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가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언어다 보니 사용하기에 어려웠어요. 우리가 표현하는 언어가 많은데 그걸 못 하니 작품에서 표현하는 데에 한정되는 게 있다고 느껴졌어요. 수어가 물 흐르듯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작품 캐스팅이 된 후에 선생님과 만나서 계속 배웠죠. 그 와중에 한국 수어, 외국 수어, 통역 수어가 다르더라고요. 촬영 두 달 전부터 매일 연습했고, 상대 대사에 맞춰서도 수어를 해야 했는데 매일 밤 연습했어요."
"희주란 역할을 통해 저도 처음 수어를 배웠는데 되게 예쁜 언어더라고요. 한편으론 소외된 언어란 생각도 들었어요. 일본어, 영어 등은 대충 할 줄 알지만 수어는 우리가 '안녕하세요'조차 할 줄 몰랐던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지인들, 조카가 수어하는 걸 보고 예뻐 보이더라고요. 이런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기뻤어요. 그래서 수상 소감도 희주란 역할로 받는 것이다 보니 수어로 소통하고 싶었어요."
배우 채수빈이 최근 '2024 MBC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후 수어로 수상 소감을 밝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채수빈은 "드라마 희주 역할을 통해서 여러분들을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수어를 통해 보여줬는데,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극본 김지운, 연출 박상우, 위득규, 이하 '지거전') 속 희주가 그대로 시상식 무대에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과거 시상식에서 '숟가락론'을 말해 여전히 인상 깊은 소감으로 회자되는 황정민도 있었고, 올해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먹먹함을 안긴 한석규도 있었다. 연예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수상 소감을 밝히는 와중에 채수빈의 '수어 소감'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대중의 기억에 꽤 오래 남을 듯하다. '지거전'은 배우 채수빈의 새로운 연기, 인간 채수빈의 진솔한 면모를 보여준 계기가 됐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 극 중 백사언(유연석 분)과 홍희주(채수빈 분)는 정략결혼으로 연을 맺은 쇼윈도 부부로, 집에서도 서로 말 한마디 섞지 않는 철저한 비즈니스 커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협박 전화가 걸려 오면서 소통이 단절됐던 두 사람의 관계가 애틋하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거전' 종영 소감은?
▶이번에 되게 많은 사랑을 주셨다. 해외 팬분들이 단체 관람한 영상을 올려주신 걸 보고 신기하고 감사했다.
-방영 초반 수어 희화화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저희가 예민하게 봤어야 했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비춰진 것에 대해 죄송하다.
-유연석 배우와 연기한 소감은?
▶연석 오빠 없었으면 현장이 잘 흘러갈 수 있었을까 싶다. 선배로서 잘 이끌어줬다. 지방 촬영에 가면 오빠가 스태프들과 함께 밥을 많이 사줬다. 사실 같은 회사라고 해도 오빠랑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제가 낯을 가리기도 하고 연석 오빠도 작품 성격 때문에 먼저 다가오기 보다는 딴딴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희주와 사언이처럼 같이 연기를 하면서 점점 친해진 느낌이었다. 산에서 조난 당하고 워크숍을 같이 간 장면을 상주에서 촬영했는데, 배우들과 다 같이 밥 먹는 자리를 가지면서 오빠와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유연석과 실제 커플 성사를 바라는 팬들도 많았다.
▶저도 작품을 보면 주인공이 잘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런 반응이 감사했다.
-'지거전'을 통해 해외팬도 많이 모았는데.
▶해외팬 분들이 단체 관람을 한 영상을 보니 사언이와 희주의 키스신을 보고 '꺅' 하시더라.
-해외 팬들은 어떤 지점에서 '지거전'을 좋아한 것 같은가.
▶낯간지러운 대사가 오히려 잘 통한 것 같다.(웃음)
-배우들끼리 사언과 희주의 베드신을 같이 봤다고 했는데.
▶저는 일정 때문에 같이 못 봤는데 숨죽여서 봤다.
-사언의 주옥 같은 대사가 많았는데 연기하기에 웃음이 나오느라 힘들진 않았는지.
▶'너의 나쁜 버릇을 어떻게 고쳐줄까' 등 많은 대사가 있었다.(웃음) 판타지스런 대사가 많아서 대본을 볼 땐 '어떻게 연기할까' 싶었는데 막상 연기를 할 때는 잘 해주셨다.
-'2024 MBC 연기대상'에서 유연석과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는데.
▶기대했다.(웃음) 제가 MC를 맡았을 때 대기실에 다니면서 '우리 베스트 커플상 받을 건가봐'라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받고 나니 기분 좋은 상인 것 같다. 우리 드라마가 아무래도 나중에 한 드라마여서 네티즌들이 잘 뽑아주신 것 같다.
-'지거전'에 대한 주변 배우의 반응은 어땠나.
▶'역적' 이후로 김상중 선배님과 연락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아버지가 '고생 많이 했다'라고 연락을 주셔서 감사했다.
-희주에 대해 '희주 토끼'란 별명도 생겼다.
▶현장에서 스태프 분들이 저에게 '희주 토끼'란 애칭을 지어주셨는데 방영 후에 시청자 분들도 저에게 그렇게 불러주셔서 희주에게 토끼라고 불러주시더라.
