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또는 강마에, 그에게 반한 이유②

[★리포트]'베토벤 바이러스' 전격 해부

김현록 기자  |  2008.10.15 11:27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연일 화제다. 국내 최초의 휴먼 음악드라마란 거창한 수식어,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설명이 늘 따라다니지만 사실 이 드라마의 저력은 직접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 한 컷을 위해 많게는 수십번 같은 장면을 반복해 촬영하는 연주신, 가슴에 콕 와 박히는 대사들. '베토벤 바이러스'는 새로운 소재에 대한 치밀한 접근, 연기·연출·극본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웰메이드 드라마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가장 큰 힘은 '명민좌' 김명민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이며 매력적인 독설가 '강마에' 캐릭터의 힘이다. 드라마 게시판은 김명민 혹은 강마에에 대한 추종에 가까운 찬사가 가득하다.

독선적인 지휘자 강마에는 그 오만함에 치가 떨리게 하다가도 의외의 코믹함과 깊은 마음 씀씀이로 시청자의 마음을 열어놓는다. 그 다면적인 인물을 표현하기에 현재로선 김명민 이외의 다른 인물을 생각할 수 없다고 시청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명민.. 오기와 끈기의 완벽 연기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의 지휘 장면은 그 자체가 하나의 스펙터클이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표정으로 온 몸으로 음악을 타는 그의 모습은 몇 번을 반복해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피나는 훈련의 결과다. 촬영을 앞두고 무려 5개월간 지휘를 연습했다. 잠꼬대를 하면서까지 음악을 들었다.

물론 그의 연습은 기술적인 반복에 그치지 않는다. 완벽한 연기를 가능하게 하는 건 완벽한 몰입이다. 지금의 김명민은 그 자체가 강마에다. 대화를 나눌 때조차 김명민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강마에와 이야기를 하는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그의 완벽주의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01년 영화 '소름'을 찍을 때는 못 피우는 담배를 하루 종일 피우며 촬영하다 까무러친 적도 있다. '하얀 거탑'의 천재적 외과의사 장준혁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수술 참관은 물론이고 전문 의학서적까지 독파했다. 수술 장면을 찍은 비디오까지 반복해 돌려보며 디테일을 더했다.

완벽한 연기는 시청자들의 찬사로 되돌아온다. 김명민은 2005년 '불멸의 이순신' 당시 미스캐스팅 논란을 열광적인 찬사로 바꿔놨고, '하얀 거탑'으로는 연기의 최고봉이라는 뜻에서 '명민좌'란 별명까지 얻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시작부터 '김명민 바람'이 거세게 부는 중이다.

김명민은 작품을 끝날 때마다 무시무시한 우울증에 시달릴 만큼 치열한 몰입 연기를 '오기'와 '절박함'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연기를 떠올리면 "작품을 할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다, 나는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는 그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강마에.. 노력하는 살리에리의 꿈

오만으로 똘똘 뭉친 강마에는 최근 드라마의 가장 문제적 캐릭터다. 오합지졸 오케스트라를 향해 쏟아낸 악담은 '왕비호'를 능가한다. "난 오케스트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거고 니들은 그 부속품"이라고 하던 그는 분에 못 이겨 "아니 니들은 그냥 개야. 난 주인이고. 그러니까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짖으라고"라고 고함을 지른다.

그러나 강마에는 인간미 제로의 독선주의 아래 상처받기 쉬운 속살을 간직한 인물이다. 굳이 의외의 코믹한 면면을 들추지 않더라도 독설, 오기, 자부심, 열등감, 성공에 대한 열망이 복잡하게 뒤섞인 그의 캐릭터는 그 자체가 드라마다.

톱클라스 클래식은 이른바 천재들의 세계다. 그의 라이벌인 정명환은 고등학교 시절, 8분의 1도라는 미묘한 음정의 차이를 알아채고 멋들어지게 피아노를 연주하던 천재적 음악가다. 범인(凡人)에 다름없는 강마에는 평생 그를 따라잡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 모습은 모차르트를 동경하면서도 증오했던 살리에리를 떠올리게 한다.

독설은 그 다음이다. 김명민의 말대로 '천재만 보면 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강마에는 노력하지 않는 게으름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리고 말한다. "꿈? 그게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이라고.

그의 직설화법 아래 엉망진창이던 오케스트라는 공연을 끝내고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놀라운 성장을 거듭한다. 연주자의 꿈을 접고 주부로 살아오던 아줌마는 '정희연'이란 이름을 찾고, 은퇴했던 치매 노인은 삶의 이유를 얻고, 틈틈이 콘트라베이스를 연습하던 복사기 회사 과장도 드디어 감격의 무대에 선다.

살아가는 데 음악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강마에는 노력하지 않는 꿈은 하늘의 별이나 다름없다며 넋 놓고 있던 평범한 이들을 자극하고 일깨운다. 경제위기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가는 요즘, 클래식과 꿈을 이야기하는 강마에가 더욱 주목받는 건 과연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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