슨과 송성문 바로 다음가는 장타 생산력을 보였다.
최근 열린 팬 초청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 자선행사'에 참가해 스타뉴스와 만난 김건희는 "올해 나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85점"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스스로 야구가 안 된다, 못한다 싶을 때도 코치님들에게 계속 물어보고 밤늦게까지 훈련하곤 했다. 올 시즌 전에도 다시 시작한다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는데, 올 시즌에는 내가 지금까지 한 건 노력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했다. 성적이 잘 나온 건 아니지만, 지난해보다 더 열심히 했다는 점에선 뿌듯해서 그 점수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시즌 중 아쉬움을 지난달 대만서 치른 루키 캠프에서 원 없이 달랜 20세 포수다. 루키 캠프에 참가한 키움 선수들에 따르면 김건희는 최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면서 분위기를 잘 이끌었다는 후문. 1군 경기 시간에 맞춘 훈련과 운동장 몇 바퀴는 기본인 혹독한 체력 훈련에도 잘 버텨냈다.
김건희는 "확실히 고등학교 때랑 프로는 운동량 자체가 다르다. 짜여 있는 스케줄만 소화했는데도 엄청 힘들었다"며 "캠프에서 도루 저지 훈련을 좀 했다. 베이스가 커져서 주자들이 피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마무리캠프부터 계속 송구를 베이스 왼쪽이나 일정한 방향을 설정해 두고 연습했다. 계속해서 도루 잡을 확률을 높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구단이 가장 기대하는 장타력에는 되레 마음을 편하게 가질 생각이다. 김건희는 원주고 시절부터 타고난 힘으로 두 자릿수 홈런이 기대되는 유망주였다. 프로에 와서도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윤 타격코치를 비롯해 다수의 코치가 공만 맞히면 넘길 수 있는 타자로 김건희를 꼽았다.
김건희는 "모든 코치님이 내게 '공만 맞혀'라고 한다. 그 말이 내겐 힘이 됐다"며 "어렸을 때부터 기대받으려는 선수가 아닌 기대를 하게끔 만드는 선수가 되는 걸 꿈으로 삼았다. 우리 팀에 스타 선수들이 있는데 나도 그 선수들처럼 팀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쳐줘야 할 상황에서 무조건 쳐야 할 것 같다. 포수로서도 도루 저지로 분위기를 확실히 끊어주면서 영향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