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의 시네클릭]조니 뎁의 매혹적 잔혹극, '스위니 토드'

강유정 ,   |  2008.01.14 13:40


복수란 무엇일까?

어떤 점에서 복수는 매우 사적인 감정이며 개인적인 행위이다. 복수는 자신이 지켜내야 한다고 여기는 것들이 훼손되었을 때, 그것을 앙갚음하는 행위들을 일컫는다.

그래서 대개 복수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은 자들이기 마련이다.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15년이라는 시간과 아내와 딸을, 그리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자신의 명예를 잃었다. 수많은 중국 무협영화 속 주인공들도 역시 부모나 애인을 잃고 복수를 꿈꾼다. 개그의 대사로 자주 차용되는 "오늘만을 기다렸다"는 상실감을 되갚음에 대한 집착으로 견뎌온 자들, 소중한 것을 빼앗긴 자들의 절규에 가깝다.

팀 버튼의 새 영화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는 복수극이다. 그는 자신을 범법자로 만들고 아내를 빼앗아 자식과 생이별을 하도록 한 터핀 판사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눈을 멀게 할 만큼 아름다운 미녀인 아내, 평온한 가정과 같은 전형적 행복의 도식은 터핀이라는 무자비한 권력자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그는 아내를 거짓으로 협박해 수모를 주고 벤자민 파커라는 한 남자의 삶을 박탈한다.

영화는 이 비참한 낙오자 벤자민 파커가 '스위니 토드'라는 이름으로 바꿔 복수를 다짐하는 데서 시작한다.

'스위니 토드'의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흔하디 복수 영화라는 데에 있지 않다. '스위니 토드'는 복수의 서사 자체에 집중한다기보다 복수에 얽힌 잔혹하면서도 매력적인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복수라는 윤리적 알리바이 위에 펼쳐지는 살인, 식육과 같은 피로 물든 카니발을 비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스위니 토드'는 160여명을 살해한 영국의 실제 이발사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고 있다. 공포스러웠던 사회면 뉴스는 상상력과 만나 잔혹하지만 매력적인 괴기담으로 재탄생한다. 자신의 복수심을 해소하기 위해 스위니 토드는 그를 찾아오는 자들 아무나에게 칼날을 들이민다.

복수가 대상을 잃는 순간 이제 그의 살해행위는 일종의 '연희'가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죽일수록 그의 복수심은 살인의 쾌감과 섞여 모호해진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의 행위를 묵인하고 도와주는 러빗 부인 역시 일상성에서 멀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스위니 토드'에서 펼쳐지는 핏빛 카니발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 저 편에 있는 잔혹하고 원초적인 충동들이다. 사람을 죽이고 인육으로 파이를 만들어 파는 이 끔찍한 이야기들은 과장된 고딕 영화 분위기 속에서 재해석된다.

중요한 것은 과연 스위니 토드의 칼날과 터핀 판사의 판결봉 중 무엇이 더 잔혹하며 무자비하고 비윤리적이냐는 질문이다. 영화 속에서 터핀 판사는 좀도둑질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열 살 안팎의 소년에게 교수형을 명한다. 법정은 피 한 방울 없이 깨끗하지만 이 판결은 스위니 토드의 날선 칼보다도 잔인하다.

이러한 질문은 스위니 토드의 복수에 대해서도 똑같이 가해진다. 아내와 딸을 빼앗겼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도 되는 것일까? 자신의 슬픔이 살인 면허가 될 수 있을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스위니 토드가 복수의 정점에서 적의 목숨을 앗을 때, 스위니 토드의 희망과 꿈도 함께 사라진다. 아니, 스위니 토드라고 불렸던 벤자민 파커라는 행복했던 시절마저 사라진다. 복수의 탑도 그가 쌓았지만 그것을 회한으로 물들이는 것도 그 자신이다.

복수는 상대방의 목숨을 뺏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잃어버린 그의 과거가 돌아오거나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비현실적이지만 끔직한 복수의 악몽, '스위니 토드'는 매력적인 잔혹극이다.

강유정(영화평론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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