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늘의 '몰래 가져온 TV' 직거래 뒷얘기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09.03.10 10:05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학교 다닐 때 한문 시간이면 꼭 나왔던 고사성어다. 뜻은 뭐, 다들 달달 외우셔서 아시다시피, '남자의 말 한 마디는 천금의 무게를 가진다'이다. 즉, 남자가 말 한 마디라도 내뱉으면 그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한다는 얘긴데... 이건 남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갖춰야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걸 항상 지키고 산다는 건 쉽지 않다. 때로 경우에 따라선 이 고사성어를 만 번 적는 것보다 한 번 실천하는 게 더 어려울 때도 있는 것 같다.

자, 한문 시간도 아닌데, 오늘 새삼스레 고사성어를 얘기하는 이유는? 바로 이 남자의 어떤 행동을 보고나서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다. 누구냐, 하면 바로 가요계의 악동, 이하늘이다. '악동’이라 하기엔 이미 너무나 어른이 되어버린 서른아홉 살의 그가 여전히 '악동'으로 느껴지는 건 방송에서 보여지는 그의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가끔은 철딱서니 없어보이고, 또 가끔은 주변 상황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하고싶은 말을 다 하는 그 모습 말이다. 이런 그에게 '남아일언중천금'이 느껴지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재작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하늘이 (지금의 ‘야심만만2’ 말고) 예전 ‘야심만만’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그 때 이런저런 토크들 중에, 한 게스트가 집에 텔레비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텔레비전에 집중하는 시간을 책 읽는데에 더 쓰고 싶어서 일부러 사지 않았단다. 하지만, 가끔씩 자신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모니터하지 못해서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하늘이 대뜸 던지는 말은 ‘우리 집에 29인치 벽걸이 텔레비전이 한 대 남는데 싼 값에 팔게요. 사실래요?’였다. ‘텔레비전이 왜 남아요?’란 MC의 질문에, 그의 대답은 이랬다. '몰래 들고 온 텔레비전이라 남는 거예요.’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도대체 몰래? 그렇담 텔레비전을 훔.쳤.다.는 뜻?

놀란 출연자들에게 그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꽤 오래 전 DJ DOC의 콘서트가 있었는데, 그 날 무대에는 협찬으로 벽걸이 TV가 여러대 걸려있었단다. 열광적인 콘서트를 끝내고 나서 집에 돌아오려고 하는데 무대의 벽걸이 TV가 눈에 떡~하니 띄는 게 아닌가. DJ DOC들이 그걸 보고 확신하며 얘기했단다. '분명히 저건 협찬이라 공짜일거야. 그러니 가져가도 될 거야'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하늘이 당당하게(?) 텔레비전 한대를 들고와서 빈 방에 놨다고.

그런데, 다음 날 그에게 관계자로부터 그게 공짜 협찬이 아니고 돌려주기로 한 거니 다시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 이미 집에다 가져왔으니 다시 돌려주기도 뭣해서 텔레비전 회사에 돈을 내고 아예 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빈방에 걸려있어서 몇 번 켜보지도 못했으니 거의 새거나 다름없고 싼값에 팔겠다는 얘기였고, 웃음으로 그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당시 작가들 중에 한 명이 벽걸이 텔레비전을 살까, 말까 고민하던 중이었고, 마침 그 이야기를 들은 김에 녹화가 끝난 후 이하늘에게 물었다. '저... 진짜로 그 텔레비전 파실 거예요?’라고. 그리곤 두 사람의 거래가 진행됐다.

‘얼마에 파실 건가요?’ ‘음... 몇 번 켜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중고니까 시중가보다 30만원정도 싸게요.’ ‘정말요? 저 그럼 꼭 살게요.’

이렇게 흥정이 마무리되고, 그의 매니저를 통해서 몇 번의 연락이 오고간 뒤에 돈까지 완불되고, 드디어 텔레비전을 받는 날이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던 작가의 집에 ‘띵동’ 벨이 울리고 텔레비전이 배달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중고인데 새 포장지에 얌전히 담겨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설치 기사 아저씨가 그걸 풀어헤쳐서 열심히 벽에 걸어주는 거다. ‘중고 텔레비전인가요?’ 라는 작가의 물음에 ‘아니요, 새로 주문받은 텔레비전인데요’하는 얘기와 함께.

이미 너무 싼 가격에 텔레비전을 구입했던 작가는 깜짝 놀랐고, 이하늘의 매니저를 통해 앞뒤 상황을 알아보더니 내용은 이랬다. 녹화 중 농담반, 진담반으로 했던 이야기에 작가가 정말 진지하게 사겠다고 했고, 얼떨결에 싸게 팔겠다고 거래는 했는데... 막상 중고 텔레비전을 보내주려고 하니, 시간이 꽤 흘러서 다른 사람에게 판다는 게 마음에 걸렸단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안 팔겠다고 하는 건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위해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새 제품으로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런 이유로 결국 그 작가는 싼 가격에 신상 벽걸이 텔레비전을 갖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나머지 작가들은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가 사는 건데...’라며 모두들 아쉬워했지만, 그 얘기 끝에 지어진 결론은 ‘야~ 이하늘 정말 멋지다. 의리있고 책임감있다!’라는 것!

물론 이 사건(?) 하나만 가지고 그가 백번이면 백번 다 내뱉는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결론을 확신할 순 없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분명히 그는 ‘남아일언중천금’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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