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에 가라고 하셨어요."
도회적이고 세련된 외모를 지닌 배우 손태영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관생도 손태영?'
"예, 사관학교! 믿어지지 않으시죠?"
'사관생도' 손태영이라니, 만일 현실이 되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잠시 상상을 해보자니 어렴풋하다.
만일 남자친구가 군에 입대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느냐는 물음 뒤에 나온 답치고는 뜬금도 없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여성스럽지 않다는 뜻의 센말이기도 했다.
"밝고 발랄하고 싸울 때에는 심지어 독해지기도 하는 그런 여자."
손태영은 대중이 자신에게 씌워준 선입견-전형적인 도시적 미인 같은-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리고 거기서 벗어날 때가 되었고, 벗겨줄 작품을 '기다리다 미'치더라도 그는 여전히 목마르다.
오는 1월1일 개봉하는 영화 '기다리다 미쳐'(감독 류승진ㆍ제작 아이필름)는 지난 가을 개봉작 '경의선'과 함께 그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준 작품으로 그는 손꼽는다.
영화 속에서 연하의 남자친구를 입대시킨 뒤 알콩달콩 또 좌충우돌 로맨스의 해프닝을 벌이는 물리치료사인 손태영은 역시나 극중에서도 그런 '쿨'함을 유지하는데, '현실 속 손태영'을 그대로 보이는 듯하다.
"부모님께서 사관학교에 가라고 하셨지만 저는 무용이 하고 싶어 포기했죠. 어릴 때 하도 남성적인 성격이어서 부모님께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역시 미스코리아 출신인 손혜임을 비롯해 세 딸 중 막내라는 말에 얼핏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극중 설정처럼 실제로 연하의 남자친구는 또 어떨까. "안 맞는다"는 즉답이 날아왔다.
▶나와는 맞지 않는다. 집에서 내가 막내다. 내가 의지하고 나를 봐줘야 한다, 남자친구가. 연하남은 되레 내가 더 챙겨줘야 할 것 같다.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다면 어떤 기분일까.
▶절대 울지 않을 것 같다. 군 생활을 통해 사회성이 더 길러지지 않을까.
(우연히도 그는 그런 느낌을 간접경험했다. 친언니인 미스코리아 손혜임이 군 복무 중인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결혼하면서 손태영은 가까운 거리에서 그 같은 감정을 조금은 느꼈을 법하다. "형부가 내년 8월 제대하는데 두 사람이 사귀는 상황에서 입대를 했다. 형부가 좀 불안해했다고 하더라.(웃음)")
말은 그렇게 '쿨'한 듯한데 손태영은 되레 눈물이 많은 여자처럼도 보인다. '경의선' 시사회에서도, 최근 한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서도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번엔 그 이유가 달랐다.
▶남자와 이별한 것 때문에 운 게 아니다. 대체 내가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보여줄 수 없어, 나를 변호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억울했다. 만남과 헤어짐은 이미 끝난 일이다. 그 사람과 내 이름이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믿음이 쉽게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다.
그제서야 그의 속내를 제대로 알 수 있을 듯했다. 손태영은 분명 사랑을 하고 그 사랑과 헤어지면서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그 상처는 온전한 이별 때문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에 대한 서운함이었고 손태영은 이제 혼자 모든 걸 감당해내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려 하나보다.
▶지금이 정말 중요하다, 내겐. 이젠 정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경의선'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 더 기다리더라도 내 옷 같은 작품, 조연도 좋고 카메오도 좋은 작품, 변화를 쌓아가게 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
웃음과 진지함의 표정이 번갈아가며 그의 얼굴에 펼쳐졌다.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기다리다 미친 적이 있었나.
▶있다. 2000년 미스코리아 미로 선발된 뒤 미스 인터내셔널 대회에 출전했는데 고전의상 심사에서 나무로 고정한 가채가 너무 무거웠다. 게다가 'Korea'의 이니셜 'K'가 순서 중간이어서 한동안 가채를 들고 서 있어야 했다. 미치는 줄 알았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3시간 정도를 그렇게 서 있었다. 상상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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