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또 하나의 미국 슈퍼히어로물 '왓치맨'이 국내 관객과 만났다. 앨런 무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왓치맨'은 지금까지 슈퍼 히어로물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관객에 다가선다.
누군가 히어로를 암살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왓치맨'은 기존의 히어로물보다 훨씬 깊은 경지에 도달해있다. 배트맨을 연상시키는 나이트아울은 발기 부전이며, 원더우먼과 닮은 실크 스펙터는 불륜의 씨앗이다. 진정한 초인이자 슈퍼맨인 닥터 맨하튼은 인간에 대한 흥미를 상실한 지 오래다.
이는 86년 출간된 '왓치맨'이 소련과 미국이 핵전쟁을 눈앞에 뒀으며 닉슨이 베트남 전쟁을 초인들의 도움으로 승리로 이끌어 4선에 성공했다는 가상 역사를 바탕으로 한 탓이다. 때문에 음울한 히어로를 영화화하는 게 쉽지 않았고 결국 '300'의 잭 스나이더가 원작에 경의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슈퍼맨이 돌아왔고, 배트맨이 폭력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아이언맨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헐크가 부활했기에 왓치맨이 비로소 탄생할 수 있었다.
미국 대중문화에 히어로물의 뿌리는 깊다. 마블과 DC 코믹스 계열에서 출발한 히어로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미국 대중문화와 변천을 같이 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DC코믹스에서 탄생시킨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등이다. 이들 히어로들은 일찌감치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DC 계열 영웅들은 그 자체가 미국의 선함과 슈퍼파워를 상징한다. 플래시맨, 아쿠아맨, 콘스탄틴 등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그대로 저스티스 리그라는 팀까지 구성해 세계평화를 지켰다. 슈퍼맨은 나치와도 싸웠으며 소련과도 다퉜다. 영화 '슈퍼맨2'에서 슈퍼맨이 미국 대통령에 경의를 표하는 것도 이런 세계관이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반면 마블 코믹스는 좀 더 어두운 과거를 지닌 복잡한 히어로를 그렸다. 왕따 고교생이 슈퍼파워를 갖게 된 스파이더맨부터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연상시키는 헐크, 돌연변이 X맨, 음울한 지구수비대 판타스틱4까지 좀 더 복잡한 속내를 지닌 히어로를 창조시켰다. 이들은 미국이 슈퍼파워며 절대선일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던 젊은 세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DC가 그래픽 노블의 대가로 유명한 앨런 무어를 영입해 탄생시킨게 배트맨 '다크나이트'였다. DC 계열 히어로에게도 초인에서 인간으로 변화가 시작된 것.
이런 코믹스들의 고민과 경쟁은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져 양쪽에 히어로 장르를 탄생시켰다. '슈퍼맨' 시리즈 이후 한동안 명맥을 잇지 못하던 히어로물은 89년 팀 버튼이 '배트맨'을 탄생시키며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후 CG의 발달과 재능있는 감독들의 대거 합류로 'X맨'과 '스파이더맨' 등 일련의 시리즈가 세계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히어로물이 대거 스크린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단순한 슈퍼히어로에서 고민하는 영웅들 등 동시대와 접목하며 스크린에서 성장했다.
마블코믹스는 아예 그동안 히어로 캐릭터를 임대해 주는 방식에서 변화시켜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영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토르' '저스티스 리그' '캡틴 아메리카' 등이 제작 중이다.
히어로물이 영화 장르로 정착된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계가 진정한 히어로를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경제 위기도, 지구 온난화도, 전쟁 위기도 한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영웅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왓치맨'은 그런 영웅은 필요없다는 역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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