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여가수들의 귀환 "무대가 없다"

[강태규 까페in가요]

강태규   |  2009.02.13 17:47
원미연 앨범 자켓 사진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당시 가요사를 풍미했던 여가수들이 디지털 싱글 음반을 속속 발표했다. 지난 1월에는 강수지가, 이번 주에는 원미연이 새 노래를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미 지난해 여름에는 김혜림이 전초전을 치렀다. 그 반가움들의 속내는 추억을 떠올리며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금의 30대 전후 여성들에게 원미연의 '이별여행'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 김혜림의 '날 위한 이별'은 학창 시절 대표적 레퍼토리로 통했을 만큼 인기를 누렸다. 그 노래들이 벌써 20년 가까이 세월에 떠밀려 흘러왔지만, 요즘의 10대들에게도 낯선 곡들이 아니다. 오늘의 가수들이 리메이크 레퍼토리로 그 명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노래란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가장 자연스러운 무기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며칠 전 가수 원미연을 만났다. 그녀에게 노래란 존재의 이유일만큼 손을 놓을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었다. 지금 방금 나온 음반이라며 내 놓은 싱글속의 표지보다 뭉클하게 했던 것은 역시 노래였다. 윤종신이 곡을 쓴 '문득 떠오른 사람'은 우리에게 '이별여행'으로 사랑을 말하게 했던 원미연의 뒤틀림 없는 소리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투명하게 뻗어 나오는 원미연 특유의 색깔 있는 보이스 톤은 그 시절의 힘에 비해 전혀 밀림이 없었다. 오히려 깊어진 음색은 표현할 수 없는 구석의 마음까지 화면 안으로 밀어 넣는 음악적 확장을 말하고 있었다.

1985년 대학가요제 출신인 원미연은 1989년 1집 음반 '혼자이고 싶어요'를 발표하고 이내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톡톡 쏘는 무채색 톤의 소리를 장착한 원미연의 보컬은 오히려 감정을 설명하려는 보컬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감정을 제공해주는 가수였다. 1991년 2집 음반 '이별여행'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30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베스트셀러 가수로 등극했다.

특히, 원미연이 직접 프로듀싱한 3집 음반에 수록된 4번 트랙 곡 '그대 내 곁으로'는 서태지가 작곡해 화제를 일으켰다. 서태지가 다른 가수에게 곡을 준 것은 동료였던 양현석과 원미연 뿐이었다. 그녀의 친화적 성격과 마당발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원미연은 당시 "태지가 곡을 주면서 노래 말은 누나가 직접 쓰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작사까지 모두 맡겼어야 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새로 나온 음반의 기쁨도 잠시, 원미연의 걱정은 우리 가요 환경의 다양성 실종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며칠 전, (강)수지랑 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것이다. 음반이 나왔지만, 음악을 말하고 노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그녀의 걱정은 특정한 장르에 함몰된 오늘의 가요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새로 나오는 신인 콘텐츠를 소개하는 일 만큼이나 우리 가요사를 새겨 온 기성 가수들의 연속성을 지켜보는 일도 중요한 사실임을 잊어서는 가요계 '공존의 상생'은 요원할 것이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쿨투라'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원미연 앨범 자켓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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