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요정이었다. 나풀거리는 의상을 입고 하늘하늘 춤을 추던 그녀는 수줍은 막내였다.
이효리 옥주현 이진 등 동료들이 각자 다른 활동을 시작했을 때 엉뚱하게도 성유리는 연기를 택했다. 사실 택한 게 아니라 시켜서 시작한 일이었다. 떠밀려 시작한 연기는 성유리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다.
연기력 논란에 은퇴까지 고려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듯 한껏 연기력이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KBS 2TV '쾌도 홍길동'에서 이녹을 맡은 성유리에게 '연기자 성유리의 발견'이라는 수식어가 쏟아지고 있다.
울고 웃고 감정이 풍부한 이녹을 성유리는 맞춤옷을 입은 듯 연기했다.
그녀는 변했다. 수줍었던 막내가 더이상 아니었다. 아니 애초 성유리는 막내 같은 성격이 아니었다. 강요된 성격에서 벗어나 예전의 자기를 되찾고 또 다른 자신으로 변신한 성유리는 이녹과 함께 성장한 듯했다.
데뷔 10년을 맞은 성유리는 이제야 비로소 날개짓을 하고 있다.
-'쾌도 홍길동'이 호평을 받으며 끝났다. 처음부터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초반에는 걱정을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홍자매 작가들의 전작에서 여자주인공들이 모두 부각되지 않았나. 이번 작품은 남자들이 주인공인데다 전작의 배우들과 비교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홍작가들은 어떻게 해야 여자배우가 사랑을 받는지 역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쾌도 홍길동'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여러 작품들에 제의를 받았다. 그리고 그 작품들이 모두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녹이가 너무 좋았고, 전작에서 아픈 죽음을 맞았던 터라 밝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
-초반에는 연기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 성유리의 재발견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아쉬움이 많다. 좀 더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많았다. 역에 빠지다보니 어느 순간 내 능력의 200%를 발휘할 때가 있었는데 그것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는 작품활동을 쉬지 않고 빨리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퓨전사극이라는 점에서 드라마 초반에는 예전 작품이었던 '천년지애'와 비교됐는데. 말투도 그렇고.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도 나를 '백제의 공주 부여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그게 플러스가 되기도 하지만 고정관념이 되기도 하기에 깨고 싶기에 도전했다.
-예전과는 연기에 대한 자세가 많이 바뀐 것 같다.
▶그전에는 내가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고 해도 다른 분들이 안된다고 하면 바로 포기했다면 이번에는 나의 이녹이를 지키고 싶었다. 포기하면 안된다는 사명감도 있었고. 밤샘 촬영하면서 4페이지나 되는 대사가 있었는데 도망치고도 싶었지만 빨리 외워서 충실하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에 밤을 새우기도 했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늘 지적됐던 아기 같은 발성이 이번에는 다른 평가를 받았는데.
▶초반에는 아기 같은 목소리가 이녹의 캐릭터와 맞았다. 그러다 이녹이 성장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발성을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저음이 나오더라. 스스로도 신기했다. 배우들이 캐릭터에 몰입된다는 게 이런 것인가 싶었다.
-사실 처음부터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지금은 연기를 하는게 굉장히 행복한 것 같다.
▶'나쁜여자'로 연기자로 데뷔했을 때 사실 연기의 '연'자도 몰랐다. 회사에서 핑클이 다들 솔로 활동을 시작하는데 너는 연기를 해라고 해서 시작했다. 사실 연기를 전혀 몰라서 하기 싫었다.
초반에는 제작진들이 너무 잘해줘서 어려운 줄 몰랐다. 그러다 '막상막하'를 찍으면서 엄청 혼났고 이 길이 내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천년지애'는 인기는 많았지만 내 연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2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다. '황태자의 첫사랑'도 내 스스로에 좌절을 가져서 또 공백기를 가졌고. 그 때는 정말 못할 것 같았고, 자신이 없었다. 제의를 받아도 망설여졌고.
-연기력 논란이 항상 뒤따랐는데.
▶지금도 그런 악플이 많다. 옛날에는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나랑 연기력이 비슷한 배우들도 있는데 왜 나만 혹독하게 그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공백기 동안 내가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고 내가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입장이니 그렇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그만큼 칭찬도 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멋진날'에서 굴곡진 삶을 가진 여인을 제의 받았을 때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선뜻 하겠다고 했다.
-공백기가 1년을 넘으면 사실상 백수랑 다름 없었을 텐데. 화려하게 조명을 받던 시절과 비교해 어떻게 그 시간을 보냈나.
▶사춘기를 무난하게 겪었는데 공백기 때 또 한번 사춘기를 겪은 것 같다. 오춘기라고 해야하나. 아무일도 없이 1년 반이 지나니 내가 연기를 했는지, 핑클의 성유리였는지 다 잊게 되더라. 화장도 안하고 너무 편하게 지내다보니 또 한번 그 모진 곳으로 돌아가야 되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 시절을 어떻게 이겨내고 다시 복귀를 하게 된 것인가.
▶일이 안들어오고, 기회가 없었다면 그냥 이 길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없지만 끊임없이 좋은 작품들이 제의를 받았다. 어느 순간 용기를 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유리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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