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 미드필드의 힘 보여줬다③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09.02.05 15:19

차태현 박보영 주연의 영화 '과속스캔들'이 800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개봉한 뒤 약 2개월, 100만 200만 300만… 꾸준한 속도로 차근차근 관객 몰이를 이어간 '과속스캔들'은 올해 최고 제작비가 든 대작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넘어서더니, 설마 하던 700만을 돌파, 어느새 800만 관객에 가까워졌다.

'과속스캔들'은 순제작비 25억 원, 마케팅 비용까지 43억 원이 든 딱 '중간규모' 영화다. 저예산영화를 제외한 2008년 영화 평균제작비45.2억 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른바 '허리영화'가 '놈놈놈'을 일찌감치 뛰어넘어 2008년 개봉작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800만을 넘기면 '웰컴 투 동막골'을 넘어 역대 흥행순위 7위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 한국 영화계는 '허리 영화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만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2008년 개봉한 한국 영화는 총 108편. 이 가운데 제작비 10억 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가 38편에 달했다. 반면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영화는 '신기전',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모던보이', '쌍화점' 등 총 4편에 이르렀다. 100억대 영화 4편이 한 해에 쏟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영화 수익성이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한 쪽에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생존 방식을 모색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블록버스터로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 시장의 진정한 회생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중급 예산의 대중영화'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특정한 관객층을 노리는 저예산 영화가 영화 산업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고, 한정된 규모의 한국영화 시장에서 100억대 대작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100만 관객 안팎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든든한 '허리영화'의 필요성은 그만큼 컸다.

허리영화 '과속스캔들'의 성공은 그래서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과속스캔들' 외에 '고死', '미인도' 등 콘셉트 분명한 중간 규모 대중영화들이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 수익을 거뒀다. 심해지는 양극화 사이, 미드필드에서 등장한 믿음직한 선수들의 활약은 한국영화 부활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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