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어폰어타임'은 상쾌한 코미디 영화이다.
영화는 1945년 8월, 해방이 곧 다가올 것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좌절감에 사로잡혔던 그 시절을 다루고 있다. 30년이 넘는 일제의 억압으로 이제는 창씨개명을 한 사람들이 더 많고 일본인의 앞잡이를 넘어서 진짜 일본인이 되고 싶다며 울부짖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그런데 정작 흥미로운 것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이 강조하는 것이 일제치하 45년이라기보다는 격동기 45년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1945년 8월15일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 동안 일제 강점기라고 하면 반일과 친일이라는 이분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도덕적 연루감이 있었다. '원스어폰어타임'은 이 이분법을 거절한다.
영화에는 독립군과 도둑 그리고 친일에 적극 가담했던 배신자들이 모두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을 바라보는 정용기 감독의 시선은 그 동안 쌓여왔던 영화적 관습과는 조금 다르다.
이를테면 클럽 미네르빠 운영자로 신분을 숨기고 있는 독립군의 에피소드들이 그렇다. 희봉과 사장으로 이루어진 콤비는 좌충우돌 무계획적 독립운동을 계속한다. 일장기 뒤에 태극기를, 태극기 뒤에 비밀 계획서를 숨기고 있는 장면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들이 세운 항일 테러 계획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두 사람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서로 노선이 다르다고 언쟁을 벌이고 또 김주석에게 모든 사실을 고하겠노라며 윽박지르기도 한다. 충청도 커플로 구성된 이 두 사람은 독립운동이라는 이름에 붙어있던 무게감을 단숨에 날린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긴다. 조선인들끼리 “그래서 조선인들은 안 돼”라고 비난을 한다거나, 자신 역시 조선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중좌의 모습은 1945년의 형편을 단숨에 보여준다.
기차 폭파 장면이라든가 액션 장면 등은 어설픈 부분이 많지만 이 영화는 다른 애석함을 훌륭한 연기와 재치 있는 대사의 호흡으로 대체한다.
1945년 8월15일 12시를 향해 집중되는 긴장의 에너지 역시 훌륭하다. 정용기 감독이 재현한 1945년은 다양한 욕망과 갈등이 이글거리는 용광로이다. 이 복잡다단한 시기를 웃음과 농담으로 관통해보겠다는 감독의 시도는 일단 성공적으로 끝난 듯 싶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일본의 헌병대장들이 드나들던 카페에는 이제 미군장교들이 대신한다. 주인공 봉구는 이 장면을 보면서, “달라진 게 별로 없군”이라고 일축한다.
정치적 올바름과 윤리적 죄책감을 통해 재구되던 역사가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조형되는 듯 싶다. 올해 계속 이어질 1900년대 경성이야기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삶으로 우리의 과거를 입체화해줄 듯하다.
'원스어폰어타임'의 시작이 인상적인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일제 강점기이든 한국 전쟁시기이든 사기꾼도, 도둑도 있었다는 사실, 이 지리멸렬한 삶을 바라볼 심리적 거리가 마련된 듯 싶다.
강유정(영화평론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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