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폐해 고스란히 보여준 '눈꽃'

김태은 기자  |  2007.01.10 08:48

9일 SBS '눈꽃'(극본 박진우·연출 이종수)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청률 40%대를 웃돌고 있는 MBC '주몽'과의 접전으로 한자릿수 시청률을 맴도는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던 이 드라마는 배우 캐스팅의 각종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먼저 '김수현 사단'이 쟁점이다. 한국 드라마계의 거대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김수현 작가는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쓴 데다가, 극본을 맡은 박진우 작가는 김 작가의 수제자다.

애초 지난 2004년 10월 '왕초'의 장용우 PD가 2005년 1월 방송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갔을 때 주인공 모녀 역에 김희애와 이효리가 거론됐다. 그러나 김 작가가 이효리의 출연을 반대하면서 제작이 연기됐다. 그만큼 김 작가의 입김은 셌다.

새롭게 꾸려진 '눈꽃'에도 김 작가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의 캐스팅 파워가 작용했음이 엿보인다. 지난해말 동료 탤런트 이민영과 결혼했다가 12일만에 파경을 맞은 후 '폭행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찬이 대표적이다. 이찬은 김 작가와 오랫동안 콤비로 일해왔고, 프로덕션 수&영을 공동설립하기도 했던 곽영범 PD의 아들이다.

그가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스스로 사생활 관리를 하지못해 드라에 폐를 끼치고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프로덕션 수&영의 실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캐스팅 논란에 시달렸다.

이찬은 여주인공 유다미(고아라 분)의 첫사랑인 영화사 사장 하인찬 역을 연기했고, 이 역은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역할 중에서는 가장 비중이 크다고 할 만한 역이다. 그러나 세련된 플레이보이 역에는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방영 초기부터 이어졌다.

극중 유명작가 이강애(김희애 분)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최정선 역을 맡은 김보연도 김수현 사단 중의 한 명이다. 그의 인정받은 연기력은 나무랄 데 없고, 곱게 가꾼 외모도 나이에 비해 젊어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배역간의 나이와 외모도 조정이 필요했다고 본다.

올해 쉰살이 된 김보연은 김희애와 실제로 무려 10년차, 이들의 친구 의사 민지섭 역의 안재환과는 무려 17살 차이가 난다. 극중에서 김보연과 안재환이 서로 반말을 쓰는 것을 보고 있자면 몰입에 방해가 됐다는 지적이 높다. 설정에 따르려해도 리얼리티를 배반하면서까지 이렇게 언밸런스한 배우 선택을 했어야하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고아라는 물론 나이에 비해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성인 배역까지 소화하는데는 역부족인 듯 보인 지점이 많았다. 아직 어린 여배우에게 다채로운 표정연기와 농익은 감정 표현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무리가 아닐까. 지상파 드라마는 연습의 장이 아니다. 완결된 상품을 내놓아야 하는 자리다.

노력하는 배우, 발전하는 배우라는 격려가 많기는 했지만 아직 여물지 않은 어린 배우에게 꼭 극의 흐름을 이끄는 큰 짐을 지웠어야했는지 궁금하다. "말투나 표정이 거의 똑같아서 드라마 자체가 딱딱해지고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다", "성숙한 아픔이 아니라 복에 겨워 괜한 투정 부리는 철딱서니 없는 딸의 이야기로 전락했다"는 시청자 의견이 줄이었다.

당초 고아라의 상대역인 사진가이자 하인찬의 이복동생인 하영찬 역은 인기 남성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최강창민의 차지였다. 최강창민은 고아라의 소속사이자 이 드라마의 OST를 맡은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연기경험이 없는 가수를, 오랜 폐단인 '끼워넣기'한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최강창민은 3집 활동을 핑계로 고사하고, 이 역은 역시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슈퍼주니어의 멤버이기도 한 김기범에게 돌아갔다. 김기범은 KBS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에서 역시 고아라의 상대역을 맡았었다.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은 "'반올림'이 SBS로 옮겨간 줄 알았다"며 신랄한 비난을 하기도 했다.

김기범의 성숙한 변신에 대한 칭찬도 많았지만 딱히 적역이라고도 할 수 없는 배역에 꼭 같은 소속사 배우들을 연속 투입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더구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정극에 중고생용 드라마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옮겨와야 했는지도 작품의 품질을 위해서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물론 이 드라마의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암으로 죽음을 맞는 유명작가 이강애 역의 김희애의 노련한 연기가 돋보였고, 1980년대 발표된 소설을 바탕으로 해 꽤 낡고 고루한 소재지만 중년층을 타겟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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