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국내 첫공개.. 줄어든 유머, 무서운 깊이

김현록 기자  |  2009.05.20 20:09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마더'가 20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제 62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현지 언론과 관객에게 처음 첫 선을 보인 '마더'는 이날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났다.

'마더'는 '살인의 추억', '괴물'로 평단과 관객 모두를 만족시켰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데다 국민엄마 김혜자, 미남스타 원빈이 주연을 맡아 제작 단계부터 높은 기대를 받았다. 특히 칸에서의 스크리닝 이후 스크린데일리, 할리우드리포터, 버라이어티 등 현지 언론으로부터 "경쟁부문에 초청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라는 극찬을 끌어낸 터라 기대감은 더욱 높았다.

'마더'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범인으로 몰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어머니의 사투를 담았다. 배경에 대한 초중반은 다소 호흡이 느렸지만 뒤로 갈수록 속도감과 긴장감이 배가됐다는 평가다. 후반부에 숨겨진 몇 가지 반전도 눈길을 끌었다.

'마더'는 시골 마을의 살인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과 제작 전부터 비교가 됐다. 그러나 공개된 '마더'는 한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다양한 텍스트를 끌어들여 이를 유쾌하게 비틀었던 봉준호 감독의 전작과는 변화가 감지됐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던 봉준호식 유머는 눈에 띄게 줄었고, 다양한 주제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확장시키기보다는 광기와 집착에 가까운 모성을 지독하게 파고든 모습이었다. 전작에 비해서 대중성은 다소 줄었지만 까다로운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외신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김혜자의 변신은 역시 눈에 띈다. 아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갈수록 모든 것이 절박해지는 광기어린 어머니의 모습은 김혜자가 23년간 '전원일기'를 통해 쌓아왔던 국민엄마의 이미지를 전복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딘지 모자라는 아들 도준 역의 원빈은 역할의 크기에 상관하지 않고 군 제대 후 첫 작품에서 크지 않지만 꼭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배우 원빈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진태 역의 진구 역시 발군이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만족시켰던 봉준호 감독의 전작처럼 '마더' 역시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뚝심있게 모성을 파고 든 '마더'는 새로운 울림과 긴장감을 선사한다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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