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빅5 따라잡기]①강철중 '센놈이 돌아왔다'

전형화 기자, 김현록   |  2008.06.11 11:59

올 여름 극장가에는 기대를 모으는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특히 6월과 7월에는 규모와 캐스팅, 소재에서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즐비하다. 스타뉴스는 '강철중:공공의 적1-1'를 비롯해 '크로싱'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까지 한국영화 다섯 편을 총5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강철중', 1편과 같은 점과 다른 점

강철중은 한국영화에서 이름으로 기억되는 몇 안 되는 캐릭터이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나 '괴물'도 극중 캐릭터의 이름을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만큼 '꼴통형사' 강철중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대단했다. 강우석 감독이 검사로 변신시켰던 강철중을 다시 형사로 되돌린 데는 그만큼 사람들이 형사 강철중을 원했기 때문이다.

제목에 굳이 '강철중'과 '공공의 적1-1'을 같이 쓴 것은 그런 까닭이다.

7년의 세월을 건너뛴 '강철중'이 1편과 같은 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설경구가 강철중을 연기하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이다. 설경구 없는 강철중은 고무줄 없는 팬티와 같다. 설경구는 전편처럼 지르고 때리고 억지를 쓰며 반건달 형사 노릇을 한다.

다만 전편과 차이가 있다면 강철중이 생활고에 시달리는데다 논리가 생겼다는 점이다. 전세값을 구하려 은행문을 두드리다 경찰에 끌려가는가 하면 범인을 잡는데 머리를 쓴다. 설경구는 이에 대해 "세월이 하수상한데 강철중이라고 변하지 않았겠냐"라는 말로 정리했다.

이문식 유해진 강신일 등 전작에 출연해 웃음을 줬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1편 팬들에 대한 서비스이다. 이들 뿐 아니라 전편에 얼굴만 비췄던 조연들도 '강철중'에서는 색깔을 분명히 한다. 1편 테마곡과 하이라이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설경구과 정재영의 대결은 곱씹는 맛을 더한다.

'강철중'이 전작과 분명한 차이를 주는 것은 공공의 적의 변신이다. 존속살해를 했던 1편의 악당은 마누라에게 쩔쩔매는 악당으로 변했다. 더 센 악당보다 웃기는 악당을 택한 게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차이는 장점이 될 수도,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욕이 줄은 점과 잔인한 묘사가 준 것도 눈에 띈다. 청소년 관람불가였던 1편과 달리 '강철중'은 15세 관람 등급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온 차이이다.


#설경구, 강철중 안닮았다고 욕먹고, 정재영 '강철중'인지 모르고 캐스팅

7년이 지난 캐릭터를 되살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강철중이 '다이하드'나 '인디아나 존스'처럼 배우의 캐릭터를 차용한 캐릭터가 아니기에 설경구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철중 이후 '오아시스' '실미도' '그 놈 목소리' '싸움' 등 많은 작품에서 다른 역을 연기했던 설경구는 변신의 귀재라는 표현일 따라붙지만 그렇기에 예전 캐릭터 따라잡기는 더욱 힘든 일이었다.

설경구는 "누구는 웃는 모양이 강철중 같지 않다고 하고, 누구는 눈빛이 다르다고 하더라"면서 "내가 연기했는데 남들이 다르다고 하니 죽을 맛이었다"고 했다. 설경구는 촬영 내내 강철중 옷을 입은 채 역할과 동화되도록 노력했다.

공공의 적을 맡게 된 정재영은 사실 2편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당시 정재영은 너무 부담스럽다며 거절했었다. 그런 인연을 갖고 있던 정재영은 '강철중'인지 모르고 이번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

지난해 초 '신기전'을 촬영 중이던 정재영은 강우석 감독에게 "코미디 한 편 하자"는 제의를 받고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후 정재영은 "'강철중'에 캐스팅됐다면서"라는 소리를 듣고서야 이 작품에 출연하는 줄 알게 됐다.

'강철중'의 선장인 강우석 감독은 이번 영화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강우석 감독은 '한반도'로 상처 받았던 마음을 '강철중'으로 달래고자 와신상담했다. 그동안 지르는 작품을 했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장기인 코미디로 대중의 평가를 받고자 했다. 강 감독은 "이번에 관객이 외면한다면 끝이다"라는 각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왕의 남자' 흥행으로 빚더미에서 일어난 이준익 감독처럼 강우석 감독은 '강철중'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시네마서비스 재건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시네마서비스 재건은 단순히 제작,배급사의 재건이 아니라 강우석 라인으로 불리는 감독들과 제작자들이 한데 모이는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흥행코드:갑갑한 세상에 웃음을, 올드팬들도 관심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자리를 바꿔가며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강철중'은 세대를 초월할 수 있는 대중영화로 기대를 모은다.

2002년 전국 30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원작 '공공의 적'은 케이블 영화채널을 통해 수없이 재방송되면서도 매번 일정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 더욱이 할리우드의 현란한 CG에 진저리를 치는 중년 관객이라면 막무가내 다혈질 형사에게서 더 큰 통쾌함을 느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매번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막에 기대 미국 영화를 관람할 수밖에 없었던 중년 관객이라면 입에 착착 달라붙는 걸쭉한 대사의 맛을 제대로 살린 형사 강철중이 더욱 반가울 터다.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이면서도 15세 관람가를 받아 청소년 관객들을 놓치지 않은 점 역시 '강철중'의 흥행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특히 '강철중'은 '공공의 적2'에서 주인공이 엘리트 검사로 분하면서 다소 실종됐던 코미디의 맛을 살리는 데 더욱 공을 들였다. '투캅스' 시리즈를 가장 사랑하며 "나의 본령은 코미디"라고 말하길 마다않는 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촌철살인식 코미디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장진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맡기면서 웃음의 포인트가 더 깊고 다양해졌다.

2008년 대한민국의 세태를 놓치지 않은 점도 '강철중'의 매력이다. 화려한 CG를 내세운 여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분명한 차별을 이룬다.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들을 내세운 올 여름 블록버스터들이 SF적 상상력을 앞세웠다면, 높은 은행 대출 문턱에 울컥하고 수입 쇠고기 광우병 문제를 언급할 만큼 예민한 감각을 지닌 서민 형사 강철중은 훨씬 현실적이고도 친근한 캐릭터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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