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뿔났다' 길음동 시청자 '뿔나겠네'

김관명 기자  |  2008.02.17 13:25

요즘 부잣집 마님들의 리얼한 정신세계인가, 아니면 특정 지역주민의 기분 나쁨 정도는 그냥 감수하겠다는 건가? 지난 16일 김수현 드라마 KBS '엄마가 뿔났다' 제5회 방송얘기다.

이날 방송에서 휘황찬란하게 사는 '왕비과' 장미희가 한마디했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기태영)이 자기 기준에는 턱도 안차는 여자(이유리)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뿔이 났다'. 남편(김용건)에게 그 처자가 어디 사는지 물었다. "그 집이 어디라는데요?" "길음동" "거기가 어딘데요?" "아 있잖아. 미아리에서 돈암동쪽으로 넘어가서.." "아, 됐어요"

이 대사들은 한국에서 조금만 살아도 알 수 있는 서울 지역의 편가르기에 다름아니다. 성북동 대치동 등 동네에 따라 빈부가 명확히 갈라지고, 일부 떵떵거리고 사는 유한마담들은 '길음동'이 서울 어디쯤인지 전혀 감도 못잡는 그런. 게다가 아들놈이 사랑에 빠진 그 '눈코입 어떻게 생긴지 궁금한' 그 처자가 사는 동네가 길음동이라면 더 듣지 않아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물론 극중 장미희의 속물 캐릭터에 비춰보면 이런 '길음동 운운' 같은 '망발'은 나올 만했다. 한미한 집안 출신인 남편 보고 "개천에서 나온 용은 당신 하나로 족하다"고 했을 정도니 이 정도는 자연스럽다. 게다가 아직 공부하는 아들 또한 별 수입 없는데도 결혼하면 한 달 생활비 150만원에 '30평 아파트'는 거저 생길 것으로 기대하니, 정말 그럴 만한 집안이다.

게다가 극중 캐릭터가 내뱉은 대사 하나 갖고, 그리고 거론된 특정 지역명이나 인물 하나 갖고, 드라마를 온전히 비난한다는 발상 또한 너무 독재적이고 편향적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리얼 드라마는 세상에 없고, 뜬 구름만 좇는 허무맹랑극만 난무할 뿐이다. 욕은 이편 저편에서 전혀 먹지 않되 그렇다고 재미나 감동도 하나 없는.

하지만 이날 오순도순 김수현드라마를 보기위해 TV를 켠 길음동 주민들, 아니 극중 장미희가 사는 동네에 편입되지 않은 이 땅의 모든 선량한 시청자들은 뭐가 되나. "맞다, 맞아..길음동이 어디인지 모를 수도 있지"라고 무릎을 칠까나, "역시 김수현 드라마는 리얼해"라고 다시 감탄을 할까나. 이 드라마 보면서 엄마 아빠 표정 눈치볼 어린 길음동 시청자들은 과연 없었을까.

한 시청자는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아니 길음동 사는 사람은 모두 거지냐? 도대체 무슨 의도로 길음동 운운하며 못사는 사람들의 집합체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이냐?"
예민 과민 반응도 물론 문제지만, 이런 대사 하나하나가 그냥 파묻혀 둔하게 가는 것도 문제다.

베스트클릭

  1. 1방탄소년단 지민 'Who' 美 빌보드+英 오피셜 차트 14주 연속 차트인..세계 양대 차트 인기 순항
  2. 2'무려 H컵' 스트리머, 파격 할로윈 패션 '만화 같은 볼륨'
  3. 3'제2의 김광현 떠나보내다니...' 트레이드 빅딜→FA 투수 최대어 거취에도 영향 주나
  4. 4방탄소년단 진, 아이돌픽 10월 3주차 베스트 남돌 1위..'5주 연속 No.1'
  5. 5방탄소년단 진, 'Happy' 발매 기념 팝업 개최.."행복으로 가는 길"
  6. 6방탄소년단 진, 마이원픽 K팝 개인부문 35주 연속 1위
  7. 7한소희, 94년생 아니었다
  8. 8'성생활 논란' 트리플스타·'빚투' 이영숙..'흑백요리사'도 철퇴 맞은 '출연자 리스크'[★FOCUS]
  9. 9"해결사 같은 형" 방탄소년단 뷔, 군생활 훈훈 미담
  10. 10'오징어 게임2'가 돌아왔다..이재정 vs 이병헌 제대로 된 싸움

핫이슈

더보기

기획/연재

더보기

스타뉴스 단독

더보기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