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동고동락한 소가 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란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워낭소리'는 흥행을 기약하기 어려운 국산 독립영화, 그것도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작비는 단 1억원. 그러나 그 폭발력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평범하고도 특별한 늙은 소의 이야기는 지난달 15일 개봉 이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무려 30만 명의 눈시울을 적셨다. 국내 개봉한 독립영화 사상 최다 관객 기록이다. 개봉 4주째를 맞은 지난 주말에는 박스 오피스 3위에 오르는 이변을 낳았다.
지난달 15일 7개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 약 1달이 된 현재 상영관이 80개로 10배 넘게 늘었다. 교차 상영까지 더하면 140개가 훌쩍 넘는 스크린에서 '워낭소리'가 상영되고 있다. 입소문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이 늘어나고 있어 조심스럽게 100만 관객 돌파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8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보고 있는 '과속 스캔들'의 롱런 역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주연의 코미디가 지난 12월 3일 개봉했을 때,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린 팝콘무비 이상을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개봉 2달을 넘긴 현재까지도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어, 봄 시즌까지도 극장에서 '과속 스캔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록도 잇따랐다. 2008년 최고 흥행작이 분명해 보였던 블록버스터 대작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흥행 기록을 일찌감치 제치며 한국영화 흥행 톱10에 진입했다. 800만 돌파도 시간문제다.
재미있는 것은 '과속 스캔들'의 흥행 속도. 비교적 적은 수의 상영관에서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며 흥행했기에 54일 만에 700만 돌파라는 '역대 최저속' 기록을 세웠다. 느려서 더 의미있는 기록이다.
롱런 영화의 공통점은 바로 '강력한 입소문'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독립 저예산영화인 '워낭소리'의 경우 이렇다 할 홍보조차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감동적이다'는 호평 속에 관객 수를 더욱 늘려나갔다. '과속 스캔들' 역시 연말 연초 대형 기대작과의 경쟁 속에서도 깜찍한 박보영·왕석현의 매력, 부담 없는 코미디를 볼 수 있다는 입소문 덕에 관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입소문만큼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없다"는 영화계의 오랜 믿음을 두 롱런 영화가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물론 입소문의 덕을 보기 위해서는 높은 완성도라는 필수 전제 조건과 적절한 개봉 타이밍, 관객의 입맛에 딱 맞는 주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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