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드라마-예능 천국..생각말고 즐기라고?

[기자수첩]

문완식 기자  |  2008.10.31 10:15
MBC '베토벤 바이러스', KBS 2TV '바람의 나라', SBS '바람의 화원'의 한 장면


KBS 30개 프로그램 중 6개(2TV 기준), MBC는 26개 중 5개, SBS는 28개 중 5개. 지상파 방송 3사가 평일 방송하는 프로그램 중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숫자다. 전체대비 20%가 넘는 비율이다. 프로그램 5개 중 하나는 '즐기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이 같은 드라마와 예능 편중 현상은 평일 오후 7시 이후와 주말에는 더욱 심해져 뉴스나 일부 교양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거의 60%에 육박한다. 심지어 방송사들은 주말 시간을 이용해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재방송하기에 여념이 없다.

한마디로 시청자들에게 생각 말고 그냥 즐기라는 소리와 같다.

방송법 제69조 1항은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 공정성·공공성·다양성·균형성·사실성 등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다. 편성에 있어 다양성을 방송사업자의 '의무'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사들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결과적으로 다양성 부족으로 이어져 시청자의 선택권을 박탈했다. 매일 저녁 시청자들은 '그 밥에 그 나물'인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보며 웃고 즐기다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SBS '패밀리가 떴다',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의 한 장면


이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씨는 "방송사들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위주의 편향적인 편성은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중요시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지상파 방송3사가 지나치게 시청률 위주로 나아가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방송사들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은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3사 프로그램에 '골고루 돌아가며' 출연하는 현실을 불러왔다. 프로그램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똑같은 얼굴이 나오는 똑같은 프로그램을 매번 보는 셈이다.

강씨는 "결국 시청자이 볼 게 없으니까 보게 되는 것"이라며 "시청자들도 여기에 점점 길들여져 비판적인 시각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시청자들을 통해 나오는 시청률 때문에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만을 줄기차게 봐야 하고 그렇게 나온 시청률은 또 방송사에 전해진다. 방송사는 또 그걸 바탕으로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틀고 또 튼다. 시청자는 마냥 보고 즐기면서 스스로를 '시청률의 볼모'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강씨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시청의 주체인 시청자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시청자를 이끌고 시청자와 함께 사회적 과제로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편중을 줄이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아마도 그 열쇠를 쥐고 있는 방송사들이 스스로 개혁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생각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친절한 TV씨'가 스스로 개혁할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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