-연기 10년 차가 넘었는데.
▶시청자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됐다는 반응을 들을 때 멋진 직업이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는데 성장통이 된 것 같다. 아무래도 희주가 말로 대사를 전하는 인물이 아니어서 손발이 묶인 느낌이 있었다.
-채수빈이 힘들 땐 어떻게 하는 편인가.
▶그냥 운다. 주변인들에게 힘들다고 얘기하면 주변에서 '아프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오기 힘들지 않냐'라고 해서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고 한다.
-연기적으로는 어떤 점에서 갈증이 있을까. 필모그래피를 보면 지금까지 로맨스 장르가 돋보였던 것 같다.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 안에서 잘 녹아내서 잘 표현을 하고 싶다. 로맨스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실제 채수빈이 희주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희주가 똘기가 있는데 그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참지 않고 확 질러버리는 지점이.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사랑받지 않았을 것 같다. 희주를 보면서는 '얘 진짜 앞뒤 안 가리는구나' 싶었다. 실제 저라면 안 갔을 것 같다. 무섭다.(웃음)
-'지거전'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나. 희주와 채수빈의 싱크로율은?
▶희주의 똘기있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극 자체도 재미있게 읽었다. 희주란 캐릭터를 아무래도 제 안에서 녹여서 표현하다 보니 아예 싱크로율이 없진 않을 텐데 비슷한 지점이 있기도 했겠다. 얌전해 보이지만 어릴 때 은근히 사고를 많이 쳤다. 학원을 땡땡이 쳐서 엄마한테 혼나기도 했다.
-'2024 MBC 연기대상'으로 첫 MC 도전을 했는데.
▶김성주 선배님을 따라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MC 대본이 따로 있고 수상자 명단이 따로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도와주셔서 의지가 많이 됐다.
-가족들이 '지거전'을 본 반응은?
▶엄마가 매회 잘 보시고서 '재미있다'고 하셨고, 아빠는 본방 때 늘 집에 안 계셨다. 아빠는 나중에 넷플릭스로 보고 주무시더라. 동네방네 아는 집에 가서 'TV 틀어'라고 하시고 온 것이었더라. 아빠가 키스신은 못 보시고 꺼버리시더라. 이번 작품을 보기에 얼마나 힘드셨겠냐. 이전에도 그런 장면은 보기 힘들어하셨다.
-'지거전'을 통해 들었던 피드백 중에 기억 남는 것은?
▶'팔척 토끼'다. 수트 입었을 때 멋있다고 얘기해 주셔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지거전' 엔딩 이후 희주의 삶은 어떻게 될까.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 사언과 별 탈 없이 잘 살 것 같다.
-유연석과는 '지거전'을 통해 어느 정도 친해진 것 같은가.
▶같은 회사이기도 해서 더 친밀감이 생긴 것 같다. 우리 드라마가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가져가기 보다 희주와 사언이 주가 돼서 둘이 만나는 신이 많아서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연석 오빠가 잘 챙겨주기도 했고 힘든 지점을 잘 이겨냈다.
-30대 배우가 됐다. 어떻게 이 시기를 보내고 싶은지.
▶배우라는 직업이 보장된 게 아니어서 불안감도 갖고 있다. 20대 때는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다면 이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좀 더 치열하게 연구하고 연기해야겠단 생각도 든다.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제가 (MBTI가) 100% P여서 계획은 안 한다. 연기에 대한 조언은 같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을 만나고 있고, 제가 인복이 좋은 편인 것 같다. '구르미 그린 달빛' 팀도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최강 배달꾼', '더 패뷸러스' 팀, 연극 팀도 만나서 얘기를 나눈다.
-실제 조카가 '지거전'에서 아기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아기 캐스팅이 안 됐다고 해서 제가 감독님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꽂아줬다.(웃음) 즐거운 경험을 했다. 저희 집에선 엄마가 대장이어서 얘기했더니 엄마도, 언니도, 형부도 '너무 좋은데'라고 하더라. 수월하게 촬영이 끝났다.
-조카가 배우를 하겠다면 도와줄 생각이 있는지.
▶처음엔 제가 꽂아줬지만(웃음) 스스로 해야겠다.
-희주처럼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제가 동네에 친한 친구가 3명이 있는데 30살이 되자마자 결혼했고 한 명은 아이도 낳았다. 결혼을 하면 저렇게 행복하겠구나 싶지만 아직은 연기자로서 자리를 잡고 싶은 꿈이 더 크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지.
▶저는 말이 잘 통하고 결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휴식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 편인가.
▶아무것도 안 할 때는 집에서 누워있다. 제 인생 행복이 시리얼을 우유에 타서 침대에서 먹고 바로 눕고 자는 거다. 그러다가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기도 한다.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인가. '지거전'에선 어떤 장면에서 눈물을 제일 많이 흘렸나.
▶눈물이 많다. 사언이가 '너 때문에 내가 살 이유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이 제일 많이 났다.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무탈하게 잘 보내고 싶다. 30대가 되니까 많은 게 변하더라. 친구들도 언니도 결혼했는데 어느 날 모든 게 변한 게 서글프게 느껴져서 일기를 쓴 적도 있다. 그 변화를 잘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겠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