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2', '색,계'처럼 관객 낚을 수 있을까

전형화 기자  |  2007.12.05 09:25

'색즉시공'과 '색,계', 모두 불교에서 나온 용어들이다. 사물의 형상과 그에 대한 집착은 무의미하다는 '색즉시공'과 형상과 그에 대한 경계를 뜻하는 '색,계'는 같은 뜻을 내포한다.

하지만 두 단어가 제목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의 차이는 63빌딩과 옥탑방의 거리보다 크고 멀다.

'색,계'는 이안 감독의 영화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50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그랑프리라는 프리미엄보다는 '무삭제 정사신'이라는 홍보 문구가 중년 관객들을 극장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13일 개봉하는 '색즉시공 시즌2'는 2002년 개봉해 섹스코미디의 전설로 남은 '색즉시공'을 그대로 이어받은 작품이다. 후속편의 법칙에 따라 전편보다 더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정사신과 화장실 유머를 주요 코드로 삼았다.

두 영화는 제목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색(色)을 미끼로 관객을 낚시하려한다는 것이다. '색,계'는 "거시기가 보인다" "30분이나 무삭제로 정사신이 나온다" 등의 말초적인 부분으로 관객을 낚고 있다. 주요 관객층인 20대보다 엉덩이가 무거운 30~40대 여성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이 영화에 낚이는 관객들이 무엇을 찾는지를 반증한다.

'색즉시공 시즌2' 역시 섹스를 밑밥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전편에 출연했다가 실제로 성전환을 한 이대학까지 영화 소재로 사용하면서 마케팅에 활용하는가 하면 정사신은 전편보다 말초적이며 횟수도 늘었다. '애들은 가라'는 마케팅 표제는 '색즉시공 시즌2'가 지향하는 바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두 영화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색,계'가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로부터 "낚아줘서 고마워요"라는 평을 듣는 반면 '색즉시공 시즌2'가 똑같은 반응을 얻게 될 지는 미지수이다. 한바탕 웃자고 만든 영화와 진지함이 벗은 몸에서도 묻어나는 영화를 비교하는 게 무리할 정도로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점을 향해 달린다.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에 색향을 풍기지만 한 작품은 시대의 아픔과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 혼란한 이상 등을 몸을 통해 그린 반면 다른 작품은 오로지 웃음을 향해 달리다 감동을 후추처럼 살짝 뿌린다.

어느 영화가 좋고 나쁠 수는 없다. 완성도의 우열은 있을지언정 작품의 의미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낚아줘서 고맙다는 평을 듣는 게 만든 이로서는 보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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