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찍어도 남는 게 없다." "변질된 제작 상황에서 드라마 한 편 만드는 게 곤욕이다."
방송사 드라마국과 외주제작사, '갑'과 '을'을 막론하고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직접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모두 드라마 제작 환경의 악화를 토로하며 한국드라마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개편 속 줄줄이 이어진 방송사의 일부 드라마 폐지 소식과 함께 더욱 부각되고 있는 한국드라마 위기론을 살펴본다.
◆ 외주제작사 "드라마, 성공해도 손해만 남아"
"문화체육관광부에 독립제작사로 등록된 업체 중 실질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관계자의 주장이다.
(주)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지난 4월1일 '미래 성장동력 드라마 산업: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제작비의 50~60%만 방송사로부터 지급되고 있다"며 "방송사에 저작권이 귀속되며 드라마 제작사의 부가가치 창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점 등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인해 드라마 제작사가 몰락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외주제작사 관계자들도 "연예기획사와 방송사 사이에서 외주제작사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캐스팅이 약해서는 편성이 안되니 아무나 캐스팅할 수도 없다. 우선 방송을 하려니 스타급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치우친 갑과 을의 권리문제와 높아만 가는 제작비에 비해 떨어지기 바쁜 예산으로 수익 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져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등은 방송사가 제대로 계약도 맺지 않는 불공정 행정을 하고 있어 외주제작사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 방송사 "외주제작사로 인해 드라마 제작 환경 변질"
방송사도 한편으로 보면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프로그램 하나 제작할 때도 수익과 작품성을 동시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엔 변화한 드라마 지출 구도로 인해 수익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방송사 한 관계자는 "외주제작사가 배우 몸값만 너무 터무니없이 높여 놨다. 그러니 고가의 제작비를 들여도 보람이 나지 않고 흥행한다고 하더라도 제작사는 망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고 성토했다.
이는 자료로도 입증돼 '미래 성장동력 드라마 산업: 현황과 과제'에서 논의된 자료에 따르면 2006~2007년 기준 제작사의 드라마 실 제작비 대비 60%는 출연료다. '스타배우'에 집중하다보니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이 스타를 잡기 위해 전체 드라마의 배우 층은 얇아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배우들 속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다른 한 관계자는 "변화한 제작환경과 제작비 상황상 자체 제작이 쉽지 않다. 갈수록 외주제작사 위주로 드라마가 운영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며 "이러다가 방송사는 관리 일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주제작사에서 이런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방송사 탓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한편 "지금 상황으로는 드라마에서 배우가 아닌 스타만 보게 될 것 같다. 건강한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변질된 드라마 제작 환경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2008 가을 개편을 맞아 KBS는 2TV 일일드라마를, MBC는 주말특별기획드라마를 폐지할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SBS도 금요드라마를 폐지하는 등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드라마 부문의 축소를 예고하고 있다.
제작 현장의 고충과 좁아드는 입지 속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한국드라마가 위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의견들 속에 더 늦기 전에 한국드라마 환경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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