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웠어요 '삼순씨', 잘 돌아오셨어요 '선아씨'

김현록 기자  |  2008.05.26 07:30
배우 김선아. ⓒ송희진 기자=songhj@


2005년 '내 이름의 김삼순'은 그냥 드라마가 아니었다. 애인에게 비참하게 차인 30대 통통족 김삼순도 그저 그런 드라마 주인공이 아니었다.

평범했지만 당당한 그녀는 드라마 속 주인공과 시청자들의 심리적 거리를 사라지게 만든 희한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TV 앞의 또래들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시원한 쾌감을 느꼈고, 사려깊은 그녀에게서 든든한 친구를 목격했으며, 고단한 그녀에게서 세상이 답답하기만 한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다.

그 삼순이를 제 몸처럼 살아낸 배우 김선아에게도 '내 이름은 김삼순'은 그냥 드라마가 아니었다. 삼순이에게 진한 애정과 깊은 공감을 느낀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열광적인 찬사가, CF 제의가 쏟아졌다. 관심도 폭발했다.

삼순이의 세상이 그랬듯, 그녀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은 돌아갔다. 그녀의 몸무게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녀의 허리가 얼마나 잘록해졌는지,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차기작이 지연되는 동안 각동 루머가 나돌았다. 믿기 힘든 스캔들도 있었다.

김선아는 입을 꼭 닫고 3년을 지냈다. 새 영화 '걸스카우트'를 들고 돌아온 김선아는 폭발하는 관심이 무색하리만치 담담하게 입을 뗐다. 핼쓱해진 모습이었다.

"복귀 소감이랄까, 별반 다를 건 없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관심에 조금 긴장된다고 해야 하나. 얼마 전 있었던 기자간담회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온 건 처음이었어요. 저한테는 공백 아닌 공백이었는데, 그게 이렇게 컸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배우 김선아. ⓒ송희진 기자=songhj@


김선아는 카메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동안 가장 크게 변한 것으로 '성격'을 꼽았다. 참 예민하고 민감했었단다. 고민이 있고 힘들 때 털어놓기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다 괜찮아졌다지만 그땐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하는 게 싫었다.

"매번 살 이야기를 하고, 나가면 사람들이 몸만 쳐다보고, 그런게 싫더라구요. 모든걸 일일이 다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마음고생엔 감독이 4번 바뀌고 제작사가 3번 바뀐 끝에 '세븐데이즈'란 제목으로 개봉해 히트한 '목요일의 아이'도 한 몫을 했다. 책임감 때문에 계약기간을 넘기고서도 3개월을 더 기다렸지만 결국 영화는 찍지 못했다. 미련 때문이랄까, 김선아는 아직 '세븐데이즈'를 보지도 못했다.

"너무 미련하게 기다렸나봐요. 그 사이 욕심나는 작품이 있어도 내가 지켜야 할 도리나 약속이 먼저라고 생각했는데. 유난히 한 작품을 고집한 점도 있었고, 겹치기 출연을 안하려는 생각도 있었지요. 사실 속이 좀 상해요."

불운이 겹쳐 왔는지 그녀는 올해 초 목에 고름이 차는 증세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강행군 속에 이뤄진 인터뷰에도 김선아는 링거를 맞고 온 참이었다. MBC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를 함께 촬영하는 통에 한달 반 가량을 쉬는 날 없이 보냈다. 김선아는 퉁퉁 부은 발을 꺼내보이며 "발바닥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디딜 때마다 아프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선아는 그 와중에도 "드라마 시놉시스엔 타고난 섹시함이 있다고 그랬는데 다 없어졌다. 사실 그냥 벗는 게 더 섹시하다"며 농담을 잊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은 김선아가 늘 밝고 쾌활하기를 기대한다. 개봉을 앞둔 '걸 스카우트'에서도 그녀는 씩씩하고 활기차다. 힘들고 지친 순간에도 웃어야 할 때, 그녀는 문득 외롭지 않았을까.

배우 김선아. ⓒ송희진 기자=songhj@


"스트레스는 아니에요. 지금까지 온 것이나 작품 선택에서 저는 늘 제 주관대로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시청자나 관객의 기대감을 받아들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꼭 거기에 얽매여 맞춰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이건 내 일이고 직업이니까, 코미디 안에서도 나름대로 넒혀왔다고 생각해요. 장르든 이미지든."

그런 점에서 코미디와 드라마, 웃음과 절절함이 함께 있는 '걸스카우트'는 코미디에서 벗어나겠다든지 '삼순이'에게서 벗어나겠다는 부담 없이 선택한 작품이다. 애지중지 모은 곗돈을 떼이고 직접 사라진 계주를 찾아나선 30대 아가씨 미경에게선 익숙한 김선아의 활력과 유머가 느껴진다.

"이미지 변신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어요. 다음엔 멜로 해야지, 다음엔 딴 거 해야지, 생각해도 다 운때가 맞아야죠. 작품과 제가 만나는 건 운명같아요.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연애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찢어질 수도 있고, 잘 돼서 결혼할 수도 있지요. 이 사람이다 했는데 아닐 수도 있는거고, 이상형이 아니더라도 만나다보면 괜찮은 사람도 있잖아요."

김선아는 지금 사람들의 전반적인 색깔이 약간 회색같다고 말했다. 먹구름이 낀 것처럼. 영화 속에서 늘상 먹구름에 쌓여 있던 사람들이 소나기와 태풍을 뚫어가는 걸 보면서 공감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 설명에 3년만에 다시 대중 앞에 선 그녀 본인을 떠올리게 되는 건 왜일까.

돌아온 김선아가 그리운 삼순이가 아니면 어떠랴. 옛 삼순이 그대로라면 또 어떠랴. 짙게 드리운 삼순이의 그림자에 개의치 않겠다는 그녀와 함께 웃는 건 분명 즐거울 텐데. 참 오래 기다렸다. 삼순이의 통쾌한 복수와 사려깊은 위로 속에 함께 울고 웃다가 어느덧 훌쩍 자라버린 이들이 이제 김선아를 따뜻하게 토닥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잘 돌아오셨어요 선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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