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고단한것임을 알려준 그대들 "'마빡이',안녕"

김현록 기자  |  2007.03.26 08:57

반 대머리 분장의 '마빡이' 정종철, '얼빡이' 김시덕, '대빡이' 김대범, '갈빡이' 박준형이 차례로 무대에 등장해 이마를 두드리는 희대의 퍼포먼스. 장안의 화제였던 '골목대장 마빡이'가 결국 지난 25일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7개월이라 해도 '마빡이'의 인기란 여전히 정상급이고 시청률 역시 높다. 말 그대로 우리의 '마빡이', 박수칠 때 떠났다.

쉽고 간결한 '마빡이'의 동작들은 전국민의 개그 소재였다. 생일잔치에서, 회갑잔치에서 사람들은 즐겨 이마를 두드렸고, 예능코너에 출연한 연예인들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의도에서는 설날특집 '마빡이 콘테스트'가 있었고, 명동에서는 플래시몹이 있었다. 각종 CF와 UCC에서 즐겨 패러디하던 '마빡이'란 말 그대로 전국민의 개그코너였다.

그러나 결코 '마빡이'는 쉽지 않은 코너다. '마빡이'의 종영에 시청자들은 "이제 뭘 보고 웃느냐"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무엇보다 "그간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마빡이'의 고단함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기간 동안 4명의 멤버들이 이마를 두드린 횟수는 백만번은 될 것이다. 몸으로 웃기는 이른바 '몸개그'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과연 그랬다. '마빡이'에 무슨 스토리가 있나. 저마다 박자에 맞춰 이마를 치는 '마빡이'란 이 시대의 대표적 몸개그이며, 꽉 짜여진 대본도 없는 허무와 자학의 개그다. '마빡이'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큰웃음'을 주며 모든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스토리 없는 슬랩스틱 개그이기에 가능했다. 각종 토크와 복잡 미묘한 개그들 속에 조금은 지쳤던 시청자들은 그 단순함과 고단함의 미학에 완전히 푹 빠졌으니까.

1주일에 한 번 '골목대장 마빡이'를 보며 느끼는 심정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삶을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며 이렇게 처절한 것이라는 걸, '마빡이' 캐릭터들은 한마디 설명도 없이 보는 것 자체로 느끼게 해줬다. 의미없어 보이는 고생이라도 내게 주어진 무대가 끝나기 전까지는 묵묵히 참고 견디며 해나가야 한다는 걸 '마빡이'를 보며 느끼곤 했던 이가 비단 나 한사람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 성실함을 몸으로 입증한 '마빡이' 정종철씨, 든든한 징검다리 '얼빡이' 김시덕씨, 약속을 잘 지켜준 '대빡이' 김대범씨, 얄미운 타이밍을 자랑한 '갈빡이' 박준형씨. 삶이란 고단한 것임을 알려준 그대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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