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잣집 마님들의 리얼한 정신세계인가, 아니면 특정 지역주민의 기분 나쁨 정도는 그냥 감수하겠다는 건가? 지난 16일 김수현 드라마 KBS '엄마가 뿔났다' 제5회 방송얘기다.
이날 방송에서 휘황찬란하게 사는 '왕비과' 장미희가 한마디했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기태영)이 자기 기준에는 턱도 안차는 여자(이유리)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뿔이 났다'. 남편(김용건)에게 그 처자가 어디 사는지 물었다. "그 집이 어디라는데요?" "길음동" "거기가 어딘데요?" "아 있잖아. 미아리에서 돈암동쪽으로 넘어가서.." "아, 됐어요"
이 대사들은 한국에서 조금만 살아도 알 수 있는 서울 지역의 편가르기에 다름아니다. 성북동 대치동 등 동네에 따라 빈부가 명확히 갈라지고, 일부 떵떵거리고 사는 유한마담들은 '길음동'이 서울 어디쯤인지 전혀 감도 못잡는 그런. 게다가 아들놈이 사랑에 빠진 그 '눈코입 어떻게 생긴지 궁금한' 그 처자가 사는 동네가 길음동이라면 더 듣지 않아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물론 극중 장미희의 속물 캐릭터에 비춰보면 이런 '길음동 운운' 같은 '망발'은 나올 만했다. 한미한 집안 출신인 남편 보고 "개천에서 나온 용은 당신 하나로 족하다"고 했을 정도니 이 정도는 자연스럽다. 게다가 아직 공부하는 아들 또한 별 수입 없는데도 결혼하면 한 달 생활비 150만원에 '30평 아파트'는 거저 생길 것으로 기대하니, 정말 그럴 만한 집안이다.
하지만 이날 오순도순 김수현드라마를 보기위해 TV를 켠 길음동 주민들, 아니 극중 장미희가 사는 동네에 편입되지 않은 이 땅의 모든 선량한 시청자들은 뭐가 되나. "맞다, 맞아..길음동이 어디인지 모를 수도 있지"라고 무릎을 칠까나, "역시 김수현 드라마는 리얼해"라고 다시 감탄을 할까나. 이 드라마 보면서 엄마 아빠 표정 눈치볼 어린 길음동 시청자들은 과연 없었을까.
한 시청자는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아니 길음동 사는 사람은 모두 거지냐? 도대체 무슨 의도로 길음동 운운하며 못사는 사람들의 집합체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이냐?"
예민 과민 반응도 물론 문제지만, 이런 대사 하나하나가 그냥 파묻혀 둔하게 가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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