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모 "발가벗겨진 마음으로 연기했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2008.12.11 08:58
배우 주진모 ⓒ 임성균 기자

주진모는 '쌍화점'을 찍으면서 부끄러웠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유하 감독 앞에서 발가벗겨진 것 같았다고 한다.

1999년 '해피엔드'로 얼굴을 알린 뒤 10년이란 세월 동안 연기를 해왔다. 연기에 자신이 있지만 이번에 자존심을 버리고 임했다. 하루에 한 갑을 피우던 담배도 어느새 세 갑으로 늘었다.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연기에 대한 고뇌는 더욱 늘어갔다.

주진모는 '쌍화점'(감독 유하, 제작 오퍼스 픽쳐스. 30일 개봉)에서 고려시대 왕 역할을 맡았다. '쌍화점'은 고려 말 남색에 빠졌던 공민왕의 일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정작 안타까운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여린 심성을 가지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로 다시 톱 배우의 대열에 올랐지만 지독한 남자를 이야기한 '사랑' 그리고 이제 사극 '쌍화점'을 선택했다. 대중적인 영화를 선택할 법했지만 그는 다른 욕심을 갖고 작품을 찾았다.

그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고 싶다. 배우 주진모에게 시나리오를 줘도 되겠다는 배우로서의 인정을 받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마라톤은 아직 진행형이다.

-'미녀는 괴로워' 흥행 이후에 '사랑' '쌍화점'까지 의외의 선택이었다. 좀 더 발랄하고 대중적인 영화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데뷔 때 꽃미남이란 이야기를 들으면서 드라마, 미니 시리즈 제의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역으로 김기덕 감독의 '실제상황' 같이 개인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작품을 택했다. 대중들이 원하는 연기만 하는 것은 자신이 없다.

-'쌍화점'은 동성애자 왕이라는 설정이다. 선택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시대극이네', '동성애적 면이 있네' 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고 동성애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 인간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 끌렸다. 부담감은 있었지만 연출자가 해결해줄 것으로 믿었다.

'쌍화점'은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에서 톱배우는 인지도와 스타성을 모두 갖춰야한다. 저는 그런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고 싶어도 인지도와 스타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캐스팅 안 된 작품도 있었다.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았다.

이 작품을 통해 그런 부분을 인정받아 주진모라면 이 시나리오를 줘도 된다는 인정을 받고 싶다.

-드라마 '슬픈 유혹'에서도 동성애자를 연기했었는데.

▶솔직히 이성애자다. 동성애 영화나 드라마에 의도적으로 출연한 것은 아니다. 작품 선택을 할 때 시나리오나 대본에 어떤 메시지가 있나를 본다. 당시에도 전하려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항간에는 '쌍화점'이 주진모 영화라는 이야기도 있다.

▶배우는 이기주의자이기 때문에 모두들 자기가 많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감독님이 배우들이 서로 섭섭하지 않게 배려를 많이 한 것 같다. 물론 관객들이 극중 한 배우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쌍화점'은 인물들 간에 조화가 잘된 작품이다. 극중 왕은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있던 왕과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사극에서 왕 캐릭터는 전형화 되어 있다. '쌍화점'의 왕이 그랬다면 못한다고 했을 거다. '쌍화점'의 제일 큰 장점은 왕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왕은 한 기업의 CEO다. 직원들 앞에서는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집에서 안 그러지 않을까? 인간의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하 감독이 특별히 요구한 것이 있었나?

▶특별히 요구한 것은 없었다. 다른 영화와 달랐던 점은, 지금까지 영화는 촬영이 끝난 후에 개인적인 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쌍화점'은 촬영 후에도 긴장을 하면서 잠잘 때까지도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게 노력했다. 유하 감독님은 지금까지 몰랐던 주진모의 얼굴을 새롭게 발견해줬다.

극중 왕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감독님이 주문했던 것은 '인물에서 나오지 마라, 너의 눈을 보면 안다'였다. 가령 인성이와 내가 스케줄 때문에 서울에 갔다 오면 달라진 감성이 얼굴에 확 드러났다. 감독님은 다시 그 캐릭터에 몰입할 때까지 시간을 충분히 주고 촬영에 임했다.

배우 주진모 ⓒ 임성균 기자

-유하 감독이 촬영 중에 금주령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 적은 없었다. 지치고 힘들 때 소주 한 잔을 마신 적이 있다. 그런데 다음날 몰입했던 왕의 모습과 연결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감독님도 알아차렸다. 술은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 마셨었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보다 촬영기간이 두 배 정도 더 길었다. 탈모도 생겼었다. 감독님 왈 '배우가 고통스러워야 관객들이 즐거워한다. 지금의 고통이 관객을 몇 년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조인성과 호흡은 어땠나? 조인성이 제작보고회에서 주진모 액션의 각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조인성과 영화 촬영 전부터 술 한 잔 하는 사이다. 사극은 '비천무' '무사'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기존의 작품과는 동작이 전혀 달랐다. '무사'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액션이라면 '쌍화점'은 내가 믿는 사람에게 칼을 겨누는 감성으로 접근해야 했다. 인성이가 내가 합류하기 몇 달 전부터 액션연습을 했기 때문에 도리어 많이 보고 배웠다.

-'쌍화점'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것은 조인성과 베드신 수위의 여부다.

▶영화 촬영 전에 '쌍화점'이 동성애 영화로 보도가 됐다. 베드신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극중의 장면은 왕과 홍림(조인성 분)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동성애 베드신에 초점을 안 맞췄으면 좋겠다.

본격적인 홍보를 하기 이전에 '동성애 영화'로 언론에 보도가 나간 것을 보고 부모님이 도리어 이 부분에 대해 물어왔다.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피해를 본 편이다.

촬영을 할 때에도 그 장면은 모니터를 하지 않았다. 물론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했는가는 알지만 카메라가 어떤 방향에서 잡혔는지에 대한 것들은 알지 못한다. 최대한 감성이 얼굴에 드러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쌍화점'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배우라면 자만심이 있을 수 있지만 유하 감독님 앞에서 초등학생 같았다. 자존심을 없애고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니 답이 보였다. 새로운 연기방식을 느꼈다. 유하 감독님은 배우를 많이 관찰한다. 그리고 감정이 올라오기까지 눈을 바라본다. 배우한테 끊임없이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음에도 새롭게 연기 변신을 시도할 생각인지.

▶아직 '쌍화점'의 캐릭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음 작품에는 '쌍화점'과 유사한 캐릭터 말고 정반대의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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