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노래하던 '터틀맨'을 추억하며

[기자수첩]

김지연 기자  |  2008.04.03 09:21
ⓒ임성균 기자 tjdrbs23@


"밥 한번 먹으러 꼭 놀러오세요."

이 인사가 '터틀맨' 임성훈(38)과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생전 만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까지 챙기던 임성훈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런 임성훈이 2일 새벽 급성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도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많은 사람들은 '만우절도 아닌데 왜 거짓말을 하냐'며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정겹게 말을 건네던 그가 어디를 갔단 말인가.

2일 저녁 서울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4층에 마련된 그의 빈소에서 만난 거북이의 지이와 금비는 망연자실한 듯 연신 눈물만 쏟아냈다.

사실 임성훈은 거북이의 리더이기 전에 지이와 금비의 정신적 아버지다.

"제가 얘들을 챙겨야지 안 그럼 누가 챙겨요? 그러니까 빨리 병마를 털고 일어났죠.(웃음)"

2005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동안 투병생활을 한 뒤 다시 재기에 나섰던 임성훈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이와 금비, 두 사람 모두 일체의 활동을 포기한 채 임성훈을 살리겠다며 함께 병원에서 먹고 자며 투병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가요계 많은 그룹들이 불화로 해체를 하지만 거북이에게 불화도 해체도 없는 이유다. 이들은 '가족애'로 똘똘 뭉친 가족 보다 더 가족 같은 그룹이다.

그런데 임성훈이 말도 없이, 그것도 지켜봐주는 사람도 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아무 스케줄이 없어 혼자 쉬고 있던 임성훈은 싸늘한 주검이 된지 5~6시간 후 매니저에 의해 발견됐다. 차라리 그간 몸이 아파 병원에 있었다면 저렇게 쓸쓸히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지이와 금비는 오열했다.

기자와 임성훈이 생전에 한 약속을 기억한 듯 2일 밤 빈소에서 만난 지이는 "오빠와 아직 밥도 못 드셨는데 어떻게 해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지이와 금비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임성훈의 가는 길이 그리 외롭지 않다는 점이다. 생전 그를 사랑했던 많은 동료 연예인들의 발길이 밤새 끊이지 않고 있다.

생방송 중 터틀맨의 사망소식에 제일 먼저 달려왔다는 김창렬을 비롯해 황보, V.O.S, 브라운아이드걸스, 슈퍼주니어, SG워너비, 이승철, 노사연, 휘성, 인순이, 강원래, 이소라, 쥬얼리, 현영, 에픽하이, 김종국, 김제동, 정선희, 정찬우, 홍록기, 정종철, 박경림 등 친분 여부를 불문하고 많은 연예인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거북이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가수로 살아온 지난 10년이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비록 고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이렇게 찾아주는 많은 지인과 팬 여러분들의 따뜻한 위로가 힘이 된다"고 고마움의 뜻을 밝혔다.

임성훈은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 가수였다. 먼저 배려하고, 따뜻한 인사의 말을 건네는 그는 "힘들다고 우울한 노래를 만들순 없지 않냐"며 희망을 노래하는 사나이였다.

2008년 4월2일, '빙고' '비행기' '싱랄라' 등 신나는 음악으로 우리를 즐겁게 했던 임성훈이 떠났다. "슬픔도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다"는 생전 고인의 바람처럼 그의 노래가 많은 이들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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