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한국영화, 듬직한 중견감독이 나선다

윤여수 기자  |  2007.12.27 11: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강철중'의 전편 '공공의 적', '신기전', '밤과 낮', '뜨거운 것이 좋아' 그리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들이 돌아온다!'

강우석, 곽경택, 권칠인, 김기덕, 김유진, 김지운, 김태균, 박찬욱, 봉준호, 유하, 임순례, 이준익, 홍상수….

한국영화계 내로라하는, 묵직해서 더욱 믿음직스러운 중견감독들이다. 그들이 마침내 돌아온다. 이들이 신작으로 내년 한국영화의 새로운 부흥을 다짐하고 있다.

2007년 한국영화계는 1년 내내 끊임없는 '위기론'에 휘말렸다. 그리고 이는 투자분위기 침체, 흥행 부진 등의 구조적인 어려움 말고도 한국영화 종사자들의 활력을 앗아가기도 했다.

그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들 중견감독들이 다시 나선 셈이 됐다.

강우석 감독은 흥행작 '공공의 적' 시리즈의 3편격인 '강철중'으로, 곽경택 감독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올해 '사랑' 이후 각각 관객을 다시 만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과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은 각각 내년 1월10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17일 개봉작 '뜨거운 것이 좋아'로 관객에게 감동과 웃음을 전할 기세다.

'약속'과 '와일드카드'의 흥행감독 김유진 감독은 블록버스터 사극 '신기전'으로 새로운 마당을 펼치며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 역시 '쌍화점'에서 주진모와 조인성을 앞세워 고려시대로 돌아간다.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과 함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의기투합했다.

'화산고'의 김태균 감독은 아직 그 이야기가 베일에 쌓인 '크로싱'을 내놓으며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노리고 있고 김기덕 감독은 일본 청춘스타 오다기리 죠와 '비몽'을 함께 한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오는 3월 신작 '박쥐'를 통해 새로운 작업에 나서고 '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미셸 공드리 감독 등과 함께 3개국 감독 프로젝트 '도쿄!'를 스크린에 내건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남편찾기 여정을 따라가는 '님은 먼곳에'로,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홍상수 감독은 황수정을 기용, '밤과 낮'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사실 이처럼 쟁쟁한 중견감독들이 한꺼번에 관객과 만나기는 드문 일. 관객들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찌보면 한국영화의 어려움이 그 만큼 크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과 구조적 힘겨움은 제작사로 하여금 아직 그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채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보다는 전작의 흥행과 작품적 완성도 그리고 인지도 등의 측면에서 인정받은 중견감독들을 선호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영화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들 중견감독들의 듬직한 역량은 무엇보다 믿음직스러울 터이다.

관객들에게도 이는 즐거움이다. 각각의 향취와 스타일을 내세우며 관객과 만났던 이들 감독들의 신작을 확인하는 것은 새로운 영화보기의 즐거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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