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참' 문소리 "슬슬 칼 갈아야죠"(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8.08.30 06:15
배우 문소리.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혼을 다한 연기엔 입이 떡 벌어졌지만, 그만 기가 질렸다 . 당당한 태도는 멋졌지만 차마 가까이 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 대한 찬사와 그녀에 대한 거리감은 정확히 비례하는 듯 했다. 오죽하면 '무릎팍 도사'에게 "사람들이 내가 나이가 많은 줄 안다, 날 어려워한다"고 털어놨을까.

배우 문소리 얘기다. 연기파 배우란 수식어에 결코 모자람이 없는 그녀는, 그러나 조금 우스웠지만 꽤 절실했던 TV 고민상담 이후 부쩍 우리 곁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예 능 프로그램에서 소탈한 입담을 과시하더니 이젠 주말 홈드라마까지 손을 뻗었다. MBC 새 주말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극본 이정선·연출 정세호)의 주인공 역이다.

30일 첫 방송을 눈앞에 둔 문소리를 만났다. 누군가 물었다. 그녀의 대단한 '포스'를 느꼈냐고. 물론이다. 그러 나 그녀의 남다른 기운은 상대를 압도하는 위압감이 결코 아니었다. 조심스럽지만 솔직한 이야기에선 오히려 풋풋한 인간미가 풍겼다. '문소리씨' 대신 '소리 언니'가 불 쑥 튀어나올 만큼!

"지금은 당원이 아니지만 데모만 하면 앞에 나가 있지, 그러니까 맨날 시사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하자고 하지(웃음). 저를 어렵게 생각하실 만도 하지 싶어요. 하지만 사람이 그런 면만 있나요. 작품의 무게도 중요하지만 배우 에 대한 느낌도 중요하단 생각이 차츰 들더라구요. 자유 로워야지 뭐든 매여서 족쇄가 되면 안 좋은 거지요."

친해지는 데 3년이 걸린다"는 유별난 낯가림도 선입견에 한 몫을 했다. 배우의 특성상 모르는 사람과 작업하고 미 팅하는 게 잦건만, 문소리의 단답형 대답에 '내가 싫은가 ' 오해하는 이도 많았다.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고, 그녀 같은 베테랑 연기자도 정작 자신을 표현하는 데는 퍽 서 툴렀던 셈이다.

"전 아주 오래 매니저 없이 혼자 일을 했어요. 이 무서운 판에서 상처받지 말고 무너지지 말고 살아야겠단 생각에 늘 긴장하고 그랬죠. 먀냥 귀여움 떨고, 예쁨받는 건 해 본 적이 없으니까. 낯가림은 날 때부터 그랬다네요. 그래 도 이 일을 10년 하다보니, 또 30대가 되다보니 조금씩 편해졌나봐요."

배우 문소리.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30일 방송을 앞둔 '내 인생의 황금기'는 재혼가정의 3남매를 중심으로 가족과 사랑을 진지하지만 유쾌하게 그려가는 작품이다. 문소리의 출연이 결정되면서 안팎의 기대도 높다. 문소리가 'MBC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올 정도다. 경쾌한 숏커트에 화사한 커리어우먼룩으로 단장한 문소리 역시 "MBC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라고 는 밝힐 만큼 의욕적이다.

사실 문소리에게 '내 인생의 황금기'는 첫 드라마가 아니다. 지난해 화제 속에 방송된 '태왕사신기'에서 여주인공 기하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 비극적인 운명, 적과의 사랑과 복수 등 '비련의 여주인공'의 모든 전형을 갖춘 캐릭터는 늘 범상찮은 인물을 그려왔던 문소리와 다소 불협화음을 냈다.

"'태왕사신기'는, 좀 답답했어요. 마음을 탁 비우고 덤볐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처음 출연하기로 했을 땐 역할도 많이 달랐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미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던 거죠. 그냥 흘러가야했어요."

이번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30대의 북 디자이너 이황. 맞바람을 피다 갈라선 이혼녀로 알려졌지만 불륜에 얽히고 설켜 힘들어하기보다는 유쾌하고 당당하게 헤쳐 가는 캐릭터다. 문소리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듯 어찌 보면 팍팍한 삶을 경쾌하게 풀어내기에 더 좋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해체된 가정이나 파격적인 불륜을 종종 그렸던 문소리가 드라마에서도 이혼녀를 맡는다 해서 그녀의 결혼 생활을 섣불리 상상하진 마시길. 결혼 2년째에 접어든 문소리와 장준환 감독 부부는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아직 싸움 한 번 제대로 해 본적 없는 닭살 신혼이다. 문소리는 뒤늦게 결혼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처음 결혼한다고 알려졌을 때 주위 사람들이 다들 몰랐거든요. 야단도 아니었어요. 절교하자고 그러고, 그해 최고의 남녀 연기상을 우리한테 주겠다고도 하고.(웃음) 나중에야 따로 생각했을 땐 몰랐는데 둘이 같이 있으니까 어울린다고 그러시네요."

배우 문소리.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든든한 기둥이 생겨 좋을 뿐 문소리는 "아역배우에게 절 소개하면서 '이 분은 문소리 아줌마야'라고 해도 크게 반박을 못한다"는 것 외에는 배우로서 큰 변화가 없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녀의 TV 진출 역시 마찬가지다. 화면이 바뀌었을 뿐 연기자 문소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는 변함이 없을 테니.

"신나긴 하는데 사실 지금껏 해온 거랑 너무 달라서 주눅들기도 해요. 아직까지는 자신감있게 못하고 슬쩍 슬쩍. 이제 좀 지나면 슬슬 칼을 갈아야지요.(웃음) 그건 그렇고 첫방송은 몰래 볼까 생각중이에요. 키스신도 나오는데 식구들이랑 보기 민망해서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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