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인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을 제작한 바른손의 최재원 대표는 이제야 한 시름을 놓은 모습이었다. 최 대표는 '놈놈놈'이 파죽지세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피부로 실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놈놈놈'이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200억원에 달하는 총제작비가 주는 부담감에서 비로소 벗어난 듯 했다. 한국영화에 유례없는 비주얼을 구사했다는 상찬이 쏟아지는데도 계속 가슴을 졸였을 최 대표를 만났다.
최재원 대표는 "'놈놈놈'을 만들고 개봉하면서 겪은 모든 성과가 한국영화가 진화 발전할 수 있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에게 '놈놈놈'의 뒷이야기와 앞으로 나가야 할 점, 그리고 한국영화의 방향점을 들었다.
-4주차에도 불구하고 '놈놈놈'을 여전히 관객들이 찾는데.
▶현재 320여 스크린을 유지하고 있다. 4주차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개봉작보다 성적이 좋다. 중장년층이 극장에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 6일 칸 버전을 상영했을 때 깜짝 무대인사를 했는데 관객들이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개봉 초반 스토리가 없다는 논란이 일어 마음고생도 했을 것 같은데.
▶마니아층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에도 10대와 장년층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영화를 즐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병헌이 10대들의 인기를 이렇게 실감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놈빠'가 생기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김지운 감독이나 나까지 관객들이 알아보더라.
-이제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는데.
▶'놈놈놈'은 개봉 전부터 '괴물'의 흥행 성적과 비견이 됐다. 손익분기점이 높다는 것도 어깨를 짓눌렀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흥행을 체감하지 못했다. 이제야 좀 흥행에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놈놈놈'이 600만 이상을 하는 것은 모두 관객의 덕이요,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천만영화와 비교되며, '놈놈놈'의 천만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
▶일단 관객의 절대수가 '괴물' 때보다 적다. 또 다른 천만 영화들이 우리만큼 논란이 뜨거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속도는 '왕의 남자'보다 빠르다. 4주차에 여전히 매일 10만명이 들고 있으니. 스토리 부분은 이 영화의 지향점을 위해 과감히 선택한 부분이었다. 희망은 네 자리수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관객의 선택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생각하고 있다.
-'놈놈놈' 흥행이 실패하면 한국영화에 IMF가 올 것이라는 등 흉흉한 이야기가 많았었는데.
▶내 별명이 '핵폭탄'이었다. 만일 흥행이 안됐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이만큼 큰 예산이 투입되는 영화 제작이 더 힘들었을 테고. '놈놈놈'의 시작부터 해외 부가판권을 고려했었다. 그런데 계획을 잡았던 것에 비해 일본쪽 상황이 여의치않아 극장 의존도가 더 커졌다. 시장규모에 대한 고민을 더 할 수밖에 없다.
-'놈놈놈'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목표치가 있었는데.
▶머천다이징을 중장기적으로 할 것이다. DVD도 반응이 좋을 것 같다. 게임도 진행 중이며, 만화, 화보, '놈놈놈'이라는 타이틀 등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예산이 촬영 도중 늘어나면서 고민이 더욱 커졌을 텐데.
▶물론이다. 원래 예산에 맞추면 예전 블록버스터들의 폐습을 답보할 것 같더라. 감독의 상상을 제한할 수밖에 없으니. 그래서 다른 방식의 활용을 더욱 고민하게 됐다. 영화 만들기가 보물찾기라면 감독이 지도를 가지고 있고, 내 역할은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서포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길게 볼 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크나이트' 등 외화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은데.
▶'놈놈놈'은 계속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시점을 지나면서 관객들이 즐기는 방법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빠삐놈'이 그 예이다. '다크나이트'에 맞서서 또 다른 생명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놈놈놈'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편으로는 명과 암이 두르러진다. 시장규모와 활로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을 것 같은데.
▶시장 사이즈에 비해 이런 규모의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이것은 하나의 시작이다. 이런 사이즈의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지운 감독과 제작백서를 쓸 생각이다. 아직 김지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놈놈놈2'도 생각 중이다. 2편을 찍는다면 당연히 처음보다는 예산이 적게 들지 않겠나.
지금 한국영화는 관객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데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한국관객에만 초점을 맞출 지, 월드와이드를 생각해야 할지도 함께 해야 할 지점이다. 현재 시장규모로는 이런 영화를 또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기획 단계부터 월드 와이드를 고려해야 한다.
-일본과 합작으로 만들었다면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었을텐데.
▶초반에 논의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일본측이 우리 스케일을 못 따라오더라. 또 그들에게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를 간섭다고 싶지 않았다. '놈놈놈'에 기획 단계부터 제작까지 상당히 빨리 진행된 것도 한 이유이다. 프리프로덕션에서 촬영까지 8개월이 걸렸다. 미술팀과 촬영팀, 연출부를 따로 나눠서 진행하면서 속도를 조절했다.
-현재 '놈놈놈'으로 인한 시장 활로와 목표치에 대한 달성도는 어떤지.
▶먼저 시장을 키우려 했으나 아직 인프라가 못 따라오는 것 같다. 기획단계부터 기업들과 연계를 했어야 하는데 쉽게 접근하려 하지 않더라. 때문에 현대카드, 삼성전자와 공동 마케팅을 한 것은 고무적이다.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놈놈놈' 햄버거 등도 만들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만화책 화보 OST 게임 등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캐릭터를 활용한 봉제인형도 만들었다. 이런 것들은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인데 아직 개봉이 결정되지 않아 늦어지고 있다.
중국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제의도 받았지만 아직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 정도 성과이면 '놈놈놈' 시리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놈놈놈' 비긴스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놈놈놈'의 흥행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미래와도 관계가 있는데.
▶한국영화가 블록버스터와 저예산영화로 간다는 '양극화'에 대한 경계심도 물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다변화도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이만큼 제작비를 투입해야 관객의 '니즈'(needs)를 맞출 수 있다. 천만영화라고 다 좋냐는 비판보다 관객의 니즈를 공유하고 고민해야 하다.
또 그런 니즈를 맞추기 위해서는 시장을 키우고 개척해야 한다. '놈놈놈'이 그런 화두가 되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다음 작품인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처음부터 해외 판매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놈놈놈'이 거둔 성과가 있다면.
▶얼마를 투입해 얼마를 버는 것은 물론 중요한다. 하지만 '놈놈놈'은 숫자보다 한국영화를 얼마나 진화 발전시킬 수 있었으냐가 더욱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노하우를 한국영화 종사자들과 공유하려 한다. '놈놈놈'이 해외시장에서의 위치, 대형 영화를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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