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가 돌아왔다. 정확히 15년 전 MBC 드라마 '종합병원'에서 독종 레지던트 박재훈으로 열연했던 탤런트 오욱철이다.
우여곡절 끝에 원년멤버로 최근 MBC '종합병원2'에 합류한 오욱철을 드라마 촬영이 한창인 서울 반포동 강남성심병원에서 만났다. 부드럽게 웃으며 먼저 악수를 청해오는 반가운 얼굴. '독사' 선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미소와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공사가 끝나지 않아 난방조차 되지 않는 신축 건물은 사실상 드라마 촬영에 썩 좋은 환경만은 아니다. 오욱철도 바지 안에 내복을 입었지만 웃옷은 러닝셔츠 두 개를 겹쳐 입는 것으로 대신했다. 원칙주의자 독사 선생의 흰 와이셔츠 아래 내복이 비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한 올 흐트러짐이 없는 머리스타일은 '종합병원' 시절부터 직접 연출한 것. 촬영이 있는 날은 2시간쯤 전에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현장을 지킨다. 과연, 희대의 명 캐릭터, 깐깐한 독사 박재훈이 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결국 '종합병원2'로 돌아왔다. 소감이 어떤지.
▶첫날 누군가 똑같이 물어봤는데 3분 정도 말을 못했다. 그냥 '운명이다'라고 얘기했다. 진짜 그랬다. 한차례 고사를 했고, 정말 '독사' 캐릭터에서 도망치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돌아왔다. '천추태후'에 캐스팅돼 안하려고 했는데, '종합병원2'가 수목극으로 바뀌었고, 고사했는데도 또 한 번 불러주셨다. 무엇보다 '종합병원'은 시청자 여러분의 프로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 분들이 부르시는 데 다시 돌아가는 게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시청자와 병원, 그 둘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자가 '독사'로만 기억되는 게 싫어 도망가고 싶었다던데.
▶정말 피하고 싶었다. 오죽하면 '종합병원2'가 처음 방송될 때 '천추태후' 팀에 양해를 구하고 2주간 베트남으로 떠나기까지 했다. 드라마를 보고 그 소식을 듣는 게 마음이 아파서. 그런데 그곳 교포들이 '왜 '종합병원2'에 안 오고 여기 있냐고 하시는 거다. 귀국할 땐 세관이랑 검역 하시는 분들까지 똑같은 소리를 하더라. 많은 생각을 했다. 결국은 돌아오게 되더라.
-출연을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 지던가.
▶나가기로 하고 나니 잠이 안 오는 거다. 잘못 나가면 예전 그 이미지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왜 나왔어' 그러시지는 않을까 내내 잠을 못 이뤘다. 평소 하루 2시간씩 걷는데, 내내 생각했다. 돌아가 무엇을 어떻게 할까. 결론은 '옛날 것을 받아들이고 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긴장감은 여전했다. 촬영 전날에는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첫 촬영이 있던 날 몇 시간 먼저 와서 병원을 빙 돌아봤다. 그렇게 2시간을 돌다보니 예전의 그 느낌이 오더라. 일정이 바빠 현장에서 처음 만난 노도철 감독님은 손을 잡으며 '늦게 오셨네요'라고 인사를 하는데 마음이 얼마나 짠해오는지. '돌아서 오느라 늦었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조경환 심양홍 이재룡 김소이씨 등 원년 멤버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독사 류승수씨도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첫 방송 반응이 대단했다. 이젠 마음이 좀 놓이겠다.
▶사실 컴맹이라…. 컴맹이 편할 때가 있다.(웃음) 노 감독님은 반응이 너무 좋다는데 나는 알 수가 있나. 감사하기도 하면서 큰 부담이 된다. '아직 몇 주가 남았는데 시청자들이 원하는 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더 열심히 해야지'하고 애쓰고 있다. 어찌 면 1편에서 온다 간다 말 없이 떠나서 보셨던 분들이 복귀를 더 강하게 느끼셨을 수도 있다.
-독사는 1편에서 어떻게 극을 떠났었나?
▶'종합병원'이 2년2개월간 했지만 나는 딱 1년만 하고 하차했다. 몸도 지쳤지만 배우가 딱 한 캐릭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했다. 떠나겠다고 했지만 방송사에서 믿질 않았다. 나중에 들었지만 당시 CF도 잘 되고 해서 '걔가 왜 떠나' 이런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나는 아예 비행기표를 끊고 3개월간 동남아로 사라졌다. 돌아왔더니 스포츠지에 '오욱철 사망' 이라고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왔더라. 사실 연락도 안되고 잠적해버린 셈이었으니까….(웃음) 극에서도 그냥 쏙 빠져버렸다. 그땐 참 힘들었다. '종합병원'에서 너무 많은 걸 보여주다 보니 드라마상에서 인물의 변화를 보여줄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같은 걸 계속 우려먹는 게 싫었던 거다.
-2년 전 '주몽'으로 복귀하기까지 약 10년간 탤런트 오욱철을 볼 수가 없었다.
▶한 8∼9년을 쉬었다. 방황을 했던 건 아니고, 낚시 방송에서 PD 겸 작가 겸 제작 겸 MC로 3년을 활동했다. 라디오 방송도 계속 하고. 시간나면 글을 써서 그 중 좋은 게 노래 가사가 되기도 했다. 다만 연기에서 떨어져 있으면 연기가 어떤 건지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돌아온 박재훈 선생도, 탤런트 오욱철도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정확하다. 성장했다는 걸 연기를 하며 느낀다. 15년간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은 이곳에 있었던 셈이다. 박재훈이 당시 풋내기였다면 지금은 의사가 됐다. 사실 박재훈 선생은 예전에도 멋있었다. 독사라고만 불리는 게 서운하기도 했다. 의사가 꼽은 가장 의사 같은 연예인 1위를 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사실 박재훈 선생은 모든 결과를 자신이 책임지는 진짜 의사, 이른바 '히어로 닥터'다.
-드라마 후반부에 투입됐다. 바람이 있다면.
▶'종합병원2'와의 만남, 최완규 작가와의 만남,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더 많은 사랑으로 지켜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미흡한 점이 있어도 넓은 사랑으로 안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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