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영화계는 IMF 직후의 한국경제처럼 각종 위기설에 휘청였습니다. 거품으로 가득찼던 2006년의 직격탄을 받은 셈이지만 한숨과 걱정이 1년 내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영화인들의 노력 역시 눈에 띄는 한 해였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는 2008년 한국영화가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을 응원하며 한국영화 주요 투자배급사, 제작사 CEO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싸이더스FNH는 가장 많은 제작편수를 자랑하는 한국영화계의 대표적인 제작사이다. 하지만 올해는 19일 개봉하는 '용의주도 미스신'을 제외하고 단 한 편도 영화를 개봉하지 않았다.
이는 2006년 12편을 개봉시켜 한국영화산업에 거품을 불어넣은데 일조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조치였다. 싸이더스FNH는 올해 인원을 30% 가량 감축하면서 내적인 정비를 다졌다. 또한 '용의주도 미스신'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배급시장에도 뛰어든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이기도 한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와 만나 영화계에 대한 진단과 아울러 내년도 싸이더스FNH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올해 '용의주도 미스신'을 제외하고 단 한 편도 개봉하지 않았는데 이유가 있다면.
▶2006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점점 안좋은 국면으로 영화산업이 돌아가는 것 같더라. 11개월 동안 작품을 안만들었다. 12년 동안 제작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불황국면을 대비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인원도 30% 가량 줄였으며, 기획을 재정비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2006년 한국영화 거품이 인 것에 대해 싸이더스FNH가 일조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일조를 했다. 2005년 우리가 개봉한 영화 7편 중 무려 6편이 터졌다. 우리의 역량이 시장에서 인정받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6년 12편을 개봉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많이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영화를 많이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제작비가 껑충 뛰었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올 한 해 제작을 자제했다.
-KT가 1대 주주이다보니 SKT의 영화 배급 진출과 맞물려 통신자본의 영화계 진출로 도매금으로 거론된다. 그에 따른 비판론도 있고.
▶KT는 경영에는 전혀 간섭을 안한다. 또한 배급 역시 우리가 한다. KT는 그 결과를 수치로 확인할 뿐이다. 또한 KT와 SKT를 통신자본으로 규정하는 것도 이미 철지나간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미디어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통신자본이 아니다.
영화계의 우려는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계는 예전부터 공(恐) 자본증이 있었다. 새로운 자본이 들어오면 항상 긴장하고 조심스러워했다. CJ가 들어올 때도 그랬고, 쇼박스가 들어올 때도 그랬다.
10대 그룹 안에 속해있는 자본들이 들어오면서 영화산업은 더욱 더 산업화가 촉진될 것이다. 또한 글로벌화가 될 것이다. 그런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KT는 우리 경영에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설명이 될 것이다.
-내년 라인업과 투자 규모를 밝히자면.
▶일단 올해 5편 제작을 결정해 내년에 개봉한다. '용의주도 미스신' '우생순' '라듸오 데이즈' '트럭' '킬미' '기방난동사건' 등이 있다. 아직 내년 라인업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7~8편을 자체 제작해서 배급할 것이며, 부분투자와 공동제작까지 총 12편 가량 개봉할 계획이다.
투자금액은 내년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총 600억원 가량을 투자할 생각이다. 하지만 한가지 정한 내부방침은 있다. 1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영화는 안할 계획이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면 600만명 이상 관객이 들어와야 본전이다. 지난해에 대한 반성으로 수익률이 높은 작품을 할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배급에 나서는데 2008년 목표가 있다면.
▶큰 욕심을 내지않고 미니멈으로 1500만명 정도였으면 한다. 12편을 배급할 계획이니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 한국영화 프로듀서로서 외화는 가급적이면 배급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체역량이 있다고 우리 작품만 만들고 배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외부 기획도 적극적으로 함께 할 생각이다.
-올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프로듀서로서 활동은 줄고 대외행사에 많은 힘을 쏟는다는 지적도 있다.
▶100%는 아니지만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그동안 한국영화계를 위해 공익적인 일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힘든 시기에 내 시간을 쪼개서 힘을 보태자는 생각을 했다. 한 2년 정도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을 쏟자고 생각했다. 그 기간 동안은 프로듀서로서 활동이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2~3편 가량 프로듀서로 참여할 생각이다.
-2008년 합작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홍콩쪽과 두 작품 가량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와도 합작을 추진 중이고. 홍콩과는 '외팔이' 시리즈를 리메이크하려 생각 중이다. 프랑스와는 신경숙 원작의 '리심'을 함께 하려 한다.
또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을 미국과 협력해 리메이크하는 것도 시도 중이다. 단순히 판권을 파는 게 아니라 합작을 통해 그쪽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물론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거창한 명분은 아니다. 미국은 자국영화 점유율이 94%에 달한다. 나머지 6% 시장에서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알리려 노력할 것이다.
-내년에 기획 중인 작품 중 기대할 작품을 소개하자면.
▶일단 '타짜2' 기획이 한창이다. 어떤 작품이 될지 나도 기대하고 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도 기대하고 있다. '화산고2'는 미국과 합작도 생각 중이다.
-제작과 배급을 겸하는 입장에서 CGV와 롯데시네마가 함께하는 디시네마 사업에 대한 입장이 있다면.
▶디지털 시네마로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100% 찬성이다. 현재 프린트를 400벌 제작할 경우 10억원이 든다. 또 프린트를 폐기하는 데 한 벌당 10만원이 든다. 디지털시네마는 그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라 여러가지 솔류션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회사는 공적인 회사가 운영해야 한다. 디지털 시네마의 바탕은 수도나 전력이나 다름없다. 모든 주체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돼 영진위가 운영하는 식으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 같은 사기업이 하게 된다면 큰 반발을 사게 될 것이다.
-배급을 하게 되면서 하드웨어인 극장사업 진출 계획은 없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획하고 있다. 우리 브랜드를 이용하든지, 아니면 합병을 하든지,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구상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결정된 것은 없다.
-제작가협회장으로서 올해 한국영화계와 내년 한국영화계를 진단한다면.
▶내년에도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제작비 절감과 빼앗긴 시장의 회복, 그리고 해외로의 진출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작비 절감은 각 영화제작 주체가 함께 해야 하는데 많이 동참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스태프와 배우는 여전히 꿈쩍도 안하고 나몰라라 한다.
빼앗긴 시장은 불법 다운로드를 말한다. 이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협회 차원에서 진행 중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00원 미만으로 다운로드 금액이 결정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또한 극장요금이 현실화되야 한다. 극장요금은 현재 7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건 수익이 절반 가량 준 것이나 다름없다. 단기적인 처방이지만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가장 선행해야 할 것이 극장요금 인상이다.
합작을 통한 세계화나 또한 글로벌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영진위나 문광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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