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황석영, 문화 전복(顚覆)을 엿보다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  2008.11.05 09:05


작가 황석영의 '무릎팍도사' 출연은 당혹스러울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출연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 충분하다. 도대체 어떻게 섭외했고 회유했길래, 출연이 성사되었을까 싶을 정도다.

지난달 29일 방영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한국의 대표적 문호 황석영이 출연했다. 또, 오늘(5일) 밤 11시15분에 2부가 방영된다.

'무릎팍도사'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로 스타의 참모습을 보는 시간'을 표방하며 그간 인기 스타를 출연시킨 오락 토크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작가 황석영의 출연은 더욱 놀랍다.

한국 문단의 거목 황석영이 강호동과 걸쭉한 농을 주고받고, 유세윤에게 혹독한 이력 심문을 받는 모습은 뜻밖의 재미였지만, 그 의미 부여는 필연적이다. '나이가 들어도 품위가 들지 않는다'는 형식적 고민을 들고 나왔지만, 그가 말하는 품위는 '문화 전복'을 예고하며 세상을 향해 '달리 손 내밀기'의 뒤틀림으로 들린다.

황석영이 누구인가. 그는 민중의 시각에서 체험적 글을 써온 대한민국 대표 작가다. '민중'은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사람들을 진보주의, 또는 좌파의 관점에서 부르는 말이다. '무릎팍도사'는 역설적으로 민중을 대중속으로 밀어넣고 동시에 이들을 껴안게 만들었다. 그리고, 민중의 시대에서 대중의 시대로 세상은 전환의 시대를 맞았다고 미디어는 역설한다. 그 역설의 중심에 황석영이 호탕하게 웃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숨은 상징성을 쇼 오락 프로그램의 웃음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것은 놀랍기 그지없는 일대 변화다.

어린 시절 반항아로, 퇴학과 가출을 반복하고, 자살을 시도하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다가, 월남전 참전용사로, 수행하는 스님으로, 가자! 북으로, 김일성을 만나고, 투옥과 사면을 오가며, 상처투성이로 현대사를 온몸으로 써내려간 우리시대의 작가 아니었던가.

1974년 7월. 그의 나이 32세에 시작된 대하소설 '장길산'은 한국일보에 10년간 연재되면서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84년 7월에 연재를 마쳤으니 꼭 10년의 세월에 걸쳐 이루어낸 역작이다. 원고지 매수만 5만장에 이를 만큼 그는 모질게 시대와 맞선 작가였다.

'무릎팍도사' 황석영의 출연을 두고 문단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적어도 오락 프로그램이 획득한 전리품은 황금어장처럼 혁혁해 보인다. 우선, 어둡고 긴 터널의 시대를 출렁거리며 지나온 기성세대들에게 고루하고 치열했던 삶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 황석영의 행보를 전혀 모르고 자라온 청소년들에게는 풀처럼 자라온 작가적 삶을 검색케 하고 지적 호기심을 유감없이 가르친 자리였다.

그간 오락프로그램이 웃고 떠들고 마는 비생산적이라는 비평에 시달려 온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가 평일 방송하는 프로그램 중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은 KBS 30개 프로그램 중 6개(2TV 기준), MBC는 26개 중 5개, SBS는 28개 중 5개다. 전체 대비 20%가 넘는 비율이다.

프로그램 5개 중 하나는 '즐기는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적 여론 앞에 '무릎팍도사 황석영 편'은 그러한 비판을 온전히 비켜서게 되었다. '무릎팍도사' 연출은 맡은 임정아 프로듀서는 공교롭게도 황석영 편이 마지막 연출이 되었다. 프로그램에서 캐스팅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임정아 프로듀서의 안목은 문화의 벽을 허물만큼 대범했다.

익명의 대중 시대에 안착한 오늘의 문화는 황석영을 통해 장벽이 무너졌다. 이제 밥그릇 싸움은 끝났을 만큼 쌍방향의 시대가 도래된 것이다. 읽혀지고 보여지지 않는 것은 무의미하고, 격을 따지기에는 세상은 이제 너무 복잡해졌다. '문화 전복'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닌 것이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쿨투라'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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