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의 시네클릭]美 역사콤플렉스의 극복, '내셔널 트레저:비밀의 책'

강유정 ,   |  2007.12.24 16:22


존 터틀타웁 감독의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에는 독특한 면이 있다.

일단 '내셔널 트레져'는 어드벤처 블록버스터이다.

어드벤처 블록버스터란 무엇인가?

'인디애나 존스'나 '미이라'처럼 미지의 세계를 둘러싼 모험극을 말한다. 고대 미이라에 얽힌 전설이 모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3번에 걸친 세계대전이나 성궤가 중요한 단서로 떠오르기도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의 어드벤처 영화들이 대개 서유럽이나 아시아를 배경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신비한 미지의 역사를 간직한 곳, 미국영화들은 대륙에서 모험을 찾았던 것이다.

그런데 '내셔널 트레져:비밀의 책'은 미국의 역사를 모험의 근간으로 내세운다. 모험을 감행하는 곳 역시 미국이다.

'내셔널 트레져'의 특이한 점은 바로 이것, 드디어 200년 안팎의 미국 역사를 신화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미국의 블록버스터는 현재 미국의 힘을 과시해왔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세계수호 보안관으로 등장하고 '아마겟돈'에서는 미국의 과학력이 지구를 구한다.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 그리고 세계의 미래 역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오만한 자신감이 블록버스터 아래에는 깔려 있었다.

오만한 미국이 어드벤처 블록버스터를 유럽이나 아시아를 배경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한편 아직은 얕은 미국의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의 반영이기도 하다. 몇 천년 전의 유물이나 비밀 따위가 미국에는 있을 리가 없다. 200년이라는 짧은 역사는 신화보다는 음모론으로 재구성되기에 알맞은 과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역사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음모론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 많다. 케네디의 죽음, U.F.O 기지 심지어는 마를린 먼로나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대중적 영웅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미국은 그들에게 부재한 신화와 역사를 그들의 실존을 기억할 수 있는 가까운 시기의 인물들의 죽음을 신비화함으로써 충족하고자 한다. 마를린 먼로나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끊임없는 추모와 음모론은 이런 모습들을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내셔널 트레져'는 미국의 역사 콤플렉스를 영상적 효과로 극복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링컨이 이룩했던 최초의 미 연방제는 자랑스러운 미국의 근원이 되어 영화 전반을 관통한다. 주인공인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나 악역인 젭 웰킨슨(애드 해리스)는 모두 '역사'를 갖겠다며 미지의 세계를 찾아간다. 황금 도시를 찾는 이유가 황금을 차지해 물욕을 채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발견자로서 이름을 남기겠다는 설정이다.

두 남자들은 모두 할아버지의 명예를 살려 가문의 위엄을 지키겠다며 전전긍긍한다. 여기에는 가문과 역사를 둘러싼 명예욕 외에 어떤 실리적 이유도 없다. 젭 웰킨스는 마지막 순간 황금 도시를 지키며, “내가 이 곳의 최초 발견자라는 것을 기억해줘, 내 이름과 우리 가문을 역사에 남겨줘”라고 말하며 죽음을 선택한다.

이야말로 낯선 풍경 아닌가? 후기 자본주의의 선두이자 물질만능주의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을 미국의 정서에 드디어 가족과 가문, 역사가 틈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조부와 나로 압축되는 미국의 짧은 역사는 벌써 신화화를 준비하고 있다. 역사적 콤플렉스에 대한 극복, '내셔널 트레져'는 그런 점에서 위험하면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강유정(영화평론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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