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가문'으로 본 드라마 연장의 폐해

김지연 기자  |  2009.03.03 09:01
MBC '에덴의 동쪽'(위)과 SBS '가문의 영광'


드라마 연장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당초 기획했던 것보다 내용이 길어질 수도 있고, 후속작 준비가 미흡해 부득이 연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높아진 인기를 이용한 '시청률 특수'를 노린 경우다.

최근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4회 연장했다. 한때 이 드라마가 월화극 1위를 달리며 한창 상종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급작스레 인기 급상승한 KBS 2TV '꽃보다 남자'에 밀려 시청률이 하락하면서도 후속작 준비가 지연돼 2회를 추가 연장했다.

'에덴의 동쪽' 뿐 아니다. SBS 역시 주말극에서 시청률 강세를 보이던 '가문의 영광'을 애초 기획보다 4회 연장했다. 덕분에 단아(윤정희 분)와 강석(박시후 분)의 결혼 후 이야기까지 그리지며 오는 4월12일 종영할 예정이다.

두 작품 모두 자의반 타의반 연장을 택했다. 그런데 그 연장의 결과가 자못 원치 않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스토리의 억지 및 느슨한 전개다.

쟁쟁한 출연진들로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시대극으로 화제를 모았던 '에덴의 동쪽'은 극 후반으로 가면서 등장인물들의 지지부진한 애정 관계로 불만을 샀다. 만남과 헤어짐이 별다른 변화 없이 반복되며 늘어난 방영 횟수를 채우기 위한 불필요한 영상들로 드라마가 채워진다는 지적이었다.

또 출생의 비밀 등 극적인 장치의 남용과 식상한 소재에 시청자들은 또 한 번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한때 30%에 육박하던 시청률은 20%대로 곤두박질, 많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기자와 만난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사는 김미연(36) 씨는 "1일 TV를 시청하다 '에덴의 동쪽'이 아직까지 방송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방송 초기만 해도 팬이었는데 전개가 너무 느려 안 보게 됐다. 이후 '꽃남'을 보게 된 터라 '에덴의 동쪽'이 벌써 종영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 만큼 '꽃남'이 월화극 1위 자리를 꿰찬 뒤 '에덴의 동쪽'이 사람들 뇌리 속에서 지워진 것이다. 이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직도 '에덴의 동쪽'이 끝나지 않았냐"는 문의까지 올라왔다. 시청자들은 직접 댓글을 달며 "연장됐다"는 설명을 친절하게 달아줬다.

'가문의 영광'도 연장 때문인지 어렵게 결혼 허락을 받은 강석(박시후 분)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어이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1일 방송된 '가문의 영광'에서 박시후는 1시간 방송되는 내내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환자 모습을 연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강석의 모친이 첫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단아(윤정희 분)에게 "남편 잡아먹을 운명"이라며 폭언을 서슴지 않는 등 과거 수많은 드라마에서 자행돼 왔던 장면의 연출로 많은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했다.

무엇보다 4회 연장되면서 방송 분량을 늘리고 좀 더 극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강석의 교통사고 장면이 삽입된 것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방송국 드라마PD는 "요즘엔 인기가 있으면 자연스레 연장을 하게 된다"며 "하지만 연장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론 극 전개상 필요할 때가 있지만, 늘어난 분량을 채우기 위해 내용 전개 속도가 느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워낙 생방송처럼 찍는 탓에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의 체력도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강행된 연장이라 그 결과물이 완성도 있게 나오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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