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는 재주꾼

김원겸 기자  |  2007.09.13 11:48
박경림이 임수정이 출연한 한 자동차 CF의 한 장면을 흉내내며 이수영에게 면박을 주고 있다. ⓒ임성균 기자 tjdrbs23@

'만능 재주꾼' 박경림이 이수영의 쇼케이스에서 자신의 진가를 여실히 드러냈다.

박경림은 13일 오후 서울 신촌동 신촌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이수영 쇼케이스의 막바지에 갑자기 등장해 '눈물바다'를 '웃음천국'으로 돌변시켰다.

애초 박경림은 이수영 쇼케이스 2부 순서에서 이효리와 이기찬, 장나라와 함께 무대에 올라 이수영의 8집 발매를 축하하고 아울러 세브란스 어린이 병원에서 투병중인 환아들의 사연을 전하고 선물도 나눠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쇼케이스 시간은 자신의 출연이 약속된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같은 시간대였다. 평소 국내 최고의 인맥을 자랑해오던 박경림은 자신의 절친한 79년생 동갑내기인 이수영의 쇼케이스에 참석하지 못할 운명에 처했다. 그렇다고 방송을 펑크 낼 순 없는 일이어서 이수영 쇼케이스 참석을 포기했다.

박경림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수영 쇼케이스 2부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효리와 이기찬, 장나라가 각각 꽃다발과 케이크, 선물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이들은 간단히 이수영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넨 후 미리 준비한 환자 가족의 편지를 낭독했다.

이효리가 먼저 베트남 소년 '코이'의 어머니가 코이의 수술을 받았던 의사에게 전하는 감사의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차분히 편지를 읽던 이효리는 코이의 현재 사정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코이는 최근 KBS '현장기록 병원'을 통해 소개됐던 희귀병 환자로, 항문과 장기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배설강외번증'을 앓고 있으며, 허리춤에 평생 장루주머니를 차고 살아야 한다.

다음엔 장나라가 한 소아암 어린이의 어머니가 두 돌을 맞은 소아암 아들에 보내는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병을 안고 태어난 아이, 죄책감에 매일 눈물 짓는 어머니의 절절한 사연이 장나라의 입을 통해 전해지자 장내는 숙연해졌고, 이효리와 장나라, 이수영, 이기찬 모두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흘렸다. 객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환자와 환자 가족들도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박경림의 '1인 쇼'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사회를 맡은 박수홍은 순서를 끝내기 위해 '정리 멘트'를 하고 있던 중 박경림이 등장했다. 그는 라디오 진행 중간에 뛰쳐나왔던 것이다.

엄숙하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눈물을 닦고 있던 친구들에게 "왜 울고 있느냐"고 물으며 "나는 이제 와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재미있게 해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박수홍의 요구에 막춤을 췄고,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장내를 순식간에 웃음천국으로 만들어버렸다. 눈물을 흘리던 이효리까지 춤추게 만들었다. 통이 넓은 짧은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른 이수영을 두고 "임수정 옷을 입으면, 임수정 처럼 되냐"고 면박을 주면서 임수정이 출연한 한 자동차 CF의 삽입곡을 부르기도 했다.

장내는 또 한 번 '뒤집어졌다'.

박경림은 방송국으로 다시 가야하는데도 쇼케이스가 끝날 때까지 머무르다, 방송사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러는 사이, 라디오에 다시 복귀해야 하는 박경림의 매니저만 발을 동동 굴렀다.

한편 이날 장나라도 이수영의 쇼케이스 참석을 위해 중국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날아왔다.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 여행을 꺼리는 장나라는 고열을 동반한 감기에도 불구하고 이수영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

이수영의 쇼케이스는 친구들의 우정이 빛난 행사였다.

박경림이 이수영에게 화분을 건네며 8집 발매를 축하해주고 있다. ⓒ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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