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신현준(40)이 마흔에 들어섰다. 흔히 '불혹'이라고 칭하는 나이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됐음'을 뜻한다.
마흔 첫 영화로 '마지막 선물…귀휴'(감독 김영준·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강태주를 선택했다. 신현준은 동료 하지원에게 첫사랑 혜영 역을 부탁하며 "내가 마흔이 돼 하는 첫 작품에 꼭 출연해줬으면 좋겠다"고 청했다지만, 이 작품은 그에게 그 이상의 의미다.
"제가 20, 30대에 강태주를 만났다면 아마 공감하지 못했을 겁니다. 내 나이 마흔에 강태주를 연기하며 살아온 삶이 배우들에게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의 희로애락, 시행착오를 겪으며 많은 것을 깨달았죠. 배우에게는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 차제가 소중해요."
5일 개봉한 '마지막 선물'에서 그가 맡은 강태주는 살인을 저지른 고아출신의 무기수다. 형사가 된 옛친구 영우(허준호 분)가 자신의 딸 세희(조수민 분)에게 간이식을 해달라고 해 열흘간의 귀휴를 받지만, 알고보니 그 아이는 사랑했던 혜영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딸. 호시탐탐 탈출을 계획하던 태주는 점차 부정으로 변화한다.
"시나리오속 강태주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강태주가 아니에요. 한쪽 다리를 저는 아주 과묵하고 무거운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전작에서 저를 봤던 관객이 저한테 느낄 괴리감을 줄이고, 그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죠. 그래서 '진정성을 가지고 재밌게 연기 하겠다'며 나를 믿어달라고 김영준 감독을 설득했어요. 영준이한테 정말 고맙죠."
김영준 감독은 데뷔전인 대학시절부터 영화에 대한 뜻을 함께 해온 20년지기다. 그와의 협업으로 관객이 곳곳에서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 됐다. 예를들어 화장실에서 바지를 벗고놓고 탈주한 태주가 옛 동료의 부하의 바지를 빼앗아 입는 장면이 그렇다. 번쩍이는 소재의 황금색 바지를 입고는 "이거 트로트 가수도 아니고"라고 인상을 찌푸리는 장면에서 터지는 웃음.
나이 마흔에 시나리오 속 인물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요리할 수 있는 여유와 능력이 생겼다. 이는 전작 '맨발의 기봉이'에서부터 배태된 그의 힘이다. KBS '인간극장'에 출연한 실제 인물을 보고 '장애인을 귀엽고 편한 존재로 여겨지게 만들고 싶다'는 의도로 영화화를 시도했다. '영화는 꿈을 좇는 직업'이라는 철학이 굳건해졌다.
"'기봉이'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기뻤어요. 앞으로도 3편중의 한 편은 이렇게 좋은 의도를 담고 있는 영화를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선물'은 가족의 소중함과 세상 아버지들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에요. 배우로서는 했던 작품을 빨리 잊어야 다음 작품에 몰입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추억이 남는 영화입니다."
'불혹'이라고 해서 배우로서의 여정을 멈춘 것은 아니다. 배우로서의 완성은 아직도 먼 일이라고 생각한다. 끝없이 변신하고 도전하는 열정만큼은 변하고 싶지 않다.
"이제 마흔을 지났지만 나이 50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의 주름은 20대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거잖아요.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는 않지만, 관객의 시선은 계속 염려할 거에요. 인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스타가 되기 보다는 모험을 즐기는 철없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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